미국 현지 특별기고

팬데믹 공포 속 꽃피는 뉴욕한인 기부행렬

2020-05-18 12:01:22 게재
김도형 뉴욕통증병원대표

2020년 5월 17일 현재 뉴욕주 코로나 감염자 35만9830명, 사망자 2만8325명.

지난 8일 뉴욕시 브롱크스 보로에 위치한 몬티피어병원을 방문했다. 지난 4월 10일 뉴욕시 퀸즈보로에 위치한 엘머스트병원에 의료용 마스크 500장을 기부하며 시작된 민주평통 뉴욕협의회(회장 양호) 마스크 기증 릴레이 캠페인의 마지막 방문지였다.

두 병원 모두 이번 코로나 팬데믹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병원이다. 엘머스트 병원은 아시안과 히스패닉, 그리고 몬티피어 병원은 흑인들이 대부분 이용하는 곳이다. 뉴욕에서는 3월 15일을 기점으로 하루 확진자가 1만명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모든 병원, 너싱홈(nursing home·요양원) 등에서는 마스크, 가운 등 의료진 개인보호장비의 심각한 공급부족현상을 보였다.

이런 열악한 조건에서 매일 끊임없이 실려 나가는 시체들을 보는 의료진 스트레스와 보호 장비 미비로 인한 의료진 감염문제는 이미 병원을 전쟁터로 만들었다.

엘머스트병원 애슐리 브레이 박사는 현재 뉴욕내 병원 상황을 "세상에 종말이 온 듯하다(It's apocalptic)"고 말한다. 엘머스트 병원 밖에는 시체를 보관하기 위한 냉동트럭이 여러 대 세워져있다. 필자가 4월 29일에 방문한 뉴욕주립 참전용사 보훈병원에는 350분의 한국전, 월남전 참전용사들이 계신 곳인데,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한번에 55명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젊은 나이에 이름도 모르는 나라에 보내져 목숨 걸고 싸웠던 노인들이 가족들 배웅도 못 받으며 세상을 떠난다는 병원장 말에 가슴이 먹먹해 마스크가 더 구해지면 오겠다며 돌아왔다.

용감하게 나서는 미주 한인 동포들

이러한 엄중한 상황임에도 미국 행정부는 아직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다. 코로나에 대한 대응을 책임지는 미국 연방 식품의약국(FDA)국장, 질병통제예방센터(CDC)수장과 앤서니 파우치 국립 전염병 연구소장도 자가 격리에 들어갔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의 대변인이 양성 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컨트롤 타워인 백악관이 감염 공포 확산의 주역이 되어버린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되었다.

뉴욕총영사관에서 지난 6일(현지시간) 진행된 구호품 전달식. 왼쪽 세번째부터 장원삼 총영사, 찰스 랭글 전 연방 하원의원, 김민선 학장. 사진제공=KAPAC


코로나19로 미국 의료진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마스크와 개인보호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연방정부, 주정부, 각 도시, 각 병원들은 치열한 경쟁을 하고 있다. 각 주정부는 경제활동 재개를 준비 중이지만, 코로나19가 다시 유행할 경우 이런 의료장비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이런 암울한 현실 속에서도 미국의 소수민족인 미주 한인 동포들이 각자 처한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구할 수 있는 의료용 마스크를 모으고, 후원금을 모아 마스크를 구입해 병원에 기증하는 뜻깊은 운동을 시작했다. 그동안 평화 공공외교를 위해 힘써온 대표적인 미국 내 한인 유권자단체인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 대표 최광철)을 필두로 대한민국 대통령 자문기구인 민주평화통일 자문회의 미주지역 15개 협의회, 각 지역 한인회, 경제단체, 교회 등이 주도해 미국인들도 생각지 못한 일들을 해내고 있다.

이번 미주 한인 동포들의 마스크 기부행렬의 하이라이트는 지난 5월 6일 뉴욕총영사관(총영사 장원삼), 롱아일랜드 컨서바토리재단(학장 김민선), 앱솔루트뉴욕(회장 김현중), 미주민주참여포럼(KAPAC·대표 최광철)이 주축이 돼 21만달러 상당의 마스크, 손세정제 등을 전달한 일이다. 이 전달식에는 한국전 참전용사인 찰스 랭글 전 의원이 참여해 미주 한인사회가 보여준 우정과 연대, 지원에 감사를 표하여 참석한 여러 사람들의 마음에 큰 감동을 주었다.

한인 동포와 한국 정부가 나아갈 길

신속한 역학조사와 같은 새로운 방역모델 제시, 저렴하고 광범위한 진단 검사, 드라이브스루 선별진료소 등의 혁신적인 코로나 대응으로 이미 전 세계 각국의 찬사가 대한민국에 쏟아지고 있다. 높아진 한국의 위상과 미주 한인 동포들의 헌신적인 기부행렬을 보는 미국 행정부와 국민들은 한미동맹이 더 중요해졌고, 앞으로도 더 견고해져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 중이다. 한미 동맹의 가치는 위기의 순간에 항상 더 뚜렷해졌고 특히 한국전쟁, IMF 외환위기, 북핵위기 등의 역경에 직면할 때마다 잘 극복해내는 대한민국이 다시금 재조명되는 분위기이다. 미주 한인 동포뿐 아니라 전 세계 디아스포라 한인들은 현지 국가의 어려운 상황을 헤아려 한국정부와 합심해 각국을 도울 방법을 연구하고, 마스크 기부 같은 실천적인 운동도 전개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쏟아지는 협력, 원조요청에 적극적이고 인도적으로 답해주길 기대한다. 전 세계적인 코로나 팬데믹 상황이 앞으로 언제 어떻게 끝날지, 팬데믹 이후의 인류가 어떤 삶의 변화를 겪을지는 알 수 없다. 온 인류가 직면한 코로나19에 맞서 한국이 최전선에서 미국과 동맹으로 핵심축을 이루어 이 질병과 싸우는데 협력한 것은 틀림없이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은 불행한 사태이지만, 동포들의 노력과 한국정부의 협력은 한국의 경제와 정치, 외교와 국제관계,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기폭제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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