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연장 = 세대갈등' 프레임을 거부한다

2021-10-19 11:14:14 게재
조은주 청년정책조정위원회 민간위원

소비할 사람도, 노동할 사람도, 투자할 사람도 사라지는 인구절벽 사회가 예견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다시 불붙기 시작한 정년연장 논의에 청년이 더 이상 소비되지 않길 바란다. 청년 그 누구도 정년연장의 또 다른 이름을 세대갈등으로 용인한 바 없다.

청년문제를 '청년이 문제다'라고 규정하면 한 세대를 지우지 않고서는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어느 누구도 청년문제를 그렇게 해석하지 않는다.

청년문제를 '청년들이 겪는 사회문제'로 규정하기 때문에 청년의 삶에 주목하고 청년 당사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온 것이다.

정년연장 논의의 발목, 세대갈등 프레임

정년연장 문제 역시 '정년연장 = 세대갈등'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는 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다. 우리는 이미 한 차례 정년연장을 시행한 바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에 따르면 민간기업의 정년연장 대상자가 100명 늘어날 때 청년고용은 평균적으로 22.1명이 줄어들었다.

하지만 공공기관의 경우 청년의무고용제와 임금피크제가 함께 도입됨에 따라 정년연장 이후에 고령층과 청년층 고용이 함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현상을 단순 세대간 일자 리대체설을 입증한 것으로만 해석할 수 있을까? 공공부문의 경우 청년의무고용제와 임금피크제의 영향으로 양 세대 모두 고용이 늘어났다는 점은 어떻게 보아야 하는가?

우리가 프레임 논쟁에서 놓치는 부분이 바로 여기에 있다. '어떤 정책이든 완벽할 수 없다'라는 점에서 정책 시행에 따라 예견되는 문제가 있다면, 이를 어떻게 해소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것은 어찌 보면 자연스러운 일이다.

하지만 여기에 세대갈등과 같은 감정대립의 프레임을 덫 씌우면 논의의 초점이 흐트러지게 마련이다.

그 누구도 부모의 일자리, 자녀의 일자리를 서로 빼앗고 빼앗기며 살아가길 원치 않는다. 일자리를 두고 청년세대도 부모세대도 아우성을 칠 수밖에 없는 사회·경제적 구조가 문제다. 정년연장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사항과 예견되는 문제를 중심에 두고 해법에 대한 다양한 생각과 지혜를 모으는데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

정년연장 자체가 상수가 아니라, '저출생 고령사회'로의 빠른 편입 속에서 쉽게 삭제되거나 보이지 않는 삶의 불평등과 심화되는 격차 문제를 어떻게 완화시키며 나아갈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서로의 삶의 위기와 긴급성을 살피지 않은 채, 각자 자기만이 중요하다고는 방식의 논의는 오히려 본위를 해치는 방식의 논의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세대갈등을 넘어 세대연대로 전환

정년연장의 또 다른 이름을 '세대연대'로 전환하기 위해서 지금 삶의 위기 속에서 보이지 않는 청년과 쉽게 삭제되는 빈곤한 노인의 삶에 주목해야 한다.

서로 나이주의로 인한 편견 앞에 청년은 '경험이 없다'는 이유로, 노인은 '경험이 많다'는 이유로 노동시장 진입과 재진입 자체의 어려움을 마주하고 있다.

또한 소득 주거 건강 등의 결핍 문제는 그 세대에서도 빈곤할수록 다차원적으로 집중돼 나타난다. 한 개인의 힘만으로는 이를 해결하기 어려운 구조에 처한다는 것 역시 공통으로 겪는 문제다.

이 때문에 정년연장 논의는 사회정의 논의와도 맞닿아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년연장을 이야기하려면 도입 시기와 업종별 접근에 대한 고려와 더불어 임금체계의 개편부터 청년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논의까지 다뤄야 할 문제의 폭은 상당히 넓다.

정년연장이라는 논의를 시작으로 전환사회의 새로운 미래사회의 좌표를 설정할 수 있도록 불편한 사회 불평등의 민낯을 가감없이 드러내자.

청년세대와 기성세대가 마주하며 공존을 위한 연대 지점을 찾기 위해 인구와 고용절벽 앞에서 서로의 삶의 결핍과 위기를 먼저 살피는 일이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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