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에서 만나는 세계 문화

2021-11-05 12:10:43 게재

무슬림 중앙아시아 네팔거리까지

국제도시 서울, 포용의 도시로

#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로터리 필리핀 장터에서 만난 밀바씨는 "고향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이곳에 자주 온다"고 했다. 11년 전 필리핀을 떠나 지금은 서울 망우동에 정착한 그는 이날 고향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눈 뒤 웃음꽃 피는 대화를 이어갔다.

서울 거주 등록 외국인은 현재 22만9000여 명(서울시 기준, 2021년 2분기)으로 국제도시 서울은 이제 포용의 도시로 변모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외국인들의 삶터, 그들이 모이는 거리를 내일신문이 가봤다.

◆광희동 중앙아시아거리 = 중구 국립중앙의료원 건너 골목으로 러시아·몽골타운으로 불리기도 한다.

1990년 옛 소련과 수교를 맺기 전후로 이 지역 출신인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인들과 몽골인이 모이기 시작했다. 사마르칸트 식당과 카페, 식료품점, 러시아 빵집 등 대부분의 상점 간판이 러시아어인 키릴 문자로 쓰여 있다. 10층 건물 전체, 50여 개 업체가 몽골 업소인 '몽골타워'도 유명하다.

이곳 2층 울란바토르 식당 몽골인 사장은 "다문화 가정 엄마들이 아이에게 고향 음식을 알려주기 위해 함께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혜화동 필리핀 장터 = 2000년 초 혜화동성당의 필리핀 신부가 타갈로그어로 미사를 집전하면서부터 주말에 자연스럽게 형성된 장터다. 성당 앞 혜화동 로터리에 일요일 아침부터 오후 5시까지 10여 개의 천막 상점이 들어서 '제2의 마닐라'로도 불린다. 오후에는 특히 사람들로 북적인다. 야채와 식료품뿐 아니라 생선(투나)과 육류, 구운 바나나와 꼬치 튀김, 필리핀 소시지 등 길거리 간식까지 현지에 있는 느낌을 받는다.

◆가리봉동 연변거리·대림동 차이나타운 = 1992년 한중 수교 후 중국 동포들이 구로구 가리봉동에 먼저 정착했다. 이어 전철로 한 정거장 떨어진 영등포구 대림동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섰다. 두 곳 분위기는 같은 듯 달라 가리봉시장 주변엔 연변 등 한국계 중국인이 많고 '작은 중국'으로 불리는 대림동시장 지역은 중국인 비율이 높다. 다양한 식재료와 길거리 음식뿐 아니라 거의 모든 중국 음식을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이태원 무슬림거리 = 1976년 한국 최초 무슬림 서울중앙성원이 세워진 후 이슬람 마을이 빠르게 형성됐다. 용산구 보광초등학교에서 언덕 위 성원까지 190m 골목길에 식료품점 서점 터키베이커리 옷가게 예배용품점 등이 빼곡하다. 특히 이슬람교도에게 허용되는 할랄 푸드 상점도 여러 곳 있다.

◆창신동 네팔마을 = 창신동 봉제공장에 일자리를 찾아 이주민들이 모이면서 거리가 생겼다. 동대문역과 동묘앞역 사이 창신골목시장 입구에 네팔 식당들에는 어김없이 히말라야 사진과 풍물들이 전시돼 있다. 5년 전 식당을 열었다는 마야 구릉씨는 "고향이 그리운 네팔인들이 만나는 곳"이라며 "한국인들도 20~30%가량 찾는다"고 했다.

◆왕십리 베트남 사랑방 = 성동구 왕십리역 인근 삼성쉐르빌 상가 1층에는 베트남 식자재만 파는 아시안마트가 있다. 주변 지역에 베트남 거주민이 늘면서 10여 년 전 문을 열었다. 지금은 베트남 며느리 응웬 티 투에씨가 운영하고 있다. 남북으로 긴 베트남은 식문화도 다른데, 각각의 지역에서 온 이들 모두를 만족시키는 물건을 파는 곳은 이곳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구하기 어려운 야채 종류가 많아 경기도 남양주, 인천, 지방에서 출장 온 사람들까지 들리는 베트남 사랑방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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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선 · 박광철 · 장세풍 기자 sp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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