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선진국 생존수영 교육은

"수영복 물안경 아니라 옷 신발 착용한 채 입수"

2022-05-25 10:50:31 게재

정규과정에 포함시키고 '국가등급제' 이수수료증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는 생존수영 정책에 관심을 높였다. 그러나 당시 교육부는 '어디서 누가 무엇을 가르칠 것인지' 매뉴얼도 만들지 못했다. 수상인명구조사나 해양구조사 자격증을 가진 이들을 강사로 채용하라는 지침만 줬을 뿐이다.

2017년 내일신문은 조립식 수영장으로 부족한 수영장 시설을 대체하고 '생존수영 등급제'를 제안했다. 교사들은 바다에 나가 생존교육 훈련도 받았다. 하지만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은 이를 정책으로 만들지 못했다.

대구 초중고 학생들이 포항 칠포 바다에서 옷과 신발을 착용한 채 생존교육을 받고 있다. 학생들은 구명조끼 없이 물에뜨기 파도타기 누워뜨기 타인구조 훈련을 마쳤다. 사진 전호성 기자


해양선진국들은 학생들의 재능에 따라 '자가 생존 → 영법 교육 → 타인 구조'까지 이어지는 교육시스템을 갖추고있다. 타인 구조가 가능한 단계까지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이수하지 못하면 졸업할 수 없도록 규정한 학교도 있다.

수영장 수영과 바다나 강에서 하는 생존수영은 차원이 다르다. 불어난 계곡물에 휩쓸리거나 갯바위에서 미끄러졌을 때를 대비해 가르친다. 생존수영 교육은 수영복(수영모자)이나 물안경, 구명조끼를 착용하지 않는다. 평소 입었던 옷을 입고 신발까지 착용하고 물에 들어간다. 수영을 잘해도 젖은 옷이 몸을 휘감으면 당황하게 된다. 이를 극복하는 훈련이다.

#네덜란드의 경우 영아 때부터 생존수영을 가르친다. 만 10세 이전에 스스로 구조법을 터득하고 능력을 검증하는 국가 수영자격증을 취득한다. 정부는 A B C 등급으로 나눠 자격증을 발급한다. 매년 40만명 이상 어린이들이 국가수영자격증을 취득한다.

등록된 생존교육 강사만 3500명에 이른다. A과정은 만 4세부터 시작한다. 수영 튜브, 물안경 등의 보조 기구 없이 일상복을 입은 채로 물 속에서 자유롭게 수영할 수 있어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다.

B과정은 A과정을 마친 후 6개월에서 1년 이상 교육을 받는다. 일상복을 입은 채로 50미터를 수영하거나 잠수해서 바닥에 떨어진 물건 줍기 등 과제를 완수해야 자격증을 받을 수 있다. C과정은 B 과정을 마친 후 진행하는 심화과정이다. 100미터를 4가지 영법(평영, 자유형, 배영, 다리만 움직이는 배영)으로 스스로 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윈드서핑이나 수상스키 등의 수상스포츠를 즐기려면 필수로 C과정을 마쳐야 한다.

#독일도 평소 입던 옷과 신발을 신고 생존수영 교육을 한다. 물에서 오래 버텨야 하는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이빙과 잠수, 구조능력까지 통과해야 졸업을 시키는 학교도 있다.

자유형보다 평영(개구리헤엄)을 더 중요하게 가르친다. 에너지 소모가 적어 오래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초등 2학년부터 중학교 졸업 때까지 '마스터'해야 한다. 수영은 24분 안에 600m를 완주하고 잠수는 2m 이상 깊이에서 링 3개를 찾아야 한다. 3m 높이에서 뛰어내려야 하고 물에 빠진 사람을 구조해 50m 이상 수영하는 게 교육목표다.

#뉴질랜드도 생존수영을 모든 지방정부 교육과정에 담고 있다. 교육부가 공포한 뉴질랜드 교육과정 가이드라인에 따라 각 학교는 자율적인 '학교 교육과정'을 수립한다.

뉴질랜드 교육과정 학습 영역은 영어 예술 보건·체육 제2외국어 수학·통계 과학 사회과학 기술 등 8가지다. 생존수영이 포함된 체육이 3번째 학습영역이다. 수영수업 대부분은 자격이 있는 교사가 진행한다. 30%는 외부강사가, 10%는 부모가 맡는다.

#호주는 교육에 대한 기본 책임이 주 정부에 있다. 연방정부는 재정만 담당하고 규제나 교육과정은 주 정부가 한다. 학교는 주 정부가 정한 교육과정을 준수해야 하지만 역사를 비롯한 체육(생존수영교육)은 연방정부가 공통으로 정해 운영한다.

2012년 호주인명구조회는 호주 전역 학교 교육과정에 수영 필수화를 제안했다. 15~24세 학생 청소년 익사율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총리는 "지난 10년 동안 호주 어린이들의 수영과 수상안전 기술 교육과 관련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호주 교육부는 공립학교의 모든 학생들이 양질의 수영 및 수상안전 교육에 필수로 참여하도록 교과과정으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모든 초등학교의 3, 4, 5학년 학생들은 매년 10일씩 수영 및 수상안전 교육에 참여한다. 졸업 때까지 총 30회 수상안전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호주 정부는 '수영 및 수상안전 기술 국가기준 6등급'을 성취 목표로 설정했다. 200m 수영을 비롯한 수상안전 교육을 받고, 옷을 입은 채로 물에 뜨기 등 '스스로 구조법'을 익힌다. 호주수상안전회가 초등학교 졸업생들에게 권장하는 최소 기준이다.

교육은 자격증을 소지한 교사와 호주 국립 수영 및 수상안전 교육기관 강사들이 진행한다. 모든 초중고 교사들은 '생존교육 국가 자격' 과정을 이수한다.

#영국의 생존수영 교육은 스포츠 정책의 핵심이다. 학교 생존수영을 엘리트 체육 및 생활체육과 더불어 전략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영국왕립생명구조협회의 '국제 생존수영법'은 다양한 국가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인도주의적 목적에서 개발, 온라인에 공개하고 있다. 생존수영의 핵심 내용은 △깊은 물에 들어가기 △머리가 수면 위에 나와있는 상태를 30~90초 가량 유지하기 △원하는 방향으로 10~50미터 이동하기 등이다. 이런 기술을 모두 습득하면 수료증을 준다.

#미국의 생존수영교육의 관심과 투자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아동 사망 원인 중 익사가 가장 높게 나타나면서 영아부터 대학교육까지 생존수영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아동 10만명 당 익사율은 다른 나라에 비해 높은 편이다. 2016년 미국질병관리본부(CDC) 통계에 따르면, 만 0~4세 아동 10만명당 익사율은 2.32명이다. 흑인 아동은 백인 아동에 비해 익사율이 3배나 높았다. 그 차이는 생존교육을 받았느냐 여부다. 미국 적십자 수영교육은 물에 뜨는 법부터 영법수영까지 단계별로 진행한다. 특히 '롱펠로우 고래꼬리 수영안전교육'이 인기다. 만 5~12세 아동을 대상으로 익사를 예방하고 안전한 물놀이를 즐기는 법을 교육하는 프로그램이다. 콜롬비아 MIT 코넬 등 명문 사립대학에서는 학부 졸업을 위해 졸업학기 이전에 수영시험을 통과해야 한다.

해양 선진국들과 달리 한국의 생존수영 교육은 '무엇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에 대한 연구나 준비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시작됐다. 그렇다 보니 시도교육청이나 수업을 하는 강사에 따라 내용과 방법이 제각각이다.

장동입 한국체대 특임교수(대한문화체육교육협회장)는 24일 "사고자가 물에서 오래 버틸 수 있도록 하는 게 생존교육 목표"라며 "지난 10년의 생존수영 교육과정을 돌아보고 위기상황에 대처할 생명 구조 중심의 설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관련기사]
[익사자 줄이는 생존교육 | 인터뷰-안용규 한국체대 총장] "생존수영 교육해도 사고시 90% 사망"

전호성 기자 hsjeon@naeil.com
전호성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