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새우 한번 키워 볼란다. 고래맹키로"

2023-01-03 11:15:53 게재
"고래싸움에 새우 등 터지지 않게 내 새우 몸집 한번 키워볼라 카는데." "얼매나 많은 시간이 걸리든 얼매나 많은 돈을 쏟아 붓든 내 새우 한번 키워 볼란다. 고래맹키로." 지난해 말 큰 인기를 누렸던 TV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에 나오는 재벌그룹 총수 진양철 회장의 대사다.

그는 또 "국내 1위? 니 어디 전국 체전 나가나"라며 해외시장 개척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앞으로는 기술장사 해야 먹고 산다. 반도체는 우리기업의 미래 먹거리다. 반도체가 돈이 되냐꼬? 그게 내 눈에만 보이는 기가?"라며 차세대 성장동력 육성의지를 보여주었다. 올해 세계경제의 부정적 전망이 잇따르는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한번 되짚어 보고, 나아가야 할 방향 아닐까 싶은 대목이다.

현재 세계경제는 주요국의 경기침체와 중국의 성장정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고금리 및 수요위축으로 어려움에 처해 있다. 또 자국우선주의 확산으로 국가간 분업과 협력이 취약해지고,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등 새로 만들어진 무역장벽은 수출 중심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하지만 우리경제는 지금까지 숱한 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지혜롭게 극복해왔다. 이번에도 그럴 것이다. 담대한 기업가정신으로 무장하고 선택과 집중을 통해 효과적인 투자를 한다면 이 위기도 한국경제의 새로운 미래를 여는 기회로 반전시킬 것이다.

기업가정신 분야의 대표적 경제학자로 꼽히는 슘페터는 새로운 생산방법과 상품개발을 기술혁신으로 규정했다. 아울러 기술혁신을 토대로 창조적 파괴(creative destruction)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혁신자라고 정의했다.

슘페터는 혁신자가 지녀야 할 요소로 △신제품 개발 △새로운 생산방법 도입 △신시장 개척 △새로운 원료와 부품의 공급 등을 제시했다. 드라마 속 진양철 회장의 주장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다. 여기에 시대는 인재양성, 공정경쟁, 사회적 책임의식까지 요구한다.

아울러 첨단산업과 주력산업 육성의 투트랙 전략을 본격화할 때다. 우선 새우에서 고래만큼 키운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등 첨단산업은 초격차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공격적인 투자에 나서야 한다. 한편으로는 인재확보에 공을 들여야 한다. 자동차 조선 철강 화학 등 주력산업은 디지털·그린전환을 통해 '고부가가치 신주력산업'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또 △공급망 △기술 △디지털 △탄소중립 등 전략분야를 중심으로 통상-산업-에너지 정책 간 연계를 강화하며 '국부창출형' 통상정책을 구체화해 나아간다면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다.
이재호 기자 jhlee@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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