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양강국 장보고 후예가 연다 | ① 정동훈 만전식품 대표

"김으로 반찬·스낵 넘어선 새로운 부가가치 만들 상상"

2023-04-14 11:42:26 게재

김산업 2세대 경영인 … 성장속도 더 빨라져

글로벌 침체 속 올해 수출 18% 증가 예상

정동훈(41) 만전식품 대표는 세계 시장 1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 김 산업계의 2세 경영인이다. 부친 정재강 만전식품 고문에 이어 2021년 11월 취임했다.

정동훈(왼쪽 두번째) 만전식품 대표가 직원들과 타겟 마케팅회의를 하고 있다. 사진 만전식품 제공


'한국산 김 5억달러 수출 신화의 주역'으로 평가받으며 2017년 장보고대상 대통령상을 수상한 정 고문의 시장개척 유전자(DNA)는 정 대표에게 그대로 이어졌다.

정 대표는 올해 세계 경제 침체 속에서도 만전식품 수출과 매출액은 각각 18%, 21%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입사 이후 계속 성장한 만전식품은 대표 취임 이후 성장속도가 더 빨라졌다.

식품기업으로 기본에 충실하면서 새로운 감각으로 국내외 시장에서 브랜드를 강화하고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는 마케팅에 집중한 성과들이 축적된 결과다. 국내 800여개 김 제조업체들 중 상위 10위권에 있으면서 고급김 제조업체로 이미지가 형성됐다.

내일신문은 6일, 13일 두 차례 전화로 정 대표를 인터뷰했다.

■세계 경제가 침체되면서 지난해 최고 기록을 갱신했던 한국 수산식품 수출도 2월까지는 마이너스 성장인데 만전식품은 어떤가.


수출도 내수를 포함한 전체 매출도 모두 지난해보다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액(원화 환산액)은 304억7000만원, 내수를 합친 매출액은 618억원이었다. 올해 수출액은 360억원, 매출액은 618억원으로 지난해보다 각각 18%, 21%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45개국에 수출하고 있는데 2025년 57개국 700억원 수출과 1000억원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만전식품의 선전요인은 뭔가.

1세대의 역사와 노하우에 2세대의 창조적 아이디어가 결합되면서 제품·시장이 확대되는 것 같다.

우리는 꾸준히 인력과 설비 투자를 하며 시장변화에 적응하고 새로운 부가가치 상품을 개발해 온 역량이 축적돼 왔다. 대를 이어가는 기업은 꾸준히 투자한다. 나는 대학 졸업(경희대 경영학과) 후 식품과 유통 대기업에 다니다가 2012년 만전식품에 합류했는데, 당시 매출액은 150억원 정도였다.

창업자(정재강 전 대표)는 꾸준히 투자하며 수출시장도 앞서 개척했다. 1979년 서울 중부시장에서 '만전상회'로 시작한 창업자는 2006년 국내 조미김업계로는 처음으로 미국 국방부 승인을 받고 전 세계 미군에 '만전 김'을 공급했다.

세계 경제대통령인 미국을 뚫으면 회사 브랜드가치가 높아질 거이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또, 2009년 한국김수출협회 결성 때부터 회장을 맡아 김양식어민·마른김생산업체·김수출기업들이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데 앞장섰다.

내가 입사한 이후에도 계속 투자는 진행됐다. 2018년 마른김을 가공하는 원료김가공공장도 신설하고, 인력도 계속 채용하고 있다. 내가 입사할 때 90명이던 직원은 지금 230여명으로 늘었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소비자들과 브랜드 교감이 중요해 브랜드와 마케팅만 전문으로 하는 팀도 만들었다. 외부에 맡겼을 때는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나 브랜드에서 이견이 생기기도 했지만 내가 대표로 취임한 이후 팀을 만들어 브랜드디자인 등을 스스로 하고 있다. 수출비중은 점점 커져 지금은 내수와 수출이 5대 5 수준이다. 수출을 더 늘려갈 계획이다.

■판매하는 김 종류가 많은데, 시장이 이렇게 다양한가.

분기에 하나씩 신제품이 나오는 추세다. 소비자들이 구매하고 소비하는 재미를 자극한 제품도 계속 개발하는데, 한국인들이 해외여행갈 때 가장 많이 챙기는 세 가지(컵라면 즉석밥 김)에 김이 들어가는 시장조사자료를 보고 개발의욕이 더 커졌다. 여행객을 대상으로 한 제품을 개발, 트래블팩을 출시했는데 시장에서 성공했다. 여름휴가 때 잘 팔렸다.지난해엔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리를 찾아라'에 나오는 월리와 트래블팩을 결합한 제품도 출시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트래블팩만 팔았을 때는 5980원이었는데 월리트래블패키지는 2만9800원이다. 유행의 첨단인 현대백화점 서울 여의도점 신촌점 목동점에서 우리 제품 팝업행사를 했는데, 백화점은 외벽 영상에 우리 홍보영상을 계속 내보내 주었다.

■바이어들도 만전식품의 제품개발을 좋아하나.

과거엔 김은 김이었다. 이제는 김에 새로운 가치를 부가할 수 있는 무엇인가 붙어서 나오기도 하니까 그런 것 재미있어 하는 것 같다. 우리에게 또 재미있는 것 없나, 올해 나올 새 제품을 미리 알려줄 수 없나 하며 물어본다. 창의적인 이미지가 고객사에 전달됐고, 새 제품들이 하나 둘 성공하면서 우리가 제안하면 바이어들이 받아들이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 제품을 밥반찬으로만 생각하면 성장가능성이 줄어들 수 있다. 본질은 김 만드는 회사이고, 수산물을 가공해 유통하는 회사지만 타겟 고객을 수산물 드시는 분으로 한정하지 않고 스낵을 드시는 분, 음식을 소비하는 모든 사람을 우리 잠재고객으로 확장하고 있다. 타겟층이 많아지니까 나이 장소 라이프스타일 등 다양한 층으로 나눠 각 틈새시장 개척을 고민한다. 먹는 김을 넘어서 다른 가치를 제공하는 상품개발도 상상한다.

■원료를 잘 구하는 게 중요할 것 같은데

그렇다. 2018년 원료김가공공장을 만들기 전에는 내가 원료김을 구하기 위해 산지를 다니며 검품하고 구매했다. 오래된 거래처들이어서 품질이 좋았다. 원료김공장을 만든 후에는 우리가 사용하는 원료김 70% 이상을 우리 공장에서 공급한다. 원료를 만들 때부터 어떻게 가공해서 공급할지 계획을 세우고 진행할 수 있다.

■경영자로서 모델로 생각하는 기업이나 기업인은

우리 마케팅팀은 소비자와 교감을 깊게 하는 브랜드를 많이 연구한다. 운동복에 룰루레몬 같은 기업이다. 김은 흥미로운 상품이다. 김을 안 먹어본 사람은 거의 없지만 80~90%는 본인이 먹는 김 브랜드를 모른다. 시장에서 김을 사는 주부들도 비슷하다. 시장조사 자료를 보니 소비자의 60%는 한 번 샀던 김만 사고, 의사결정 하는데 1초 밖에 안 걸린다. 자동차같이 무엇을 살지 비교하고 고민하는 소비자 고관여제품이 아니라 브랜드도 잘 모른채 포장지를 보고 구매하는 저관여제품이다.

이것을 해외시장으로 확대해서 보면, 이런 저관여제품 시장은 우리에게 기회다.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특정 브랜드가 형성돼 있지 않으니까 김 하면 만전이 떠오를 수 있게 해보자는 공감대가 내부에 형성돼 있다. 미국의 요가브랜드 룰루레몬은 가격이 비싸지만 룰루레몬에서 옷을 사고, 룰루레몬을 입고 운동하는 것에 대해 자부심을 갖는 것 같다. 룰루레몬은 치밀한 전략을 세우고 실행하면서 시장에 나왔을 것이다. 김도 계속해서 가치를 배가한 제품을 만드는 시도를 하면 밥반찬에서 벗어나 소비처가 확장될 수 있을 것이다.

공동기획 : 내일신문·신해양강국국민운동본부

["신해양강국 장보고 후예가 연다" 연재기사]

정연근 기자 yg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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