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득 사건, 국가가 4억 배상

2023-11-16 11:17:42 게재

법원 "경찰 부실대응"

국가는 '안인득 방화·살인사건'의 피해 유족에게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4부(박사랑 부장판사)는 15일 A씨 등 4명(원고)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국가는 총 4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판결은 딸과 어머니를 잃은 피해자이자 유족들이 2021년 11월 국가를 상대로 5억3900만원을 배상하라는 소송을 한 지 2년 만이다. 2019년 4월 안인득은 조현병 상태에서 주민 5명을 살해하고 17명을 다치게 했다. 안씨는 이 사건으로 대법원에서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재판부는 "경찰이 안씨에 대해 진단 및 보호신청을 요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조치하지 않은 것은 현저하게 불합리하며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신건강복지법 조항과 경찰 내부 업무지침 등에 따르면 경찰은 정신질환이 있고 자·타해 위험성이 있다고 의심되는 대상자에 대해 행정입원 등 조치를 할 필요가 있다.

안씨는 범행 이전인 2010년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행인에게 칼을 휘둘러 형사처벌을 받았다. 같은 해 공주치료감호소에 입소할 당시 조현병 판정을 받았다. 2016년부터 치료가 중단됐고, 2018년 9월부터 2019년 3월까지 또다시 피해망상에 시달리며 주민들에게 오물 투척과 욕설, 폭력을 일삼았다.

그러자 안씨의 이웃 주민은 2019년 2~3월 경찰에게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으니 안씨를 격리해달라"라거나 "전과나 정신 병력이 없는지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건 처리해도 벌금이 나와 보복할 수 있다. 웬만하면 참는 게 나을 것 같다" "아무 이상 없는 깨끗한 사람"이라고 답한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이처럼 안씨가 범행을 일으키기 전 6개월 간 이웃을 상대로 이상행동을 보여 112 신고가 수차례 이뤄졌지만 경찰의 조치가 없었던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적어도 치료를 거쳐 타인을 해할 위험성을 줄였다면 이 사건 범행처럼 치명적 결과를 부르는 범죄는 예방했을 것"이라면서 경찰의 직무상 의무 위반과 피해자의 사망·상해 간에 인과관계가 있다고 인정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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