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1억대 마스크 수의계약 업체, 50억 날려

2023-11-16 11:17:42 게재

1심 재판서 드러나 … 위약금으로 몰취 당해

중국산 마스크를 수입해 서울시에 납품할 업체가 50억원을 중국 업체에 뜯겨 날린 사실이 법원 재판으로 드러났다. 이 업체는 거액을 뜯겨 피해자 회사라지만 국민은 혈세를 날렸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7부(김옥곤 부장판사)는 피해자 회사에 손해를 끼쳐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3월 10일 자신의 운영회사와 서울시 간 150억원 상당의 KN95 마스크 공급계약을 추진했다. 하지만 계약 이행 보증보험증권을 발급 받지 못해 실제 계약 체결은 무산됐다. 그러자 A씨는 같은 해 3월 26일 이 조건을 승계해 피해자 회사와 서울시가 181억7600만원의 수의계약 체결하게 했다. A씨는 중국 마스크 생산과 공급을 책임지고 주선하기로 했다.

이 계약 당시는 국내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 중으로, 마스크 의무착용에 따라 국내 마스크 수요가 폭증했다. 이에 정부(기획재정부)는 2020년 3월 17일 마스크 수입을 위해 '마스크 및 MB필터'의 관세율을 2020년 3월 18일부터 2020년 6월 30일까지 한시적으로 0%로 인하하는 '할당관세 규정 개정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서울시도 마스크 확보를 위해 총력 하던 중, 중국에서 KN95 마스크를 수입해 납품할 업체로 A씨 운영업체를 선정했던 것이다.

문제는 A씨의 계약을 승계한 피해자 회사였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회사는 서울시와 약정한 2020년 6월 30일로 하는 납품기한 동안에 매주 105만장 이상 총 1200만장을 납품해야 하는데, A씨는 중국 업체가 1200만장 중 200만장을 납품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또 피해자 회사가 2020년 3월 27일 중국 업체에 송금한 돈 중 50억3000만원은 보증금(위약금)으로 몰취될 수 있음을 알면서도 송금하게 했다. A씨는 피해자 회사에게는 손해를, 중국 업체에게는 이득을 얻게 한 혐의로 2022년 9월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이 과정에서 계약서(사문서)를 위조해 행사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A씨는 재판에서 "피해자 회사와 중국측 사이의 마스크 계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은 것은 피해자 회사의 자금능력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피고인은 중국측 공장의 마스크 생산능력 등에 관해 피해자 회사를 속인 사실이 없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계약서를 중국 거래처에 교부하기 전에 피해자 회사의 대표에게 전송했으나 이의를 제기한 사실이 없다"며 "피해자 회사가 동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사문서위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피해자 회사가 중국 내 업체와 계약을 맺을 때 A씨가 피해자 회사를 기망한 사실이 있는지가 쟁점이다.

법원은 A씨가 계약 체결 전부터 3개월 내 마스크 1200만장 전부를 공급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았으면서도 피해자 회사에게 이를 감췄다고 판단했다. A씨는 피해자 회사로부터 컨설팅 대가를 얻으려고 무리하게 이 사건 계약을 추진시켰다는 이유다. 그 결과 피해자 회사는 정작 A씨가 소개한 중국 업체로부터는 200만장을, 나머지 1000만장은 피해자 회사가 발굴한 중국 내 다른 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서울시와의 계약을 완료해야 했다.

재판부는 "중국 업체들(4자)간 계약은 약정기한까지 1200만장을 납품이행을 담보할 수 없는데도 A씨는 이 사실을 피해자 회사에 전혀 고지하지 않았다"며 "A씨는 중국 업체들 사이에 이미 정해진 보증금(위약금)과 납품일정 등 중요사항을 숨겼다"고 지적했다.

이어 "A씨는 마스크 공급 방안 등에 관해 확실하게 정해진 것이 없음에도 피해자 회사에 만연히 확신을 주는 언동을 했다"며 "피해자 회사가 대규모 마스크 거래계약 체결에 나아가도록 해 수십억원의 손해를 떠안게 했다"고 질타했다.

다만 "이 사건 범행은 A씨에게 사기의 확정적인 고의가 있었다기 보다는 중국측 업체들 사이의 계약 내용을 고지하지 않는 방법으로 피해자 회사를 착오에 빠뜨린 것으로 보인다"며 "A씨가 이 사건 범행으로 경제적 이득을 취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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