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십자MS, 시설하자 분쟁서 설비업체에 일부승소

2023-11-22 11:05:35 게재

원료운반로봇 하자로 생산차질

녹십자엠에스가 혈액투석액 생산설비를 하자시공했다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승소했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0부(이세라 부장판사)는 코스닥시장 상장사인 녹십자엠에스가 기계설비업체인 A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 대해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녹십자엠에스는 충북 음성에 혈액투석액 생산공장 신설을 추진했다. 녹십자엠에스는 A사와 혈액투석액 생산공장에 원료인 소금이송 및 조제설비 물품공급계약을 체결하고, 27억7200만원 전액을 지급했다. A사는 2019년 7월 이 설비를 설치했지만, 녹십자엠에스는 설비 검수에만 43주가 걸렸다.

검수를 마친 지 1년이 지난 2021년 5월 녹십자엠에스는 원료운반로봇(시프터)의 하자로 인해 생산차질 등 손해를 봤다며 설비업체를 상대로 10억6900만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설치된 시프터 배관이 원료로 수시로 막히는 문제가 발생했는데, 이 하자를 놓고 양측의 책임공방이 이어졌다. 녹십자엠에스는 시프터와 관련된 기계장비를 새로 설치해야 했고, 검수가 지체돼 혈액투석액 생산계획에도 차질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A사는 납품지연에 대해 녹십자엠에스가 당초 합의된 것과 다른 혈액투석액 원료(소금)를 제공했고, 검수절차에 협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맞섰다. 또 계약에 따라 설치한 장치 자체에는 하자가 없고, 녹십자엠에스가 제습된 공기를 시프터에 주입하지 못해 배관 막힘 현상이 발생했다며 반발했다.

법원은 배관 막힘의 하자는 A사의 설계·제작상 오류에서 비롯된 과실로 판단했다. 설비 내부에 소금이 잘 운반되도록 공기를 통하게 하는 블로워 장치가 잘못 됐다고 봤다. 이러한 문제로 인해 시프터가 원료를 자동 운반할 수 없었고, 검수 자체가 지연됐다고 짚었다. 다만 계약에는 수분 흡착을 잘 해 잘 굳는 소금의 특성을 고려해 소금 포대의 포장과 규격, 소금 경화도 등을 정해 놓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 때문에 녹십자엠에스에 '소금 공급' 책임을 묻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 사건 계약은 턴키 성격의 도급계약이라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계약에는 지연되는 주수마다 지체상금 물도록 정하고 있다"면서 "A사는 계산된 지체상금에서 30% 감액한 돈을 녹십자엠에스에 지급하라"고 밝혔다.

이어 "배관이 막히는 하자는 소금 덩어리가 잘게 분쇄돼 고속으로 시프터를 통과하지 못한 것으로 이를 설계·제작한 A사의 오류에 따른 것이다"면서도 녹십자엠에스의 생산계획 차질은 A사와 관계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A사는 5억3000만원을 녹십자엠에스에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턴키계약은 수급인이 도급인의 목적을 이해 한 후 그에 맞게 설비를 설계, 제작, 설치해 그 성능을 보장하는 계약을 말한다. 반면 일반 도급계약은 도급인과 수급인 사이의 합의된 규격과 사양으로 설비를 제작해 납품하는 계약이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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