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임원 사칭 투자사기 일당 '실형'

2023-11-29 10:59:51 게재

주식 리딩방 운영 … 유흥비로 탕진

대기업 임원을 사칭해 주식사기를 벌인 일당에게 법원이 실형을 선고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단독 유동균 판사는 국내 그룹사의 임원을 사칭한 박 모씨와 윤 모씨, 사회관계망(SNS) 주식투자 대화방(리딩방)을 운영한 김 모씨 등이 공모해 벌인 투자사기 혐의에 대해 징역 4년에서 징역 1년 2개월을 각각 선고했다. 이와 함께 일당들은 공동으로 피해자들에게 3억3000만원을 배상할 것도 명령했다.

검찰에 따르면 일당들은 회사 인수 작업과 주식 투자관계로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였다. 주식 투자자들에게는 시세보다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살 수 있거나, 보유 중 급락한 주식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으면 그 시세 차익만큼 수익이다. 일당은 주식투자자들의 이런 투자심리를 이용했다.

우선 일당은 2020년 5월 그룹사 임원직함을 사칭했다. 이 직함의 그룹계열사로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A사의 주식을 시세보다 낮은 가격에 넘길 수 있는 것처럼 행세했다. 일당은 피해자로부터 A사 발행 보통주 5만주를 1주당 2000원, 총 매매대금 1억원에 넘기기로 하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서를 작성했다. A사 주가는 한 때 '대북 테마주'로 분류돼 급등해 시가총액 3위에 오른 적이 있다.

또 일당은 급락한 주식을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사 줄 수 있을 것처럼 부풀렸다. 투자자들이 보유 중인 주식을 모은 다음 이를 활용해 자금을 만들어 가로챌 의도였다. 범행 대상주식은 전월기준 1주당 1만6000원대였다가 2020년 7월 초 6000원대로 급락한 코스닥 종목이었다. 이 수법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모아 가로챈 주식은 6만5000주, 금액은 4억3000만원 상당에 이른다.

이에 검찰은 2021년 10월 이들 일당을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일당은 법정에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공모사실을 부인했다.

그러나 법원은 서로를 '패밀리'라 부르며 피해자들을 서로에게 소개한 점을 근거로 일당들의 '공모관계'를 인정했다.

유 판사는 "피고인들은 동종 범죄로 징역형을 비롯해 수차례 처벌 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범행을 저질렀다"며 "5억원 가량의 현금과 주식을 편취했으나 피해가 회복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 피고인들이 편취금을 고가의 호텔·레지던스 거주비용, 외제차 렌트비용, 유흥비 등으로 낭비해 피해가 회복될 가능성도 없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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