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체면 구긴 거제시장 재판

2023-12-01 11:21:52 게재

박종우 시장 1심서 당선무효형

검찰 무혐의했다가 '백지구형'

박종우 경남 거제시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으면서 검찰이 체면을 구겼다.

검찰은 당초 박 시장을 무혐의로 불기소처분 했으나 올해 6월 경남선거관리위원회의 재정 신청을 법원이 받아들이면서 기소했다. 검찰은 결심 공판에서 '적의 판단'(백지구형·검사가 형에 대해 특별한 의견이 없으니 법원이 형을 정해달라는 의미)을 요청했다. 혐의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밝힌 셈이지만 재판부는 반대로 유죄를 선고했다.

창원지방법원 통영지원 형사합의1부(김종범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공직선거법상 매수 및 이해유도죄로 불구속 기소된 박종우 거제시장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선출직 공직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가 된다.

경남선관위는 지난해 5월 박 시장 등을 검찰에 고발했으나 검찰은 공직선거법 공소시효 만료 직전인 지난해 11월 중순 박 시장을 피의자 신문으로 소환 조사하고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 대신 검찰은 박 시장 측근 A씨가 서일준 국회의원실 전 직원 B씨 등에게 1300만원을 제공했다며 박 시장을 제외한 이들 2명만 기소하자 박 시장 봐주기 수사 결론이라는 비판이 거세게 쏟아졌다.

법원은 선관위의 재정신청을 심리 6개월 만에 인용했고 검찰은 지난 6월 박 시장을 1300만원 금품 제공에 관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박 시장은 재판에서 관련 혐의를 부인했다.

검찰은 결심공판에서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않고 모순돼 박 시장이 A씨의 범행에 공모·가담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구형 대신 재판부의 판단을 구하는 '백지구형'을 했다.

재판부는 박 시장의 혐의 중 2021년 7월 박 시장이 A씨에게 300만원을 전달한 사실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거제시장 선거 후보자 선출을 위한 당내경선에서 후보자로 선출되고자 A씨를 통해 B씨에게 SNS 홍보활동 등의 대가로 300만원을 제공하고 기부행위를 한 것"이라며 "선거에 금권이 개입해 공정성이 침해되는 것을 방지한다는 공직선거법 처벌법조의 입법취지를 고려해 엄벌할 필요가 있다. 피고인은 당내경선을 통과하고 최종적으로 거제시장에 당선됐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박 시장은 즉각 항소의 뜻을 밝히며 "거제시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고 말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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