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천 없는 '신길온천역' 역명개정반대 소송 '각하'

2023-12-04 11:12:17 게재

법원 "역명 변경은 공익 목적, 법률상 이익 해치지 않아"

온천 없는 '신길온천역'을 '능길역'으로 이름을 바꾸는데 반대한 지역 주민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했지만, 법원이 각하했다. 역명 변경은 공익목적이고, 역명이 바뀌더라도 이해관계자의 법률상 이익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2부(신명희 부장판사)는 A씨 등 12명이 국토교통부 장관을 상대로 낸 역명 개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각하 판결했다. 각하란 소송이 요건을 갖추지 못하거나 판단 대상이 되지 않는 경우 사건 내용을 심리하지 않고 재판을 끝내는 결정이다.

신길온천역은 2000년 7월 지하철 4호선 종점이 안산역에서 오이도역으로 연장되면서 온천 개발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해 정해졌다. 1980년대 지질학자 고 정장출 박사가 인근에 온천수를 발견한 후 지역 특화차원으로 붙여진 이름이지만 온천 개발은 이뤄지지 않았다. 역이름만 보고 온천욕을 하러 왔던 이용객들의 혼란이 뒤따르자, 한국철도공사는 '신길온천역에는 온천이 없습니다'라는 안내문을 부착해야 했다.

이에 안산시는 2020년 10월 국가철도공단(당시 한국철도시설공단)에 능길역으로 이름을 바꿔달라고 요청했다. 국토교통부는 고시에 따라 절차를 진행해 2021년 1월 역명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바꾸기로 의결했다.

그러자 온천발견 권리를 상속한 후손 3명과 '신길온천역'이 들어간 아파트 입주민들 9명 등 총 12명은 2021년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취소를 청구했으나 각하되자, 다시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역명 변경 처분 취소는 행정처분이라 볼 수 없고, 역명 변경으로 원고들의 개별적·직접적·구체적인 법률상 이익이 침해됐다고 할 수 없어 '원고적격'도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례 등에 따르면 행정처분이 소송의 대상이 되기 위해서는 일반 국민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쳐야 한다.

재판부는 "역명 개정은 공공시설인 철도시설을 효율적, 체계적으로 관리 이용하기 위한 공익 목적"이라며 "역명에 관한 지역 주민이나 이해관계인의 권리의무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역명이 개정되면 상속인들의 불이익은 온천에 대한 홍보·광고 효과를 박탈당한다는 것이고, 나머지 원고는 이름 때문에 역세권 아파트라는 프리미엄을 상실하게 된다는 것"이라며 "이는 간접적이거나 사실적·경제적 이해관계에 불과하다"고 각하 이유를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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