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 고의성능 저하' 인정, 소비자에 7만원씩 배상판결

2023-12-07 12:00:46 게재

법원 "고지의무 위반"

애플이 아이폰 운영체제(iOS)를 업데이트하면서 기기 성능을 고의로 떨어뜨렸다며 제기된 소송에서 국내 아이폰 이용자들이 일부 승소했다.

서울고등법원 민사12-3부(박형준 부장판사)는 6일 이 모씨 등 아이폰 사용자 7명이 애플 본사 및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애플코리아가 이씨 등에게 7만원씩 지급하라고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이씨 등은 애플에 재산상 피해에 대해 10만원, 정신적 손해배상으로 10만원씩 총 20만원을 청구했다.

애플이 아이폰 기기 성능을 일부러 떨어뜨렸다는 의혹에 대해 일부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6일 오후 서울 중구에 있는 애플스토어 전경. 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항소심 재판부는 "우리나라 소비자기본법은 '사업자의 책무'로서 사업자는 소비자의 합리적인 선택과 이익을 침해할 거래조건이나 거래방법을 사용해서는 안된다"며 "원고(소비자)들은 업데이트가 기기의 성능을 제한하거나 앱 실행을 지연시키는 현상을 수반될 것이라고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폰은 당시 최상급 성능을 갖춘 고가의 기기였고, 애플도 이를 강조해 홍보했다"며 "업데이트가 비록 전원 꺼짐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라도 그 방식이 중앙처리장치(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일부 제한하는 이상, 애플은 소비자들이 업데이트 여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충분히 설명하고 고지할 의무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들은 업데이트 설치 여부에 관한 선택권 또는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상실했다"며 "고지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애플은 원고들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운영체제 업데이트가 기기를 영구적으로 훼손하지는 않는다며 재산상 피해는 인정하지 않았다.

1심은 아이폰의 성능조절기능이 반드시 사용자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재판부는 업데이트를 유해하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구체적인 내용을 알리지 않았다고 해서 배상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을 대리해 소송을 진행한 김주영 법무법인 한누리 변호사는 2심 선고 직후 "소송을 제기한 지 5년 8개월 만에 이제 항소심에서 배상 판결이 내려져서 다행"이라며 "소송에 참여한 6만여명 중 7명만 항소해 오늘 판결을 받았는데 애플은 나머지 피해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배상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업데이트 시점을 소비자들은 알 수 없고 애플에만 기록이 있는데, 애플이 입증책임을 원고에게 미루다가 법원이 제출하라고 하자 그제서야 제출했다"고 강조했다.

아이폰 고의 성능저하 사건은 애플이 2017년 하반기 구형 아이폰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면서 성능을 의도적으로 떨어뜨리고도 소비자에게 제대로 알리 않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소비자들은 신형 아이폰 판매를 위해 구형의 성능을 떨어뜨렸다고 반발했다. 이후 전 세계에서 애플을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랐다. 이후 국내소비자 6만2806명이 125억여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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