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금지 총회참석, 징계 사유 안돼"

2023-12-11 11:11:51 게재

법원 "회원·근로자 법적지위 달라, 취업규칙 적용 안돼"

국제구호개발 비정부기구(NGO)인 '월드쉐어'가 임시총회에 참석한 직원들을 징계한 것은 부당하다고 법원이 판단했다. 직원들은 단체 회원을 겸하고 있어 취업규칙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3부(최수진 부장판사)는 사단법인 월드쉐어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A씨 등 직원 6명에 대한 부당정직 및 부당해고 구제 재심 판정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했다.

월드쉐어는 2008년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으로, 회사는 상시근로자 100명의 근로자를 두고 저소득 국가 빈곤층을 위한 사업을 수행해왔다. 아울러 법인의 사원에 해당하는 회원에게는 총회를 통해 운영에 참여할 권리를 부여했다.

월드쉐어는 2021년 4월 이 단체에서 부서장·팀장으로 근무하던 A씨 등 6명에 대해 해고 등 징계 조치를 했다. 이들이 2021년 2월 현 이사진을 전원 해임하고 새로운 이사진을 선출하는 불법 임시총회에 참석해 동의했다는 사유였다.

A씨 등은 징계에 불복해 재심을 청구했으나 기각됐다. 재차 부당 징계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지노위)에 구제를 신청했다. 지노위는 "임시총회 참석 행위가 취업규칙에서 정한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이들의 구제 신청을 전부 인용했다.

이에 불복해 월드쉐어는 2021년 9월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 신청을 했으나 기각되자 소송을 냈다.

월드쉐어는 "임시총회 참여를 금지했는데도 A씨 등이 참석한 것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한 반란행위로서 불법성이 있다"라며 "회사의 명예·신용에 손상을 입히고 회사의 규율과 지시를 어겨 질서를 문란하게 한 자는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한 취업규칙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경고문 등을 통해 임시총회 참여를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음에도 A씨 등이 이를 따르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 등이 휴가를 내고 임시총회에 참석했기 때문에 취업규칙을 적용해 징계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사단법인의 구성원인 '사원'은 근로계약 체결에 의해 사단법인에 고용돼 근무하는 '근로자'와는 명확히 구별되는 법적 지위를 갖는다는 이유이다.

재판부는 "참가인들은 각 원고 사단법인의 사원으로서 임시총회 출석권 내지 의결권 등을 행사했고 연가를 사용해 원고에 대한 근로제공의무가 없는 상태에서 임시총회에 참석했다"며 "이를 두고 근로자로서 취업규칙을 위반한 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징계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중앙노동위원회의 재심 판정은 적법하다"며 단체측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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