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레고랜드 강원중도개발공사 70억대 지급책임 벗어

2024-01-02 10:05:51 게재

사업권 양도 안 받아 돈 줄 의무 없어

법원, 원고 패소 판결

춘천 레고랜드 개발시행사인 강원중도개발공사가 70억원대 지급 책임을 벗었다. 사업권을 양도 받지 않아 돈 줄 의무가 없다고 법원이 판단한데 따른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민사합의22부(최욱진 부장판사)는 춘천 레고랜드 참여사인 엘티피코리아·로얄엘피코리아 및 A씨가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상대로 2022년 11월 제기한 '권리 확인 및 부당이득금(사업권 양수도 대금) 청구 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원고들은 2006년 12월 영국 멀린사가 국내에 레고랜드 사업추진을 시작할 때 멀린사와 협약을 맺고 참여한 공동사업자들이다. 이 협약에는 레고랜드 사업이 국내에서 실현될 가능성이 있는지 평가하고, 국내 투자가들을 조직하며 협상할 독점적 권리가 담겨 있었다. 또 유효기간은 18개월로 하되 기간연장(최대 1년)이 가능했다. 양측은 2010년 9월과 2013년 4월에 각각 이 협약을 갱신했다.

원고들은 이 과정에서 2011년 9월 멀린사, 강원도 등과 춘천시 중도동 일원 약 132만2000㎡에 5683억원을 투자하고, '레고 복합리조트 개발사업' 성공을 위해 특수목적법인을 설립하기로 합의했다. 이 합의에 따라 2012년 8월 강원도와 멀린사가 대주주로 참여해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설립했다.

이 소송은 원고들이 2013년 12월 강원중도개발공사와 맺은 춘천 레고랜드 사업권 양수도 계약 당시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었는지가 쟁점이다. 원고들의 사업권 보유가 유효하다면 강원중도개발공사는 계약을 이행(주위적 청구)해야 하고, 사업권을 양수받았으나 비용을 지급하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을 반환(예비적 청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사업권양수도 계약에 따른 양수도대금 67억9600만원, 미지급세금 4억2000만원 등 합계 72억1600만원 및 지연손해금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는 것이 원고들 주장의 요지이다. 

반면 강원중도개발공사는 사업권 보유확인을 구하는 부분은 확정된 관련 민사판결에 어긋난다며 본안 전 항변으로 맞섰다. 민사판결은 원고들의 평가 및 조직·협상권은 '독점적 개발사업권'이 아니다는 판단이다. 이 민사판결은 2016년 4월 엘티피코리아가 강원중도개발공사를 상대로 미지급계약금의 지급을 구하는 소송으로, 1심 패소 후 항소심을 거쳐 대법원에서 심리불속행 기각으로 2018년 1월 확정됐다.

법원은 강원중도개발공사의 손을 들어줬다. 사업권양수도계약의 대상은 독점적 개발사업권이지 '평가 및 조직·협상권'이 아니라는 이유이다. 이에 원고들이 계약 체결 당시 '평가 및 조직·협상권'을 보유하고 있었더라도 사업권양수도계약의 효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없고, 분쟁을 해결하는 유효·적절한 수단도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설령 원고들에게 확인의 이익이 있다고 해도 확정된 전소판결(민사판결)의 기판력으로 이 법원은 그와 다른 판결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확정된 민사판결은 2006년 12월 원고들과 멀린사 사이에 맺은 협약이 사업권양수도계약 당시 유효기간 만료로 소멸·무효가 되었거나 독점적 개발사업권을 취득하지 못한 채 취소·해제됐다고 판단했다"면서 "원고들은 '평가 및 조직·협상권만 보유하였을 뿐 이 사건 사업권을 보유한 바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들의 레고랜드 개발사업권 보유확인(주위적 청구)은 인정하기 어렵다"면서 "사업권 보유를 전제로 한 피고의 부당이득(예비적 청구) 주장도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그러면서 "원고들의 평가 및 조직·협상권 보유에 관한 부분은 부적법하여 각하하고, 나머지 청구는 이유 없어 모두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한편 강원중도개발공사는 2020년 강원특별자치도의 지급보증을 바탕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 2050억원을 발행했으나, 2022년 9월 강원특별자치도가 지급보증을 철회해 부도 처리되면서 채권시장 경색 등 금융시장에 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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