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해외도피 기획부동산업자 '징역 7년'

2024-01-08 11:15:40 게재

법원 "현재가치는 범행때보다 훨씬 상회할 것"

해외도피 기획부동산업자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A씨는 기획부동산 등으로 14억여원을 받아 가로챈 뒤 수사가 시작되자 해외로 도피해 9년을 지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7단독 장수진 판사는 사기 및 사문서위조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징역 7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05년부터 기획부동산 업계에서 일해 오던 중, 2008년부터는 아예 서울 서초구에 업체를 차려 활동해 왔다. 기획부동산은 헐값에 매수한 부동산을 장래 개발예정지라며 매수할 것을 권유해 고가에 분할 매도하는 사기수법 중 하나이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5년부터 2013년까지 오랜 기간에 걸쳐 기획부동산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주로 세상 물정에 어두운 고령의 여성들을 현혹해 부동산을 매수하면 거액의 시세차익을 남길 수 있다는 식으로 사기 범행을 저질렀다. A씨는 공시지가 620만원(1269㎡)에 불과한 춘천시의 산봉우리 임야를 2억7750만원에 팔았고, 양평군 대평리 임야 1815㎡의 경우 원소유자의 매매동의도 없이 피해자들을 속여 2억2300만원을 편취했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들에게 부동산 구입자금을 빌려주면 팔아 3.3㎡당 1만원씩 이자명목으로 지급하겠다고 속여 1억4500만원을 받아 가로챘다. A씨가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기획부동산으로 가로챈 편취금액은 합계 14억여원에 이른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부동산 매매계약서를 위조해 행사한 혐의도 함께 받는다.

A씨는 법정에서 "사기 범행 중 상계의 의사표시는 효력이 없어 미수에 그쳤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의 상계 의사표시로 A씨의 기존 채무가 소멸되는 재산상 이득을 취득해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렀다며 A씨의 주장을 받아주지 않았다. 사기죄에서 재산상의 이익이란 채권을 취득하는 등의 적극적 이익뿐만 아니라 채무를 면제받는 등의 소극적 이익까지 포함한다는 법리에서다.

장 판사는 "피해자 상계의 의사표시로 피고인은 기존 채무가 소멸되는 재산상 이득을 취득해 사기죄는 기수에 이르렀다"면서 "사후적으로 이 상계가 민법에 따라 취소된다거나 그로 인해 피고인의 위 매매대금 지급의무가 부활한다고 하더라도 이미 성립한 사기죄의 죄책을 부인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다수이고, 고령의 피해자들을 기망해 금원을 편취한 점에서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각 범행이 이루어진 기간의 편취금액 현재가치는 범죄사실 기재 금액을 훨씬 상회한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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