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하청노동자 임금체불로 고통"

2024-01-09 11:51:14 게재

건설노조, 50여명 2억원 이상 미지급 … "정직원은 정상 지급, 하도급 업체엔 어음 남발"

최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 건설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이 임금체불로 고통받고 있다고 호소했다.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건설노조)은 8일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공사현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태영건설이 하도급 업체에 어음을 남발하면서 하도급업체 역시 어음을 현금화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태영건설 공사장 앞 임금체불 규탄 기자회견 | 8일 태영건설이 시공 중인 서울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 개발사업 공사장 앞에서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관계자 등이 태영건설 측에 임금체불 문제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이날 태영건설의 성동구 용답동, 중랑구 상봉동 등의 건설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하청노동자들은 태영건설 현장의 체불임금 실태를 고발하고 임금체불 해결을 촉구했다.

참석자들은 "최근 태영건설이 워크아웃 신청 중이지만 태영건설 (정규직) 직원들의 12월 급여는 정상적으로 지급됐다고 한다"면서 "태영건설이 시공한 건설현장의 (하청)노동자들은 11월 임금도 제대로 못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 직원 월급 줄 돈은 있어도 건설노동자 월급 줄 돈은 없다는 것이냐"고 꼬집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태영건설 성동구 용답동 청년주택의 하청업체는 지난해 12월 31일에 지급하기로 했던 11월 임금을 이날 기자회견을 앞두고 지급했다. 태영건설 중랑구 상봉동 청년주택 건설현장의 50여명 하청노동자들은 5억원이 넘는 임금을 체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윤석열정부가 건설노조를 '건폭(建暴, 건설폭력배)몰이' 이후건설현장에 만연한 속칭 '쓰메끼리'(유보임금)의 기간이 길어져 노동자의 생계가 고통받고 있다고 고발했다. '쓰메끼리'는 일한 지 두세 달이 지나서 임금이 지급되는 건설현장 관행을 말한다.

건설노조는 "예전에는 쓰메끼리의 기간이 짧게는 15일, 길어야 30일이었다"면서 "하지만 요즘은 30일은 기본이고 길게는 60일까지 달하고 심지어는 2~3달 임금지급을 유보하면서 결국 임금을 떼이는 체불임금 발생율이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해 9월 발표한 '임금 체불 근절을 위한 대국민 담화문'을 언급하며 "윤석열정부는 임금체불 근절을 위해 모든 역량을 동원할 계획이라고 말했지만 이는 말장난에 불과했음이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한 태영건설은 자구안을 내놨지만 부실하다는 정부 비판 속에 추가 자구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11일 채권자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 날 예정이다.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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