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주담대 비대면 대환대출 유치전 본격화

2024-01-10 11:28:48 게재

먼저 치고 나온 인터넷은행, 어제 조회 몰려

시중은행, 주담대 금리 내리고 각종 이벤트

은행권이 주택담보대출(주담대) 비대면 대환대출의 시작에 맞춰 본격적인 고객 유치전에 나섰다. 인터넷과 모바일상에서 보다 낮은 금리와 조건을 제시하는 금융회사의 주담대 상품으로 편리하게 갈아탈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은행권은 물론 증권사와 보험사 등 제2금융권의 경쟁도 격화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 인프라' 대상에 아파트 주택담보대출이 추가된 9일 서울 시내의 한 건물에 설치된 ATM 앞에서 구동한 대출 비교 플랫폼 모습.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주담대 비대면 대환대출 개시 첫날인 9일 카카오뱅크가 먼저 치고 나왔다. 카카오뱅크는 전날 자사 상품으로 주담대 대환대출을 하는 고객에게 최대 0.7%p 우대금리를 적용한다고 발표했는데, 시행 하루 만에 한도가 소진됐다고 밝혔다. 이 은행 관계자는 "이날 조회 건수가 전달 하루평균에 비해 2배 이상 몰려 수요를 조절하려는 것"이라며 "10일 서비스를 재개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의 주담대 대환 금리는 혼합금리 기준으로 최저 연 3.49% 수준이다.

시중은행은 아직 대환을 위한 별도의 상품을 출시하지는 않았지만 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고정금리는 3.38~5.80%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초(3.82~6.12%)에 비해 금리 상단과 하단이 각각 0.32%p, 0.44%p 내린 수준이다. 특히 금리 하단의 경우 전날 카카오 뱅크가 내놓은 상품보다 더 낮은 수준이다.

주담대 금리가 내려가는 데는 최근 금리인하 기대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주담대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 금리는 지난 5일 3.851%로 지난해 최고점을 보였던 4.81%와 비교해 1%p 가량 하락했다. 시중은행의 금리 하락은 일단 시장금리 조정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향후 대환대출이 빠르게 확산돼 보다 싼 금리로 이동이 시작되면 관련 상품을 내놓을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우리은행은 지난달 주담대 대환대출에 대비해 비대면 상품인 '우리WON주택대출'의 금리를 최대 0.4%p 내렸다. KB국민은행도 지난해 10월 비대면 전용 신상품인 'KB스타 아파트담보대출'을 출시했고, 하나은행도 대환대출 플랫폼 전용상품의 출시를 준비중이다. 신한은행은 금리 자체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9일 별도의 이벤트를 통해 대환 고객잡기에 나섰다. 신한은행은 이날 대환 고객 가운데 선착순 500명을 대상으로 첫달 이자 금액을 최대 20만원 범위에서 포인트로 지원하겠다고 했다.

기존 대형 시중은행이 비대면으로 손쉽게 은행을 갈아탈 수 있는 상황에서 일단은 수세적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지난해 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잔액은 530조원에 달해 전체 주담대 대출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따라서 보다 나은 조건으로 기존 은행의 고객을 유치하려는 인터넷은행과 제2금융권의 공세에 맞서 금리우대와 각종 이벤트를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은 향후 비대면 대환대출의 한도 상한 등에 대해 시장 수요를 보면서 탄력적으로 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자금 이동에 따른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금융기관별로 월간 대환대출 한도를 설정했다.

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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