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재용측 막판까지 '법리 다툼'

2024-01-23 11:20:11 게재

재판 종결후에도 양측 의견서 공방 … 재판부 선고 연기 '고심'

검 "공짜 경영권 승계, 불법"vs 이 "합리적 경영판단, 투명화"

3년 4개월을 끌어온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에 대한 재판이 다시 연기됐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부장판사)는 이 회장의 선고기일을 이달 26일에서 다음달 5일로 변경했다.

검찰과 이 회장측이 재판절차가 종결된 이후 재판부에 수차례 의견서를 냈고, 선고를 나흘 앞둔 이날에도 양측이 의견서를 제출해 추가 검토가 불가피해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막판 고심' 끝에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 사건은 2016년 시민단체들이 이 회장의 경영권 불법승계와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면서 시작됐다. 2018년 11월 금융위원회가 제일모직의 자회사인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분식회계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수사가 본격화됐다.

검찰은 이 회장 등 삼성 관계자들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 위반과 업무상 배임 혐의로 2020년 9월 기소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2015년 5월 이사회를 거쳐 제일모직 주식 1주와 삼성물산 약 3주를 바꾸는 조건으로 합병을 결의했다. 제일모직 지분 23.2%를 보유했던 이 회장(당시 부회장)은 합병 이후 지주회사 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안정적으로 확보해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제일모직 주가는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는 낮추기 위해 그룹 참모 조직인 미래전략실 주도로 거짓 정보 유포, 중요 정보 은폐, 허위 호재 공표, 주요 주주 매수, 국민연금 의결권 확보를 위한 불법 로비, 자사주 집중 매입을 통한 시세조종 등 각종 부정 거래가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그 결과 삼성물산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것이 주요 공소사실이다. 검찰은 삼성물산 이사들을 배임 행위의 주체로, 이 회장을 지시 또는 공모자로 지목했다.

이 회장 등은 제일모직 자회사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해 분식회계를 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원을 구형했다.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그룹 총수의 승계를 위해 자본시장의 근간을 훼손하고 각종 위법행위를 동원한 '삼성식 반칙'의 초격차를 보여준 사건"이라고 했다. 또 "우리 사회는 이미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등으로 삼성의 세금 없는 경영권 승계 방식을 봤다"며 "삼성은 다시금 공짜 경영권 승계를 시도했고 성공시켰다"고도 했다.

반면 이 회장측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고 반박하며 무죄를 주장했다. 이 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두 회사(삼성물산·제일모직)의 합병이 지배구조 투명화와 단순화라는 사회 전반의 요구에 부응하는 것이라 생각했다"며 "검사의 주장처럼 다른 주주에게 피해를 준다거나 다른 주주를 속인다든가 하는 의도가 없었던 것만은 분명하게 말씀드릴 수 있다"고 호소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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