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왕' 배후 업자와 공범, 징역 13년

2024-01-26 11:14:48 게재

353채 빌라보유, 292억원대 전세사기

배후업자 징역 8년보다 5년 더 높아

353채 빌라를 보유하며 292억원대 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 40대 여성이 중형을 선고 받았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7단독 함현지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임대사업자 40대 여성 A씨에 대해 징역 13년을 선고했다.

A씨는 '빌라왕' 배후로 지목된 부동산컨설팅업자 신 모씨와 함께 무자본 갭투기의 깡통전세사기를 벌인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21년 7월 경기 고양시에 임대사업자로 등록한 후 총 353채의 부동산을 서울과 경기, 인천 일대에서 자기 자본 없이 동시진행 수법으로 보유했다.

A씨가 보유한 부동산은 모두 신씨의 소개에 의한 것으로, 2021년 9월~2022년 8월까지 신씨와 공모해 피해자 106명으로부터 전세보증금 292억7100만원을 편취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앞서 법원은 '빌라왕' 배후업자 신씨에 대해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현재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법리검토 중이다. 신씨는 2019년 7월부터 2020년 9월까지 이른바 '빌라왕'을 여러 명 두고 '무자본 갭 투기' 방식으로 다세대 주택을 사들인 뒤 전세 보증금을 가로챈 혐의를 받는다.

조사 결과 신씨는 임대차와 매매계약을 동시에 진행해 자기 자본 없이 빌라 등 매매대금을 충당하는 방법으로 임차인 37명을 속여 보증금 80억300만원을 가로챈 것으로 파악됐다. 신씨는 서울 강서구 일대에서 빌라와 오피스텔 240여채를 매수·임대한 뒤 2021년 7월 제주도에서 숨진 '빌라왕' 정 모씨 범행에 가담한 의혹도 받는다.

A씨는 재판에서 신씨의 말을 듣고 임대사업을 했을 뿐, 피해자들을 속여 전세보증금 상당액을 편취하려는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A씨가 신씨와 공모해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전세보증금을 가로챈 것으로 판단했다. A씨가 부동산 매수를 시작한 시기는 이미 다주택자가 새로 취득하는 주택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의 합산과세, 양도소득세의 중과 등에 관련된 정책이 시행된 이후로, 이를 알고 있었다는 이유이다.

함 판사는 "A씨가 부동산을 매수하면서 취등록세 등 통상 매수인이 부담해야 하는 비용도 전혀 부담하지 않았고, 임대차 건물에 관련된 민원사항은 신씨와 그의 직원들이 처리했다"며 "A씨는 동시진행으로 부동산을 매매하면서 매매가가 전세가보다 조금 높게 보이도록 가장거래하고, 전세자금일자와 매매일자를 차이나게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들은 주거 목적으로 부동산을 임차했다"며 "피해자들 모두 A씨가 무자본 갭투기 방식으로 수백 채 부동산을 소유한 임대사업자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임대차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A씨가 사실관계를 대체로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전세사기 특성상 편취액 전체가 최종적인 경제적 피해로 확정되지 않는 점, 편취액 중 일부는 피해자들이나 주택도시보증공사의 강제경매 등의 절차를 통해 회복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점 등을 양형이유로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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