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시론

AI반도체, 산업지형을 바꾼다

2024-02-29 13:00:01 게재

반도체산업은 미국이 1950년대 관련 기술을 개발한 후 글로벌 시장에서 절대적 지위를 확보했다. 1980년대 이후엔 반도체산업의 중심이 메모리 중심 우리나라를 비롯해 일본 대만 중국 등으로 옮아갔다. 그 과정에서 반도체 가치사슬은 효율성의 관점에서 설계를 전문적으로 하는 미국 팹리스(Fabless) 기업들을 중심으로 세계적인 분업화가 이뤄졌고, 공급망도 설계 제조 소재 부품 장비 등으로 분화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미국 증시에서 인공지능(AI)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NVDA)가 놀라운 속도로 질주하며 산업지형도를 바꿔놓고 있다. 기술적 해자(Moat)와 높은 성장성, 시장 확장성이라는 탁월함을 무기로 가지고서다.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 2010년 이후 공고했던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애플(AAPL)의 지위를 위협하는 것은 물론 2010년대 중반 이후 거의 변동이 없었던 알파벳(GOOGL)과 아마존(AMZN) 메타(META) 등 주요 빅테크 기업의 순위까지 흔들었다. 소프트웨어나 서비스 기업이 아닌 제조업에서 미국 S&P 500 시가총액 3위에 오른 엔비디아의 질주는 인공지능(AI)과 결합된 산업이 앞으로 미국을 비롯해 글로벌 시장을 이끌어갈 것을 예고한다.

티핑포인트를 넘어선 AI

미국 증시에서 상위 10위권을 형성했던 기업의들의 면모를 살펴보자. 1990년대의 상당 기간 시총 1위를 차지했던 기업은 미국 최대 석유업체 엑슨모빌(XOM)의 전신인 엑슨이었다. 엑슨모빌은 1999년 합병으로 현재의 이름을 갖게 됐다. 엑슨모빌은 1996년까지 시총 1위 자리를 지켰으나 1997년 코카콜라에 1위를 내줬으며, 1998년에는 제너럴일렉트릭(GE)이 1위에 올랐다. 1999년부터 2004년까지는 MS가 1위를 차지한다.

2005년 이후 2011년까지는 1990년대 강자 엑슨모빌이 다시 시총 1위 기업으로 한동안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엑슨모빌은 이후 에너지 업계 흐름을 파악하지 못하고 기존 석유 사업 확장에만 집중하면서 전체 시총 1위 자리를 내줬을 뿐만 아니라 에너지 부문 시총 1위 자리도 흔들렸다.

그동안 MS를 비롯한 애플 알파벳 IBM 등 기술기업들이 꾸준히 강세를 보이며 몸집을 키운 가운데 2013년에는 모바일 시대를 주도하는 선두주자로 애플이 시총 1위에 올라선다. 2013년 시총 순위는 1위 애플, 2위 엑슨모빌, 3위 MS, 4위 알파벳, 5위 GE, 6위 존슨앤드존슨, 7위 월마트, 8위 셰브론, 9위 웰스파고, 10위 프록터&갬블 순이다. 이후 애플은 2019년 MS에 1위를 내주기도 했으나 2023년까지 시총 1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해 들어 1월 12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에서 MS 시총은 2조8870억달러로 애플(시총 2조8750억달러)을 뛰어넘었다. MS 기업 가치가 오른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있다. 챗GPT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픈AI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여타 빅테크보다 선제적으로 AI 시장을 주도적으로 끌어갔기 때문이다.

엔비디아는 2021년 S&P 500 상위 10대 기업 명단에 애플 MS 알파벳 아마존 테슬라 메타에 이어 7위로 등장한다. 그러다 2022년 10위 밖으로 밀려났지만 23년 9월 29일 5위로 다시 등장한 데 이어 올해 AI 반도체 시장의 80%를 장악하면서 3위로 상승한다. 엔비디아의 젠슨 황 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 AI는 이제 티핑포인트(Tipping point, 전환점)에 도달했다. 기업과 산업, 국가 전반에 걸쳐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급등하고 있다”며 초고속 성장의 배경을 밝혔다.

' M7'에 뒤이어 주도주를 형성하는 'AI5'

엔비디아 효과로 27일(현지시간) 기준 미국 주식시장 시가총액 상위 10위 그룹에 대만 파운드리 기업 TSMC(ADR 상장)가 8위로, 미국 반도체 업체 브로드컴이 10위로 올라있다. 이뿐 아니다. ‘잃어버린 20년’ 이후 최근 최대 상승폭을 자랑하는 도쿄 증시에는 미 증시의 매그니피센트7(M7) 일본 버전인 ‘사무라이 7’ 기업이 있는데 어드반테스트 도쿄일렉트론 디스코 등 3개 반도체 기업이 올라와 토요타자동차 미쓰비시상사 스바루 스크린홀딩스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는 M7의 뒤를 이어 엔비디아의 경쟁자인 AMD,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 TSMC, 브로드컴,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에 100억달러(약 13조3200억원)를 투자한 MS 등 5개 종목을 묶어 ‘AI5’로 부르기도 한다. M7에서도 시총 3위를 묶어 MS 메타 엔비디아만 따로 분류해 AI시대를 주도하는 MnM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바야흐로 AI기업과 AI반도체 시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안찬수 오피니언 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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