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면법인 인수 부동산 취득, 중과세 ‘정당’

2024-03-11 13:00:35 게재

법원 “명의만 빌려 부동산 개발 … 규제 회피 의도”

사업실적이 없는 휴면법인을 인수해 부동산을 취득한 사업체에 취득세 중과세율을 적용한 지방자치단체의 처분은 적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5부(김순열 부장판사)는 A사가 서울시 영등포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취득세 부과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원고 패소 판결했다.

부동산 신탁업체인 A사는 2016년과 2017년 두 차례에 걸쳐 컴퓨터 시스템 개발업체인 B사를 인수하고, B사의 목적사업을 부동산 개발업으로 변경했다. A사는 2019년 2월 B사와 신탁계약을 맺고 B사가 취득한 영등포구 내 부동산을 개발해 건물을 신축한 뒤 이듬해 12월 자사 앞으로 소유권을 이전했다.

구청은 A사가 휴면법인을 통해 부동산을 취득한 것으로 보고 지방세법상 중과세율을 적용해 취득세, 지방교육세 등 7억9800만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A사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A사는 소송에서 “2차 법인 인수일 기준으로 부동산 개발업을 위한 다양한 사업활동을 했으므로 휴면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면서 “1차 법인 인수일 기준으로 판단한다고 해도, 그 이전 2개년도 사업활동을 했다”며 위법한 처분이라고 주장했다.

법원은 인수 당시인 2016년 11월 당시 B사가 휴면법인이 맞았다고 보고 영등포구청의 손을 들어줬다.

지방세법령은 법인 인수일 이전 2년 이상 사업실적이 없고 인수일 이후 1년 이내에 임원의 절반 이상을 교체한 경우 휴면법인으로 본다. 또 휴면 법인을 인수한 뒤 5년 이내에 해당 법인을 통해 대도시 내 부동산을 취득하면 중과세 대상으로 판단해 중과세율 8%를 부과한다.

재판부는 “1차 법인 인수 이전 2년간 정상적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하지 않았기 때문에 사업 실적이 발생하지 않았다고 봄이 타당하다”면서 “설령 원고 주장대로 2차 법인 인수 시점 기준 휴면법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1차 법인 인수 시점을 기준으로 5년 이내에 대도시의 부동산을 취득하였다면 지방세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사업활동 영위했다는 A사 주장에도 “A사가 인수하기 전까지 B사는 부동산 개발업과 무관한 사업을 했던 점을 고려하면, A사는 미리 이사건 회사 명의만을 빌려 관련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런 활동을 사업 실적으로 인정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는 회사 인수전에 이미 부동산 개발사업 추진 의사를 갖고 사업 실적이 없었던 회사를 뒤늦게 인수하는 형식을 취하고 사업 활동을 영위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해 대도시 내 부동산 취득에 따른 중 과세 규제를 회피할 의도가 있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고 밝혔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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