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추징금 안낸 위법소득 과세 정당”

2024-03-12 12:24:20 게재

범죄행위 이득 박탈 목적에 부합

추징금을 내지 않은 위법소득에 대한 세금부과는 정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합의8부(이정희 부장판사)는 A씨가 세무당국을 상대로 제기한 종합소득세 부과 처분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A씨는 금융회사 임직으로 재직하면서 대출을 알선해 준 대가로 1억1000만원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지난 2019년 징역 1년 6개월과 추징금 1억1000만원을 확정받았다. 세무당국은 A씨가 받은 1억1000만원이 기타소득에 해당한다고 보고 3600만원의 종합소득세를 부과했다.

A씨는 위법소득이지만 그대로 추징당해 결과적으로 보유하지는 못해 경제적 이익을 상실했기 때문에 이를 과세대상으로 삼는 것은 부당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과세당국의 처분에 위법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과세당국의 손을 들어줬다. 범죄수익의 위법소득에 대해선 과세를 먼저 한 후에 환수절차가 완료됐는지 확인절차를 밟아 과세조정한다. 하지만 A씨가 추징금을 모두 납부했다거나 해당 추징금에 대해 국가기관이 집행을 완료했다는 사정을 확인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위법소득이 상실될 가능성이 없어진 뒤에야 과세할 수 있다면 위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를 적법하게 소득을 얻은 자보다 우대하는 셈이 돼 조세정의에 반한다”면서 “사후 위법소득이 절차에 따라 환수돼 위법소득에 내재된 경제적 이익 상실가능성이 현실화된 경우에는 그때 소득이 실현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이를 조정하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대법원 판례에 따라 형법상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에서 몰수나 추징을 하는 것은 범죄 행위로 인한 이득을 박탈해 부정한 이익을 보유하지 못하게 하는 데 목적이 있다. 때문에 일단 과세를 하되, 몰수·추징이 이뤄졌다면 납세자가 사후에 경정청구를 해 납세의무에서 벗어나면 된다는 취지다.

서원호 기자 o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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