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의 이스라엘 공격 약속대련?

2024-04-15 13:00:01 게재

공격전 미국과 조율 정황 … 향후 이스라엘 대응에 따라 판도 바뀔 듯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는 14일 오후 4시(현지시간)부터 긴급회의를 소집해 전날 있었던 이란의 이스라엘 공격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다. 안보리에서 아미르 사에이드 이라바니 유엔 주재 이란 대사(윗테이블 오른쪽에서 두번째) 발언을 이스라엘 대사(아래 맨왼쪽)가 듣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말 사이 이란의 이스라엘 본토 공습 소식이 세계를 강타했다. 오랫동안 이스라엘과 ‘그림자 전쟁’을 벌여오던 이란이 전면에 등장하면서 자칫 ‘가자전쟁’이 ‘중동전쟁’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작동했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확전 방지에 분주한 모습이다. 주요 7개국(G7) 정상들의 화상회의에 이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즉각 소집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미 우크라이나전쟁과 가자전쟁이라는 두 개의 전쟁을 치르고 있는 세계가 또 다른 전쟁을 더 치르는 것은 더 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14일(현지시간) 안보리 회의에 출석해 “중동 지역은 물론 세계 역시 더 이상의 전쟁은 감당할 수 없다”면서 “지금은 (각 국이) 진정하고 긴장을 완화할 시기이며 최대한 자제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국제사회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중동정세는 한 치 앞을 예상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일말의 여지도 감지된다. 이번 이란의 공격은 사전에 충분히 예견된 사안이다. 지난 1일 시리아 주재 이란 영사관에 대한 폭격으로 다수의 이란 혁명수비대 장성들이 숨졌다. 다른 나라에 있다고 하더라도 영사관에 대한 공격은 본토 공격과 거의 같은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공격받은 이란 입장에서는 주권국가로서 결코 묵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최고지도자까지 나서서 보복을 공언했다. 지난주 미국 언론들은 주말 사이에 이란의 보복 공격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번 이란의 공격이 예상 범주에 있었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이란이 이스라엘 공격에 앞서 미국과 조율한 정황도 포착됐다.

14일 로이터 통신은 튀르키예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이란이 이스라엘에 대한 작전 계획을 튀르키예에 미리 통보했다”고 보도했다. 이 소식통은 “당시 이란은 자신의 군사작전이 ‘영사관 공격’에 대응하는 것 뿐이며 그 이상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튀르키예를 통해 미국에 전달했다”고 말했다.

미국 역시 튀르키예를 통해 “작전은 일정한 한도 내에서만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이란에 주문했다고 전했다. 미국과 이란이 직접 대화를 하진 않았지만 튀르키예를 중재자로 해서 일종의 가이드라인을 설정한 셈이다. 양측 모두 더 이상 확전을 원치 않는 측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한 셈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이란 공습의 규모에 비해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점이다. 무인기(드론)와 미사일 300여기를 동원해 5시간 가까이 이스라엘 전역을 공격했지만 99%가 요격되면서 인명 피해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이란은 이스라엘의 공군기지가 크게 피해를 입었다고 밝히는 등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실질적 피해보다는 영사관 공격에 대응하고 응징했다는 명분을 세우는 쪽에 오히려 무게가 실린 모습이다. 미국이 말한 ‘일정한 한도 내’ 공격과 오버랩되는 대목이다. 물론 물리적 충돌이나 전쟁에는 무수한 우발적 요소가 작용하는 만큼 함부로 예단하기 어렵지만 여기까지만 보면 일종의 ‘약속대련’ 같은 모양새다.

문제는 이스라엘의 대응이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이끄는 전시내각은 가자전쟁을 통해 국제사회로부터 철저히 고립됐다. 지난해 10월 하마스의 선제공격을 받은 쪽은 이스라엘이었다. 그러나 지난 반년 동안 반격을 하는 과정에서 이스라엘은 비례대응의 원칙도 무시했고, 국제사회의 각종 요구와 압박도 외면했다.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민간인 살상을 서슴지 않았고 최근에는 국제구호단체 차량까지 공격하면서 국제사회가 경악했다.

그동안 마지막 버팀목이 돼 주던 미국까지 도저히 역성을 들어주기 힘든 상황이 되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네타냐후 행정부를 정면으로 비판할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벌어진 이란의 공격은 이스라엘의 국제적 고립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비판과 함께 퇴진 압박에 시달리던 네타냐후 행정부의 생명줄이 다시 연장된 셈이다. 따라서 네타냐후 행정부는 이번 이란과의 충돌을 조기에 마무리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스라엘의 대응 수위가 어느 선에서 결정날 지 그리고 미국이 얼마나 진정시킬 수 있을 지가 확전여부를 가르는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미국 뉴욕타임스는 2명의 이스라엘 관료를 인용해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통화 직후 당초 공언한 것과 달리 보복방안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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