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쓰디쓴’ 유통재벌 희망퇴직
유통재벌이 때아닌 인력구조조정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롯데가 먼저 포문을 열었다. 롯데백화점은 올초 20년 이상 근속자를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았다. 창사 이래 첫 희망퇴직이었던 2021년에 이어 두번째다. 말은 ‘희망’퇴직이지만 실적부진에 따른 인력구조조정이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해 매출·영업이익 모두 크게 뒷걸음질쳤다.
다행히 희망퇴직 조건은 나쁘지 않았다. 기본급 36개월치에 위로금 학자금 등을 제안했다. 롯데백화점이 희망퇴직위로금으로 1분기에만 270억원을 썼다. 대상자 4000여명 가운데 100명 안팎 직원이 희망퇴직을 택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만큼 대대적인 희망퇴직이었고 내부에선 경영진 인사에 불만이 터져나왔다.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이 수두룩한데 2년 동안 이렇다 할 정책과 성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위기 돌파구를 공채직원 구조조정에서 찾는 게 아니냐며 볼멘소리가 쏟아졌다. 공교롭게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장남 신유열(37) 롯데케미칼 상무도 이때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희망퇴직에 손을 든 직원들은 ‘쓰디쓴’ 뒷맛을 맛봐야 했다.
또 다른 유통재벌 이마트는 지지난달 근속 15년 이상 직원을 대상으로 사상 첫 희망퇴직을 받았다. 지난해 창사 이래 처음으로 260억원대 영업손실을 낸 이마트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직원들 반발 강도는 롯데보다 셌다. 불만도 적나라했다.
이마트 노동조합은 성명을 내고 “산업이 전환되는 시점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시장은 선도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쫓아다니다 ‘닭 쫓던 개’와 유사한 상황이 돼버렸다”며 “지난해 이자비용만 4000억원 가까이 지급하는 이마트 현실이 참담하다”고 비판했다. 회사 경영은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직원들에게만 희생을 강요하는 것 아니냐며 대놓고 따졌다.
정용진 회장 역시 롯데 신 전무처럼 희망퇴직 진행 중에(3월 8일) 부회장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 이마트측은 “정 회장 승진은 사장에서 부회장 승진 후 18년 만이며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했기 때문”이라고 승진의 변을 내놨다.
노조는 “엄혹한 시절에 (정용진) 본인은 회장님 되시고 직원들은 구조조정 하는 현실을 우리는 어찌 받아들여야 할까”라며 “신세계를 국내 11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사원들이 이제 패잔병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력한 리더십보다 포용과 신뢰가 더 필요한 게 아니었냐는 호소로 읽히는 대목이다. 불황일수록 직원에 더 투자하는 중견기업(시몬스침대) 같은 역발상은 아니더라도 직원 뒤통수치는 구조조정은 삼갔어야 했다는 얘기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듯 강력한 리더십은 직원으로부터 나온다. 쓰디쓴 희망퇴직이 ‘바른답’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