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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에너지경제를 위한 3가지 중립

2025-02-17 13:00:04 게재

‘어려울수록 기본으로 돌아가라’라는 말이 있다. 정치적 혼돈 속에서 트럼프 2.0시대 돌파구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말이다.

생태경제학자 조영탁, 탄소중립과 에너지체제 개혁을 말하다 조영탁/ 보고사/ 1만5000원

이 책은 새로운 에너지경제 체제 수립을 위해 우리가 놓쳐서는 안 될 근본적인 고민들을 담았다. 저자는 새로운 에너지 체제를 만들기 위해서 △전력정책의 진영중립 △전력시장의 규제중립 △전력망의 이해중립 등 3가지 중립을 구현하는 게 가장 핵심이라고 강조한다. 에너지계획의 수립과정이 ‘과잉 정치화’ 될수록 그 내용은 ‘과소 전문화’ 되고, 특정 전원(원전이든 재생에너지든)에 대한 ‘정치적 확신’이 강할수록 ‘해당 계획의 불확실성’은 커진다는 얘기를 잊어서는 안 된다.

이 시점에서 정치권의 진정한 역할에 대해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저자는 “특정 에너지원에 대해 서로 다른 정치적 선호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들 간의 이견을 조정해서 최소한의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이 에너지정치의 몫이고 정치권이 존재하는 이유”라며 “하지만 역대 정부와 정당은 이들 에너지원 간의 대립과 갈등을 오히려 증폭시키고 특정 에너지원을 국가주도적으로 밀어붙이는 경향을 보였다”고 비판한다. 결국 정당정치의 진영 편향이 에너지 정책에도 그대로 투영된 셈이다.

저자는 에너지 문제에 대한 국가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에너지산업은 무조건 국가와 공기업이 주도해야 한다는 ‘전력산업의 국가주의’는 1960년대 개발 연대기의 산물이고 세계적으로 별로 통용되지 않는 체제라고 지적한다.

원전 역시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원전 필요성은 이해할 수 있으나 정부 지원 축소와 시장 기능 활성화라는 원칙을 원전에는 엄격히 적용하지 않는 ‘원전 국가주의’ 역시 문제라고 강조한다. 또한 장기간 극심한 갈등과 소모적인 정쟁을 유발한 원전 올인 정책과 탈원전 간의 대립 구도에는 국가주의라는 요소가 공통적으로 작용한다고 분석한다.

저자는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은 정부주도의 계획 수치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며 “민간과 시장의 역동성이 가미되어야만 탄력을 받을 수 있고 정치구호에 시장신호가 결합될 때 실현가능성이 높아진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각종 언론에 기고한 글이나 인터뷰 등을 한곳에 모은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기존 글들을 한데 엮는 일에 그치지 않았다. 기존 글들은 △탄소중립과 온실가스 감축문제 △에너지정치와 정책거버넌스 개혁 △전력계획과 전력시장의 개혁 △전원믹스, 전력망과 분산화 △진영편향의 에너지정치 넘어서기 등과 같은 큰 주제를 풀어내기 위한 재료 역할을 한다. 탄탄한 논리의 글들을 토대로 새로운 통찰력을 제시하는 게 특징이다.

저자의 주요 논문으로 ‘생태경제학의 방법론과 비전’ ‘한국의 전력수급계획과 원전문제’ ‘이명박정부의 녹새규딜과 한국경제의 생태적 뉴딜’ ‘한국경제의 그린 뉴딜과 탄소중립을 위한 전환과제’ 등이 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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