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생물다양성 증진 평가체계 시급
국제금융시장서 커지는 자연자본
관련법 개정, 민간 참여 근거 마련
“기업들이 벌이는 환경·사회·투명 경영(ESG) 관련 업무가 제대로 평가받고 사람들에게 인식될 수 있다면 좀 더 동기 부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회사 본업과 환경의 연계성이 덜하다면 아무래도 적극적으로 환경·사회·투명 경영에 뛰어들기가 쉽지는 않거든요.”
2월 28일 DB손해보험 관계자의 말이다. DB손해보험은 2019년부터 동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차세대 생태학자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및 연구프로그램인 ‘국제생태학교(IES)’를 후원하는 등 다양한 환경·사회·투명 경영 활동을 벌이는 중이다.
2022년 12월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열린 ‘제15차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총회(COP15)’에서 기업활동의 생물다양성 영향 및 의존도 등을 공시하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합의하는 등 국제사회를 중심으로 훼손된 자연환경의 복원과 생물다양성을 고려한 기업 경영에 대한 압력이 커지고 있다. 2024년 콜롬비아 칼리에서 열린 제16차 유엔 생물다양성협약 당사국 총회(COP16)에서는 생물다양성 크레디트와 관련한 논의가 활발했다.
생물다양성 크레딧은 탄소배출량 감축을 위한 탄소배출 크레딧과 유사한 개념으로 기업이 생물다양성 손실 억제를 위한 사업에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영국과 프랑스 등은 2023년 생물다양성 크레딧 개발과 유통 활용 등을 위한 국제 생물다양성 크레딧 자문 패널을 공동으로 출범시킨 바 있다.
세계적인 환경경제학 석학인 파르타 다스굽타(Partha Dasgupta)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석좌교수는 ‘생물다양성의 경제학:다스굽타 리뷰’ 보고서에서 자연을 경제활동의 자산으로 간주하고 경제적 성과를 따질 때 자연 훼손 정도를 반영하자고 주장했다. 또한 국내총생산(GDP)의 대안적 개념으로 포용적 부(Inclusive Wealth)를 제시한 바 있다. 포용적 부란 국가의 부를 평가할 때 도로 건물 등 인공자본과 교육 건강 등 인적자본 외에도 숲 물 토양 등 자연자본까지 포함해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방식이다. 이는 경제성장만을 중시하는 GDP와 달리 환경 파괴로 인한 실질적 손실을 국가 경제지표에 반영하자는 취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국제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최근 관련 제도들을 만들고는 있다.2월 27일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이러한 움직임 중 하나다. 이번에 국회를 통과한 자연환경보전법 개정안은 자연환경복원사업 민간참여 근거를 마련하고 우수 복원사업 인증제를 도입하는 게 주요내용이다. 자연환경보전사업 대행자 등록 및 자연환경복원지원센터 설치 근거도 마련했다. 일정 요건을 갖춘 기관을 자연환경복원 지원센터로 지정해 △민간참여 사업 컨설팅 △우수 복원사업 인증 등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를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미 운영 중인 도시숲 지원센터와 녹색건축센터 등이 비슷한 사례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당장 기업들의 활동이 생물다양성 증진에 얼마나 기여를 했는지 평가하는 체계를 정교화하는 게 급선무다. 기업이 자연환경복원사업에 참여하는 방식은 △자연환경복원에 필요한 재산·토지 등을 기부 △자연환경복원사업을 직접 실시한 지역을 기부 △민간이 보유한 재산을 무상대여 등 다양할 수 있다. 하지만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이 일지 않도록 제대로 된 관리는 기본이다.
이번 개정 법안은 지난주 정부로 이송이 됐고 11일 국무회의에서 심의될 예정이다. 이후 대통령 재가를 거쳐 공포된 다음 1년 뒤에 시행된다. 이르면 내년 3월 중순쯤부터 적용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준비기간이 넉넉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5일 환경부 관계자는 “기업들의 활동이 실제 생물다양성 증진에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측정방법을 정교화해야 한다”며 “외국에서 시행하는 방법들이 있지만 우리나라 실정과 안맞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관련 연구용역을 실시 중”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