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 고교를 가다 (1) -과학영재학교 경기과학고등학교

2014-04-09 09:02:25 게재

1% 과학영재, 재능·인성 모두 갖춘 인재로 키운다!

우리나라 최상위 레벨의 영재들만 입학할 수 있다는 대표적인 고등학교 중 한 곳인 ‘경기과학고등학교(교장 박완규)’. 이 학교 학생들은 어떻게 공부하며 생활하고 있을까? 입시에 대한 정보들은 제법 많이 공개되는 반면, 학생들의 공부와 생활에 대한 내용은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그래서 리포터는 과학영재학교에 관심이 많은 중학생 3명과 함께 경기과학고를 찾았다. 리포터와 함께 동행 한 학생은 모지수(광남중3), 고은서(자양중3), 김민성(중계중2) 학생이다. 경기과학고 교사들의 도움으로 학교 이곳저곳을 살펴보고 궁금한 것을 물었다.


 

글로벌 과학영재의 산실 ‘경기과학고등학교’
3월말의 경기과학고 교정은 싱그러웠다. 나무들은 새싹을 틔우고 있었고, 새학기를 시작한 학생들에게서는 묘한 긴장감과 흥분이 느껴졌다. 
경기과학고 교사들의 안내로 먼저 찾은 곳은 경기과학고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홍보관’이다.
과학영재학교인 경기과학고는 지난 1983년 우리나라 최초의 과학고등학교로 설립, 2010년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됐다. 과학영재학교로 전환된 이후 경기과학고는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대대적인 물적·인적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그에 따른 각종 결과도 눈에 띄게 향상됐다.
한참 설명을 듣던 고은서 학생이 “선생님, 그런데 경기과학고를 졸업하면 진로는 어떻게 되나요? 그리고 어느 대학으로 많이 가나요?”라고 묻는다. 이에 최종욱 교사는 “2014학년도 대입에서 경기과학고 학생들은 카이스트 92명, 포스텍 36명, 서울대 74명, 고려대 53명, 연세대 67명 등에 합격했습니다. 중복 합격이 많아서 실제 등록은 카이스트 20명, 포스텍 4명, 서울대 64명, 고려대 9명 연세대 14명 등이었죠. 대부분 이공계입니다. 이렇게 이공계로 진출한 경기과학고 출신 학생들이 우리나라 과학 발전을 이끄는 핵심 인재들이 됩니다”라고 설명했다.
홍보관을 둘러본 후 투어는 식당, 기숙사, 체육시설 등으로 이어졌다. 경기과학고는 전교생이 기숙사 생활을 한다. 3인 1실을 사용하고 모든 식사는 학교식당에서 제공된다. 여학생의 비율이 10% 정도로 남학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다. 음악실, 미술실, 헬스장 등은 항상 개방되어 있어 휴식을 취할 때 누구나 이용이 가능하다. 헬스장의 경우 전문 트레이너로부터 개인 강습을 받을 수도 있다.

영재들을 위한 맞춤식 시설과 교육시스템
경기과학고의 교정은 작은 대학 캠퍼스를 연상시킨다. 건물의 규모부터 각종 시설, 학생들의 자유로운 모습까지. 이게 신기했던지 모지수 학생이 “수업시간에 운동도 하고 자유롭게 다녀도 되나요?”라고 질문을 던졌다. “경기과학고 학생들은 대학생들처럼 원하는 과목을 신청해서 듣는 시스템입니다. 학생 스스로 학기별 이수 과목과 이수 단위를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무학년 무학급제죠. 졸업할 때까지 172학점을 이수하면 됩니다. 그래서 어떤 학생은 하루에 4∼5시간만 수업을 듣고 개별 연구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짧은 질문과 답이 이어지는 동안 마지막 견학 장소인 ‘과학영재연구센터’에 도착했다. 경기과학고의 핵심 시설이면서 학생들의 실제 연구 모습을 볼 수 있는 이 과학영재연구센터는 천체관측시설과 고성능 현미경 등 첨단 실험기기가 설치된 연구 및 실험 전문센터이다. 전공 영역에 따라 각 층별로 나누어져서 전문 연구를 하게 된다.
과학영재연구센터 생물연구실에서 실험 과정을 직접 체험하고 선배들과 컴퓨터 프로그램 제작과정을 함께한 학생들은 “와 신기하다”는 말을 수시로 쏟아냈다. 
경기과학고의 교사 1인당 학생수는 4.2명에 불과하다. 여기에 영재들을 위한 최상의 교육환경과 각종 프로그램은 학생 개개인의 능력을 최상으로 끌어내기에 충분해 보인다. 특히 공부만 잘하는 영재가 아니라 교양과 예술, 인성 등을 갖춘 인재로 키우려는 학교측의 노력이 인상적이었다.


선생님, 경기과학고 이런 게 궁금합니다!

학교 탐방을 끝낸 고은서·모지수·김민성 학생이 경기과학고 교사들과 마주앉았다. 학교에 대한 궁금증들을 물어보기 위해서다.

Q. 과학영재학교라서 과학과 수학의 비중이 높을 것 같습니다. 수업 구성은 어떻게 되나요?
A. 과학과 수학의 비중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과목에 대한 비중도 낮은 것은 아닙니다. 영재라는 게 과학과 수학에 국한된 것이 아니기 때문이죠. 기본적으로 교과 139학점, 연구활동 33학점 등 172학점으로 구성됩니다. 교과는 일반교과 58학점, 전문교과 77학점, 교양 4학점이죠. 연구활동은 자율연구 20학점, 현장연구 8학점, 졸업논문 5학점입니다. 그리고 특별활동으로 단체활동 120시간과 봉사활동 120시간을 이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Q. 경기과학고를 졸업하려면 일정한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는데, 어떤 조건이 있나요?
A. 졸업을 하려면 몇 가지 조건을 갖추어야 합니다. 교과 172학점을 이수하고 TEPS 650 이상을 받고, 단체·봉사활동도 각 120시간을 이수해야 합니다. 그리고 졸업논문도 내야 합니다.

Q. 학교를 둘러보면서 ‘R&E’라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이게 무엇인가요?
A. R&E(Research & Education)은 연구중심 교육과정의 일환으로 과학영재들의 탐구적 창의성 신장을 위해 운영되는 프로그램입니다. 1학년 때는 기초 R&E로 경기과학고 교사와 공동연구를, 2학년 때는 대학교수 등과 함께 보다 전문적인 연구를 하게 됩니다. 그리고 3학년 때는 이런 연구활동을 종합해서 영문으로 졸업논문을 작성해야 합니다.

Q. 수업 교재는 무엇을 사용하나요? 그리고 수능공부는 개별적으로 해야 하나요?
A. 일반 교과서는 거의 사용하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자체로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원서 등을 이용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수능 준비를 별도로 하지는 않아요.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고려대 등 주요 대학은 특별전형을 통해 진학이 가능합니다. 극히 일부 학생은 의대를 가기 위해 수능 준비를 하기도 하지만 이런 학생들에게는 추천서 등을 써주지 않고 있습니다.

Q. 합격을 하려면 내신이 좋아야 하나요? 영어도 잘해야 하나요?
A. 상위권이면 유리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입시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학생 개개인이 가진 영재성입니다. 그리고 영어는 입학 전까지 스트레스 받지 않아도 됩니다. 

Q. 등록금은 얼마나 되고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되나요?
A. 등록금은 일반계고와 같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기숙사생활을 해야 하니 기숙사비가 별도로 들어가죠. 그리고 동아리는 인문, 과학, 예체능 등에서 다양하게 있습니다. 인문과 예체능 동아리는 하나씩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학생 대부분이 3∼4개씩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어요.


선배님, 경기과학고 생활 어떤가요?

경기과학고 탐방의 마지막 순서는 3학년 재학생들과의 만남이었다. 학교생활에 대한 얘기, 선후배와의 관계 등 교사들에게 묻지 못했던 다양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Q. 경기과학고에서 공부하면서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A. 학교생활이 아주 역동적이죠. 외부에서는 공부만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아요. 자유시간도 많고 쉬는 시간에 운동이나 취미활동도 다양하게 할 수 있어요. 그리고 내가 원하는 과목을 선택해서 들을 수 있다는 점과 다양한 체험과 연구를 할 수 있다는 점도 좋죠. 일반고와는 다르게 대학생활과 비슷하다고 보면 됩니다.

Q. 기숙사생활을 하기 때문에 불편한 점도 있을 것 같아요. 기숙사 일과는 어떻게 되나요?
A. 불편한 점이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재미있어요. 평소에는 밤 12시40분에 소등을 하고 아침 6시40분에 기상입니다. 하지만 시험기간에는 1시간 더 공부할 수 있도록 해줘요.

Q. 생활적인 부분에서 규제는 많나요? 분위기가 자유로워서 규제가 적을 것 같은데요?
A. 다른 고등학교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은 건 맞아요. 휴대폰 사용에 대한 규제도 심하지는 않고 교복이나 복장에 대한 부분도 조금은 자유롭습니다. 하지만 벌점이나 이런 건 다 있어요. 반성문을 쓸 때도 있죠.

Q. 공부를 많이 해야 하고 단체생활을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도 많을 것 같은데 어떻게 푸나요?
A. 학교생활하면서 자유시간이 많아요. 그 시간을 이용해서 운동이나 취미를 하면서 풀어요. 운동 좋아하는 친구는 운동하면서, 음악 좋아하는 친구들은 음악하면서, 미술 좋아하는 친구는 미술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푸는 거죠. 학교에 이런 시설이 잘 갖춰져 있거든요.

Q. 선후배 관계는 어떤가요? 엄격하지 않나요?
A. 경기과학고는 특성상 동아리가 많아요. 기본 3개 이상의 동아리에서 활동하죠. 이 동아리 활동 때문에 다른 학교에 비해서 선후배 관계가 끈끈하게 유지되는 것 같아요.

Q. 경기과학고 학생들도 학원 다니나요?
A. 제 경우만 얘기를 하면 1·2학년 때는 필요한 영역 보충을 위해 주말에 다니기도 해요. 하지만 3학년이 되면 학교에서 워낙 해주는 게 많아서 다녀야 하는 이유를 느끼지 못해요.

Q.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은 어떤가요?
A. 학교폭력 등 비인도적인 행위는 없어요. 3년 동안 학교 다니면서 한 번도 보지 못했어요.

이춘우 리포터 leee874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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