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정부 공약가계부 '구멍'

2014-05-01 13:28:08 게재

올해 세출절감 목표보다 3조8천억원 부족 … 정부 3.0사업 재기획 등 전면적인 재정혁신

재난안전시스템에 구멍이 난 박근혜 정부가 재정운영에서도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대선 공약과 국정과제 이행을 위한 집권 5개년간 재원조달 방안을 담은 공약가계부 달성에 벌써 빨간불이 켜졌다.



기획재정부는 1일 박 대통령 주재로 열린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재정개혁을 통해 올해부터 2018년까지 5년간 20조원 내외의 지출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고했다. 연평균으로는 4조원 규모다. 지난해 70여개 재정개혁 과제를 중점 추진하는 등 선제적인 재정개혁 노력을 기울인 결과라는 게 기재부의 설명이다. 여기에 예산 삭감 부분까지 더하면 올해 세출절감액은 5조7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기재부는 추정했다. 하지만 이는 지난해 국가재정전략회의 논의를 거쳐 확정한 공약가계부에서 제시했던 올해 세출절감 목표액 9조5000억원에 비해서는 크게 모자란 수치다.

세출구조조정 성과는 있었지만 = 앞서 정부는 지난해 공약가계부를 발표하면서 SOC와 산업, 농림분야 지출 축소와 이차보전 전환, 국정과제 재투자 등 강도 높은 세출구조조정을 통해 5년간 84조1000억원의 세출을 줄여 공약재원으로 활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13년 4조5000억원을 시작으로 2014년 9조5000억원, 2015년 18조7000억원, 2016년 23조1000억원, 2017년 28조1000억원 등 연도별 세출절감 목표액도 제시했다.

하지만 사실상 세출구조조정 효과가 나타나는 첫해인 올해부터 목표 달성이 어려워진 모습이다.

방문규 예산실장은 "일시적으로 예산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법령과 고시·지침 개정 등을 통해 항구적이고 제도적으로 지출을 절감하는데 초점을 맞추다보니 어려운 점이 있었다"며 "지난해 경기 상황을 고려해 SOC와 농림 분야 등의 예산을 당초 계획보다 줄이지 못한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정부가 밝힌 20조원의 재정개혁 성과는 재정사업의 이차보전 전환 2조5000억원, 기술료 세입조치 1조원, 일반회계의 에너지특별회계 의무전입 규정 폐지 1조7000억원 등 제도개선을 통해 지속적으로 세출을 줄이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올해 달성하지 못한 세출구조조정 목표를 내년과 후년에는 가능하겠느냐는 점이다.

당장 공약가계부상 목표치에 맞추려면 내년에는 올해 못한 3조8000억원을 얹어 22조5000억원의 지출을 줄여야 한다. 급한대로 예산을 대폭 깎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갑작스런 사업 중단 등 부작용이 생길 수 있고 관련 지자체나 정치권의 반발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 예산을 짜면서 SOC 분야 등의 지출을 당초 계획대로 대폭 줄이지 못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앞으로도 공약가계부 달성이 어렵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방 실장은 "단순하게 예산을 줄이면 목표 달성은 어렵지 않다"며 "다만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세출절감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각 부처와 지자체, 민간의 아이디어를 활용해 재정효율을 높이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OC·산업투자 축소 … 복지·안전 예산은 확대 = 이에 따라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강도 높은 재정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하고 △국민 눈높이에서 재정사업 재설계 △재정구조 정상화 △민간 창의와 효율을 활용한 예산 절감 등을 3대 핵심 재정개혁 방향으로 제시했다. 분야별로 16개 재정개혁 추진과제를 예시하기도 했다. 추진과제에는 당초 취지에서 벗어난 정부 3.0 핵심사업에 대한 전면적인 재기획, R&D투자 효율화를 위한 융합연구단 운영 활성화, 직업훈련 예산과 평가체계 통합 등의 과제가 포함됐다. 군이 보유한 대도시 주변 유휴지의 용도를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도 제시됐다.

정부는 2014~2018년 국가재정운용전략에도 재정혁신 의지를 반영하기로 했다. 재정수지를 임기 내 균형수준으로 맞추고, 국가채무를 GDP대비 35% 미만에서 관리하는 등 기존 재정기조를 유지하면서 '페이고' 원칙 강화와 유사·중복사업 통폐합 등 전면적인 재정혁신으로 지출증가 소요를 최대한 흡수하겠다는 방침이다.

분야별 재원배분 방향을 보면 SOC와 산업 분야 등 그동안 4대강 사업 추진과 경제위기 극복과정에서 투자가 늘어난 부분은 점진적으로 정상화하기로 했다.

반면 복지와 안전, 문화 분야 등에는 투자비중은 확대한다. 특히 안전사회 구축을 위한 통합 재난대응시스템 구축·운용 개선, 재난대응 교육·훈련, 재난대응 기술 확보를 위한 R&D·장비투자, 재난대응 협업체계 등에 대한 지원은 대폭 확충하기로 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박 대통령이 국가안전처 신설 방침을 밝히는 등 재난대응체계를 강화하기로 한 만큼 재정적으로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회의에서 논의된 내용을 '14~'18 국가재정운용계획과 내년도 정부예산안에 반영해 오는 9월 23일까지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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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본홍 기자 bhkoo@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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