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으로 읽는 경제 | 금융인이 말하는 금융인

금융권 밥벌이의 즐거움 또는 어려움

2014-05-09 11:25:26 게재
부키 / 강세훈 외 28인 / 1만3000원

포장된 이미지가 아닌 전문직의 진짜 속내를 보여주겠다는 야심찬 기획하에 발간되고 있는 '부키 전문직 리포트' 시리즈의 19번째 책이 나왔다. 이번엔 금융인이다. 전문직에 종사하는 다양한 사람들이 자신들의 일과 일터를 설명하는 방식이 이번에도 지켜졌다. 증권사 주임, 은행 대리, 보험사 사원, 카드사 차장부터 외국계 증권사 상무, 외환딜러, 한국거래소 등 금융공기업 부장급들까지 27명의 금융인이 자신들이 어떤 일을 하는지, 어떤 즐거움이 있고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 털어놓는다.

속내를 까발려 주겠다던 기획의도는 200% 이상 이뤄진 듯하다. 금융인의 포장된 이미지가 세련된 양복에 서류가방, 그리고 고액연봉같은 것이었다면 금융인이 말하는 금융인에서는 그야말로 지루한 밥벌이일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세계가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기 직업에 대해 스스로 털어놓는 이야기인만큼 생생한 묘사가 압권이다. 신입 은행원 이야기를 들어보자.

"첫 손님을 맞이할 때의 공포는 지금도 생생하다. 고객들은 대체로 아무리 신입이라도 은행원이니, 자신보다 잘 알겠거니 한다. 조금이라도 버벅거리면 짜증을 내기 일쑤다. 자비심이 없다. (중략) 지점에 배치받고 나서 처음 3개월은 신입 사원이니 양해를 부탁드린다는 뜻으로 병아리 그림이 그려진 푯말을 자리 앞에 걸어두는데, 내 경우 3개월이 지났음에도 크게 발전이 없어 든든하게 나를 지켜주던 병아리 푯말과 이별하려니 참으로 눈물겨웠다."(김인수 신한은행 행원)

그 외에도 머리카락이 기름기 없이 부드러울 때 거래가 잘되는 징크스 때문에 린스까지 듬뿍 써가며 정성스레 머리를 감고 장 시작 전에는 '시장에 순응할 수 있는 겸손한 마음과 장중에 있을 어려움을 이겨 낼 지혜를 주소서' 기도를 하는 외환딜러(이건희 외환은행 수석딜러) 이야기, 물어볼 사람이 없어 고민하고 있는 사이 상사에게 학교로 돌아가라는 구박을 듣던 서러운 경험을 털어놓은 증권사 과장(홍충완 대우증권 과장) 이야기도 재미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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