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조동호 수출입은행 북한개발연구센터장(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

"대북관계 풀어갈 다자프로젝트 발굴해야"

2014-05-13 11:47:19 게재
통일대박론 이후 금융권에서 통일금융이 뜨는 것을 보며 금융권 시각은 엇갈린다. 전 정권의 녹색금융마냥 권력 따라 시들해지려니 하는 시각과 그동안 전무했던 금융에 기반한 통일 연구가 이루어지는 데 대한 반가움이 대척점에 있다. 굳이 균형추가 기운 지점을 지적한다면 전자쪽이다. 권력의 미쁨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우리나라 금융권 속성상 이러다 말리라는 생각이 더 지배적이다.

그래도 그 와중에 지속가능한 통일금융 연구를 위한 기반을 쌓고 있는 곳이 있다면 정책금융기관쪽이다.

특히 수출입은행은 자기들 전문분야인 개발도상국 개발론으로 북한에 접근하고 있다. 통일 전이든 후든 북한의 경제력을 높이는 문제는 통일 후유증을 줄일 수 있는 핵심 중의 핵심이다. 동남아, 아프리카 등 개발도상국에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을 원조해 가며 그 나라 경제개발을 도왔듯 북한도 '개발'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게 수은의 생각이다. 그 중심에 조동호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가 있다. 조 교수는 수은이 만든 북한개발연구센터의 초대 소장을 맡았다.

지난달 27일 이대 연구실에서 만난 조 교수는 굳이 통일금융 연구가 이제라도 시작된 데 큰 의미를 부여했다.

"통일을 연구하면 사업연구만 했지만 그 사업을 달성하기 위한 자금 조달을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금융분야의 연구는 전무했죠. 예를 들어 DMZ공원을 만들자고 한다면 그걸 어떻게 자금조달해서 만들 건지까지는 연구가 진행되지 않는다는 거죠. 지금이라도 통일금융 연구가 붐을 이루고 있다는 점은 환영할 만합니다."

그렇다고 조 교수가 '금융'이라는 카테고리에서만 접근하는 것은 아니다. 그의 관심사는 다자관계를 통한 접근방식이다. 최근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방북 덕분에 관심을 받았던 나진 하산 프로젝트(러시아 극동의 국경지역인 하산과 북한 나진항을 잇는 사업)같은 것이 그 예다. 남북 양자 관계로 접근할 경우 정치적 출렁임에 따라 사업 자체가 도로아미타불이 될 수 있지만 다자관계로 접근할 경우엔 훨씬 그런 부담이 덜하다.

"꼭 통일을 전제로 하지 않더라도 북한을 포함한 동북아 다자 관계는 우리나라 경제에서 상당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봅니다. 지금 우리나라 경제가 덫에 걸려 있는데 여기서 한 단계 치고나갈 수 있는 방법이 결국은 동북아 경제협력밖에 없다고 봐요. 선진국들이 아시아쪽을 돌아보고 있는 이유가 있지 않겠습니까. 진행되고 있는 나진하산 프로젝트뿐만 아니라 어떤 다자 프로젝트가 우리나라 경제에 도움이 되고 또 나아가서는 통일로 가는 길이 될지 발굴하는 일도 북한개발연구센터의 연구주제가 될 겁니다."

통일에 대한 접근방식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제안했다. 통일에 대한 회의론이 많은 이유 중 하나는 국제정치학적으로 중국이나 미국이 남북통일에 비우호적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 꼽힌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그런 점도 돌파해갈 수 있는 논리를 개발하고 네트워크도 만들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금융권에서 통일금융 연구붐이 인 것처럼 우리가 내부적으로 충실히 준비를 하는 것도 상당히 중요하지만 외부적인 여건을 만들어나가는 노력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의 경우 통일이니 뭐니 한반도가 시끄러워지는 것 자체를 싫어하고 통일이 되면 북한이라는 버퍼 없이 주한미군이 코앞에까지 올 수 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이들에게도 남북통일이 자신들에게도 도움이 된다고 느낄 수 있는 논리가 무엇인지 연구해야 합니다. 가칭으로 한반도 통일과 동아시아 번영을 위한 협의체 같은 것을 만들어서 각국 정부의 전직 수반들과 네트워크도 쌓고 통일이 남한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대박일 수 있다는 점을 알려나가야 합니다."

김형선 기자 egoh@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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