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산책

라스트베가스

2014-05-20 07:56:36 게재

꽃할배들의 우정과 인생이 담긴 훈훈한 코미디

품격 있는 꽃할배들의 라스베이거스 총각파티를 그린 영화 ‘라스트베가스’가 명품배우들의 코믹연기 변신으로 유쾌한 웃음과 훈훈한 감동을 전한다. 화려한 소비도시가 배경인 만큼 무게보다는 유흥과 유머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연륜이 묻어나는 진솔한 연기로 인생과 우정의 의미를 전달한다.

황혼기 평생친구들의 흥겨운 우정 투어
어린 시절 ‘무적의 4인방’이란 이름으로 똘똘 뭉쳐 두려울 것이 없었던 네 명의 친구들이 어느덧 58년이란 세월이 흘러 일흔 살 황혼의 나이가 되었다. 사는 곳과 사는 모습은 달라도 이들은 58년 인생을 공유한 동기들이다. 어쩌면 가족보다도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고, 시시콜콜 다 말하지 않아도 상대의 눈빛과 행동만으로 그 사람의 상태를 이해하는 친구들, 평생친구란 이런 것이 아닐까. 
서른두 살 미모의 여인과 결혼하겠다고 발표한 빌리(마이클 더글러스)를 축하하기 위해 패디(로버트 드니로), 아치(모건 프리먼), 그리고 샘(케빈 클라인)이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젊은이들의 총각파티로 유명한 라스베이거스에서 일흔 살 할배들의 총각파티, 과연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노후연금을 건 카지노 한판, 비키니 미녀 콘테스트 심사위원, 신나는 댄스클럽 올나이트, 스릴만점 롤러코스터, 최고급 펜트하우스 파티까지 이들이 가는 곳마다 예상을 뒤엎고 재치, 여유, 유머가 넘쳐난다.

아카데미 위너들의 유쾌한 연기변신
영화 ‘라스트베가스’에는 마이클 더글러스, 로버트 드니로, 모건 프리먼, 케빈 클라인 등 이름만 들어도 강력한 존재감이 느껴지는 내로라하는 연기파 배우들이 등장한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신뢰감을 주는 네 명의 배우들은 그동안의 카리스마를 지우고 귀여운 꽃할배로 변신해 환상적인 연기 앙상블을 빚어낸다.
잘나가는 독신주의 변호사 빌리 역할의 마이클 더글러스는 32살 애인에게 빠져 친구의 장례식 연설에서 청혼까지 해버리는 못 말리는 귀여운 사랑꾼으로 변신했다. 아내를 떠나보낸 후 무기력한 삶을 사는 패디 역할의 로버트 드니로는 평소 어떤 일에도 의욕 없이 지냈지만 친구들을 무시하는 건방진 청년에게는 매서운 주먹 한방을 날리는 의협심 강한 할배로 변신했다. 패디는 무적의 4인방이 아직 죽지 않았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며 무기력도 함께 날려버린다.
모건 프리먼은 매일 혈당체크를 해야 하는 약골 아치 역을 맡아 깨알 같은 반전 웃음을 선사한다. 아버지의 건강을 염려하는 아들로 인해 외출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지만 총각파티를 위해 가출도 서슴지 않고, 댄스클럽에서는 숨겨진 댄스본능을 마음껏 발산한다. 비아그라까지 챙겨준 쿨한 아내 덕에 늦바람 난 샘의 역할을 맡은 케빈 클라인은 화끈하게 총각파티를 즐기는 모습으로 새로운 재미를 선사한다.
야하지 않아도 즐겁고, 오버하지 않아도 유쾌하고, 눈물이 없어도 가슴을 따뜻하게 하는 배우들의 명품연기로 영화는 더욱 빛난다. 

라스베이거스의 화려한 비주얼은 또 하나의 볼거리
라스베이거스는 여행자들도 많이 찾고 영화나 드라마의 배경으로도 자주 등장해 많은 사람들에게 친숙한 공간이지만 영화는 라스베이거스의 최근 풍경을 새롭게 보여준다. 라스베이거스의 가장 높은 건물인 스트래토스피어 호텔, 미라지, 벨라지오 호텔, 프레몬트 거리 등 라스베이거스 명소들을 생생한 화면으로 담아냈다. 특히, 스트래토스피어 호텔 꼭대기에 있는 엑스스크림이라는 롤러코스터는 라스베이거스의 광활한 전경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게 해 준다. 그런데 실제로 놀이기구를 탄 마이클 더글러스와 메리 스틴버겐은 어땠을까? 이것이야말로 인생 최고의 짜릿함을 선사한 라스트 경험은 아니었을까.

 

이선이 리포터 2hyeon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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