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심으로 본 진보정당 | (2)분열이 낳은 패배

불신, 연대 차단 … 제살깎아먹기 경쟁

2014-06-12 11:41:18 게재

인천 울산 등 4개 기초단체장, 모두 새누리에 헌납


진보정당은 6·4 지방선거에서 분열로 대패했다. 진보정당이 가지고 있는 4개의 기초단체장을 모두 여당인 새누리당에 헌납했다.

인천 동구와 남동구는 정의당이, 울산 동구와 북구는 통합진보당이 기초단체장을 꿰차고 있었다. 전통적으로 노동자들이 많아 진보정당의 아성으로 불리는 곳이다. 특히 울산은 '통합진보당이 제 1 야당'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개표결과를 보면 아쉬운 패배, '석패'였다. 한편으로 예견된 패배였다. 인천에서 정의당 조택상 후보는 39.81%를 득표해 1위 새누리당 이흥수 후보(47.82%)에 8.01%p나 밀렸다.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에서 배제돼 무소속으로 나온 전용철 후보가 무려 12.36%를 가져갔다. 야권분열이 새누리당의 승리로 이어졌다.

울산 동구의 통합진보당 김종훈 후보(40.44%)와 북구의 통합진보당 윤종오 후보(43.06%) 역시 새누리당 권명호 후보(44.94%)와 새누리당 박천동 후보(44.94%)에게 각각 4.50%p, 1.88%p 밀려 시장실을 내줬다.

여기엔 새정치민주연합의 유성용 후보(9.13%)와 김재근 후보(11.99%)의 득표율이 상당한 역할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울산 동구에서는 노동당이 손삼호 후보를 내 5.46%를 빼앗아 간 것도 통합진보당 재선을 막은 요인 중 하나였다.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기대를 모았던 울산시장 조승수 후보가 26.43%의 득표에 그치며 새누리당 김기현 후보(65.42%)에 크게 밀린 것도 노동당의 이갑용 후보(8.13%)와의 단일화에 실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진보정당의 수가 많아졌다. 통합진보당, 정의당, 노동당, 녹색당 등이 나왔다. 민선 1기 선거때인 1995년과 2기 선거때인 1998년엔 민주당과 새정치국민회의가 제 1야당으로 힘을 발휘했을 뿐 진보정당은 보이지 않았다.

2002년 3기에 들어서야 민주노동당과 녹색당이 모습을 보였고 2006년엔 민주노동당, 2010년엔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이 진보정당 자리를 지켰다. 이후 민주노동당은 '부정선거' 사태를 맞아 통합진보당과 정의당으로 분리됐고 진보신당은 노동당으로 이름을 바꿨다.

올해처럼 한 선거구에 2~3개의 진보정당이 동시에 나와 힘겨루기를 한 경우는 많지 않았다. 진보진영의 분열이 확산되는 분위기다.

2010년과 같은 제 1야당과 진보진영의 단일화 등 연대가 없었다. 선거 전부터 새정치민주연합은 통합진보당과의 선긋기에 나서면서 다른 진보정당과의 연대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입장을 공개적으로 보였다.

한귀영 한겨레 사회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울산에서 진보정당 후보가 새누리당에 비해 적은 득표를 한 것은 통합진보당 사태 이후 진보정당에 대한 시민 지지가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야당과 진보정당의 연대가 전국적 수준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되지 못한 까닭은 진보정당 분열과 낮은 득표율 전망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진보정당 내에서는 진보진영의 분열과 반목에 대한 반성은 희미했다. 선거 직후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언론의 홀대와 양당구도를 '대안으로의 진보정당으로 인정받지 못한' 원인으로 짚었고 "대선거구제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는 "진보정치는 분열의 상처를 극복하지 못하고 따가운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