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마라케시(독서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유예 조약) 조약 비준해야"

2014-06-16 11:09:47 게재

마라케시 조약과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장애인 위한 자료 제작 도서관의 저작권 침해 가능성 낮춰"

"대체자료를 제작, 배포하는 시각장애인도서관들은 저작권 침해의 가능성이 높은 만큼 마라케시 조약이 비준되면 최대의 수혜자가 될 것입니다." "마라케시 조약에 대한 비준은 정보 장벽을 느끼는 시각장애인에게 문턱을 낮추는 효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13일 열린 '마라케시 조약과 장애인 정보접근권 보장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는 김영일 국립장애인도서관장 등 장애인도서관 관계자와 발제자 등을 중심으로 "마라케시 조약을 비준해야 한다"는 내용의 주장이 이어졌다.

마라케시 조약은 2013년 6월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세계지식재산권협회가 체결한 '독서장애인을 위한 저작권 유예 조약'을 뜻한다. 시각장애인 등 독서장애인을 위해 일반 저작물을 점자 등으로 제작하는 경우 저작권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는 것이 핵심. 또 국가 간 대체자료의 교류를 가능하게 한다.

예컨대 우리나라가 마라케시 조약에 비준을 한다면 미국이나 일본 등은 자국의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한국어로 된 대체자료를 따로 만들 필요 없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대체자료를 이용할 수 있다. 2014년 5월 기준 미국 등 67개국이 마라케시 조약에 서명한 상태다. 아직 이 조약이 국내법과 동일한 효과를 갖도록 비준을 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법 제33조에서 시각장애인의 복리증진을 위해 공표된 어문저작물을 전용기록방식으로 복제, 배포, 전송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장애인도서관 관계자들에 따르면 출판사들은 '저작권 침해'라는 이유로 여전히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를 만드는 데 비협조적이기는 하나 저작권법 자체는 여타 국가들과 비교할 때 시각장애인의 복지에 상당히 신경을 쓴 편이다. 마라케시 조약의 일부 내용은 이미 국내법에 마련돼 있는 것. 때문에 이 조약에 가입할 경우 우리나라가 얻을 수 있는 실익은 '국가 간 대체자료의 교류'에 있다.

김 관장은 "미국이 마라케시 조약에 비준을 한다면 우리나라는 시각장애인들을 위해 영어로 된 대체자료를 따로 만들 필요가 없다"면서 "한국어로 된 대체자료를 찾는 외국 시각장애인보다는 영어로 된 대체자료를 찾는 국내 시각장애인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에 마라케시 조약을 비준하는 것은 실익이 크다"고 주장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담당 부서는 마라케시 조약에 맞춰 제도 정비를 준비하고 있으나 국회에 비준동의안을 제출해야 할 외교부는 아직 별다른 움직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매해 출간되는 저작물의 5% 미만이 시각장애인을 위한 대체자료로 제작되고 있다. 또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 글자 인쇄본 등을 제공할 수 있는 저작권법상 예외 규정이 있는 나라는 54개국에 불과하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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