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우리 마을을 가꾸는 사람들_ ‘모해교육’편

2014-06-26 10:26:55 게재

방과 후 교육의 또 다른 대안… 돌봄교실 · 공동육아 · 역사생태체험학습까지

아이를 초등학교에 입학시키고 나면 엄마들은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온 이 후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관심이 커진다. 하지만 학교에서 방과 후 수업이나 학원에서 1~2시간 강습 외 다른 대안은 없다. 그렇다고 엄마가 종일 아이와 매번 무엇인가를 시도한다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맞벌이 부부의 경우 사정은 더하다.
이런 가정을 위해 ‘모해교육’이 탄생했다. ‘모해’는 모퉁이를 비추는 햇살의 순수한 우리말로 아이들에게 따뜻한 햇살이 되어 주는 행복한 교육을 해보고자 학부모들이 모여 만든 마을기업이다. 조합원 17인이 1천7백여만 원의 출자금으로 협동조합을 구성, 맞벌이 가정과 저소득 가정 아이들의 돌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식 위주의 학습보다 자연친화적 체험활동
‘모해교육’ 아이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간 곳은 강서구 과해동에 위치한 강서구 주말농장. 매주 금요일 주말농장을 찾는 아이들은 자신들이 심어놓은 상추와 고추, 열무 등을 수확하고 오이와 고구마를 심기 위해 흙을 뒤집어 씨를 심고 물을 주었다. 농사일을 하는 틈틈이 개울가에 있는 개구리도 잡고 물총 놀이를 하며 몰려다니기도 한다. 학년이 어린 친구들은 ‘나만의 우산 만들기’로 다가올 장마철을 준비했다.
모해교육의 아이들은 매일 매일 새로운 활동을 한다. 월요일 상자텃밭 가꾸기를 시작으로 화요일과 목요일은 논술과 영어 공부, 수요일은 박물관이나 과학관 등으로 외부 체험활동을 나간다. 금요일은 주말농장에서 농사를 짓고 어린 친구들은 증미산 산행을 간다. 한 달에 4군데 이상의 박물관을 가는 흔치 않은 곳이다.
모해교육을 맡고 있는 최정희 대표, 지식 위주의 학습보다 자연친화적인 활동과 체험학습으로 아이들에게 자연의 소중함을 알게 하고 함께 사는 삶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자 품앗이 방과 후 교육을 시작하게 됐다고 밝힌다.
사실 최 대표는 두 아이를 키우는 직장맘으로 아이들 교육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둘째아이 임신 중에도 MBA 공부를 할 만큼 욕심도 있었지만 결국 아이들 뒷바라지 문제로 직장을 관뒀다. 아이를 가르치기 위해 역사생태지도사과정을 수강하던 중에 만난 전효진씨와 함께 고민을 나누던 차 2012년 11월 가양동에서 온종일 행복돌봄교실 문을 열었다. 이런 뜻에 공감한 가정들이 하나둘 모여 14명의 조합원으로 성장했다.
현재 모해교육에 참여하고 있는 회원들은 교사 7명, 7살부터 초등 5학년까지 아이들 13명이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는 시간 이후부터 저녁 8시까지 센터에서 공부도 하고 외부활동도 나가고 저녁도 같이 먹는다. 이곳에 아이를 맡긴 부모들은 시간을 내어 아이들의 교육에 반드시 참석해야 한다. 만약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센터 청소라도 거들어야 조합원 가입이 가능할 만큼 공동육아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

제 손으로 농사를 지어보면 스스로 깨달아
아이들에게 역사를 지도하고 있는 전효진씨는 “아이를 잘 키워보자”는 맘으로 시작하게 됐다. “요즘 아이들 지식적인 것만 추구하다 보니 마음이 아프고 표정이 어두운 아이들이 많다”며 “2년 째 공동육아를 하면서 표정이 밝아지고 변하는 모습을 보면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고 전한다.
도민혜씨는 두 자녀를 모해교육에 맡긴 학부모이자 지도교사다. 거기다 아이들의 저녁식사까지 담당한다. 센터에 취사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집에서 밥을 지어 센터로 나르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아이들이 시간에 쫓겨 학원에 다닐 때는 스트레스를 엄마인 나에게 쏟아 붓고 표정이 어두웠지만 센터에 다니면서 밝아지고 관계도 좋아졌다”며 “한창 놀 나이에 자신의 꿈을 찾기 위한 다양한 활동이 공부보다 더 중요할 것 같아 선택하게 됐다”고 전한다.
농사일에 한창 재미를 붙인 장건욱(가양초 4학년) 군은 “직접 심어서 거둔 농산물이라 믿을 수 있고 크기도 파는 것보다 작지 않다”며 “심을 때는 힘들지만 과일을 거두고 먹을 때는 신난다”며 웃는다. 최혜정(가양초 3학년)양은 밖에서 노는 것이 제일 재밌단다.
모해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먼저 조합원으로 가입해야한다. 조합 출자금 20만원, 월 교육비는 25만원이다. 현재 모해교육은 가양동 가양도시개발아파트 상가에 있다.
최 대표는 모해교육을 법적 영리사업인 마을기업에서 사회적협동조합인 비영리단체로 전환하고 역사논술체험학습교육기관으로 자리 잡아 자체 교재도 개발하고 싶은 계획을 가지고 있다. “전 직장에서 다시 복직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을 때 수입 때문에 잠깐의 고민도 있었지만 첫 직장이 생계 때문에 선택했다면 두 번째 직장은 남들이 보는 잣대가 아닌 하고 싶은 일,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다”며 “지금 1등이 아니어도 풍요롭고 여유롭게 사는 아이들로 키우고 싶다”고 갈무리한다.


미니인터뷰

모해교육 최정희 대표
“아이들은 지금 행복해야 자라서도 행복을 찾아갈 수 있어요. 지금 행복하지 않으면서 ‘성공하면 행복해지겠지’하는 막연한 생각은 맞지 않아요. 행복은 함께 나누면서 배워요. 초창기에는 하루 일과가 아이들 분쟁조정이었지만 이제는 하루 종일 붙어 있어도 싸우지 않아요. 자기 것을 나누면 행복해진다는 것을 배웠으니까요.”

고정현(가양초 5학년)
“학교 친구들은 학원가고 공부에 바빠 지쳐하지만 우리는 농사도 짓고 놀이동산으로 놀러가고 재미있어요. 흙을 고르고 비료를 걸러내는 게 쉽지는 않지만 농사지은 상추를 따서 삼겹살 파티를 할 때는 즐거워요. 이렇게 논다고 학교 공부를 못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이의진(가양초 5학년)
“체험학습 갈 때가 제일 재미있어요. 하루 종일 신나게 뛰어놀다 보면 머리도 맑아지고 공부 스트레스도 없어요. ‘오늘은 무얼할까!’ 기다려지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직접 기른 오이를 따서 저녁에 반찬으로 만들어 먹으면 정말 맛있어요.”

 

송정순 리포터 ilovesjsmor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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