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재미있는 한·일 고대설화 비교분석

설화에 숨은 한일고대사의 비밀

2014-08-01 11:39:30 게재
지식산업사/김화경 지음/2만5000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고대에 어떤 관계였는지를 두고 양국의 역사학계는 평행선을 달리며 팽팽히 맞서 왔다. 우리는 한민족이 일본 고대국가 형성에 절대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믿는다. 심지어는 미국이 영국 식민지에서 독립했듯이 일본도 그 출발은 한민족이 세운 나라라는 적극적인 학설 또한 적잖게 나온다.

반면 일본 쪽에서는 한국의 영향을 인정하면서도, 삼국시대 한반도 남부에 일본부가 설치돼 백제 신라 가야 3국을 실질적으로 통치했다는 '임나일본부설'을 여전히 포기하지 않는다.

문제는, 우리 쪽은 거듭된 전화로 사서를 대부분 유실해 자료가 빈곤하고 일본 쪽은 사료는 풍부하나 스스로 인정하듯이 왜곡이 많다는 데 있다. 그러므로 한일고대사 해석에는 학제를 넘나드는 다양한 연구 방법이 요구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최근 출간된 '한·일 고대설화 비교분석'이 갖는 무게감은 결코 가볍지 않다. 저자인 김화경 영남대 명예교수는 일본 쓰쿠바 대학에서 한일 양국의 설화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은 뒤로 관련 연구에 매진해 온 학자. 설화를 비롯해 신화·전설·민담 등을 두루 섭렵하면서 이 이야기들에 숨은 '역사적 진실'을 추구했다. 김 교수가 보는 고대 한일관계의 틀은 북한의 사학자 김석형이 1960년대 제시한 '삼국분국설(三國分國說)'에 기반한다. '삼국분국설'이란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 네 나라가 각각 일본 열도에 진출해 식민 소국을 세웠다는 학설이다. 따라서 일본 고대 사서에 등장하는 일본과 이 네 나라의 교류는 대부분 열도 내에서 이루어졌다고 본다.

지은이는 '임나일본부설'의 주 근거로 제시되는 '진구(神功) 황후의 신라 침공'이 한반도의 신라와는 무관함을 논증한다. 그 기록에 신화적 성격이 짙다고 하더라도 내용상 신라 본국을 상대로 벌인 전쟁일 수는 없다는 뜻이다. 후쿠오카 일대에 자리한 진구 황후 세력이 북규슈 지역의 신라 소국을 정벌한 사실이 후대에 윤색되었다고 분석한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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