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교육 캠페인 : 경기도 분당 '이우학교'를 가다

"민교육·공교육 접목 10년, 좋은삶 가르치는 학교 포기못해"

2014-08-07 11:18:12 게재
지난 5월 30일 이우중학교 2학년 학생들이 '모내기' 봉사활동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우학교의 교육과정 편성에서 주목할 점 하나는 진로탐색과 관련된 교과목의 비중이 높다는 점이다. 직업세계에 대한 단순한 안내를 넘어 삶의 가치를 숙고하고, 나아가 직접 직업체험을 할 수 있는 교과목을 비중있게 편성한다.


2003년 9월 등장한 이우학교. '벗과 함께'라는 뜻을 가진 이 학교는 개교 이전부터 대안교육 진영은 물론이고 사회 일반에서도 관심을 모았다. 지난 11년간 이우학교는 민교육(대안교육)과 공교육의 접목, 학교혁신의 콘텐츠와 시스템 개발, 도시공동체의 가능성 제시 등의 성과를 보이며 여전히 공교육과 민교육 부문 모두의 관심대상이다. 이는 설립자들의 자기희생, 교사들의 열정과 헌신, 학부모들의 참여와 나눔, 학생들의 상상력과 실험정신 등이 한데 어우러졌기에 가능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행착오도 있었고, 미완의 과제도 남아 있다. 그러나 이우의 구성원들은 이를 일부러 감추지 않는다. 성과와 함께 시행착오를 뚜렷이 남기는 일도 이우의 책무라고 보기 때문이다. 옥의 티가 옥의 찬란한 빛을 가리지 않고, 아름다움이 허물을 가리지 않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우의 지난 10년과 다가올 10년을 이수광 교장에게 들어봤다.


지난 1일 경기도 분당 이우학교에서 만난 이 교장은 때마침 중학교 부문 신입생 선발 전형을 마치고 발표를 준비하고 있었다.

이우학교에 입학하려면 학생은 물론 학부모도 자기소개서를 제출하고 면접을 봐야 한다. 2박3일 캠프 전형도 치러야 한다. '모든 구성원이 협치를 통해 학교를 운영한다'는 공동체 정신을 맛보기 위해서다.

'최근 전형에서 주목할 만한 경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이 교장은 "신입생들이 관계에 불안감을 느끼고 어려움을 겪는 일반적 흐름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불안, 경제적 어려움이 나라 전체의 전반적 흐름이 되다 보니 학부모들이 교육적 경쟁을 조기에 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아이들을 다그치고, 그러다 보니 아이들의 정서적 발달 측면에서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는 것이다.

이수광 이우학교 교장

이 교장은 "초등학교 단계에서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경향, 즉 경쟁의 심화성으로 아이들이 정서적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는 것 같다"며 "교육계 전반에서 함께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우려했다.

'공교육 혁신모델 제시하겠다' 달려온 11년

지난 2004년 교사로 부임해 교감을 거쳐 2011년부터 현 직책을 맡고 있는 이 교장은 이우학교의 설립 취지에 대해 "공교육의 혁신 모델을 제시할 수 있는 파일럿(시범) 대안학교를 꿈꿨다"며 "그러다 보니 제도권 학교와의 호환성, 공유도를 높이는 문제가 늘 화두였다. 우리나라 교육 전반에 상상력을 자극하는 학교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왔다"고 말했다.

이우학교를 가장 간명하게 설명하는 말은 바로 '민교육과 공교육의 접목'이다. 민간에서 시작한 대안학교로서 공적 영역을 다루고 공적 가치를 담으려 한다는 점, 그리고 공교육 영역으로 긍정적 가치를 확산시키고자 부단히 접촉면을 늘리려는 지점에 이우학교가 자리하고 있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고민은 이제부터라는 것이 이 교장의 진단이다. 많은 학교가 혁신학교로 변모하면서 혁신모델이 일반화되고 있는 상황 변화가 그 이유다. 이제는 '공교육 혁신 모델 제시'라는 임무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얘기다.

이 교장은 "이제 학교라는 공간에 어떤 기능과 역할을 부여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선생님들과 공유하는 생각은 학교란 실험과 상상의 공간이 돼야 한다는 것, 다양한 상상력을 실현할 수 있는 생각의 실험이 모이고, 그런 시도가 지지와 격려를 받는 플랫폼(토대)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고등 과정으로 나뉘어 운영되는 이우학교는 고교생뿐 아니라 중학생 역시 다양한 방식의 걸개그림이나 홍보물 등을 통해 자기 의사를 자유롭게 표현한다. 단 한줄의 글이라도 그 안에 자기 의견을 담아낼 때 수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는 '사고실험'을 겪게 되기 때문이다.

이 교장은 "자기 식견을 만들어 가는 과정, 이를 통해 자기 의식을 갖게 돼야 주체적인 민주시민으로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학, 이우도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산

학생들의 대학진학 또는 진로결정의 문제는 이우도 피해갈 수 없는 거대한 도전과제다. 이 교장은 "우리 사회에서 입시라는 '자기장'이 워낙 크다 보니, 학부모와 학생도 그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며 "이우학교가 구성원의 의견을 존중하는 '협치시스템'으로 운영되다 보니 대학 등의 진로 문제와 관련해서도 여러 의견들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개교 10주년 행사를 개최한 지난해엔 그간의 평가와 맞물려 이런저런 의견들이 나오면서 이 교장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고 한다. 그는 "10주년 행사에서 이우학교를 평가하는 시간을 가졌는데 설립자 입장에서도, 졸업생이나 학부모 입장에서도 이런저런 부족한 점을 얘기하셨다"며 "특히 입시결과와 관련한 많은 지적이 제기돼 한동안 교육의 근본을 고민하는 시간을 갖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는 이우학교가 나아갈 방향을 다시 한번 정립케 하는 계기가 됐다. 그 방향이란 바로 '대안교육의 뿌리가 흔들려선 안되겠다'는 것.

이 교장은 "대안학교란 공적가치에 대한 고민이 전제되는 곳이며, 그 핵심은 바로 어떤 삶을 살거냐 하는 것으로 모아진다"며 "지도급 인사를 포함해 우리 사회에 저급한 삶을 사는 사람이 너무 많다는 사실을 세월호 참사는 잘 보여줬다. 성장기 아이에게 어떤 삶을 살 거냐 하는 고민을 배제한 교육을 할 수는 없다. 이우학교는 삶의 형식을 안내하는 학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입장은 자연스럽게 '대학은 자기선택주의'라는 말로 이어졌다. 이 교장은 "삶의 목적의식을 갖고 대학을 가고자 한다면 스스로 노력해야 한다"며 "학교가 원칙을 흔들어가면서까지 아이들을 대학에 보내려 기를 쓰고 그 결과에 일희일비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이 교장은 "이우학교는 설립 때부터 그런 의지를 반영해 왔는데, 세월호 참사 이후 더 적극적으로 원칙을 확인하고 다짐하는 상황"이라며 "앞으로도 대안학교로서의 고유성과 독특성, 철학을 더욱 살리는 쪽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대안시설의 자율적 통제역량 믿어야

최근 교육부는 미인가 대안시설에 대해 법제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인가 받은 사립형 특성화학교인 이우학교와는 관련 없는 사안이지만 이 교장의 의견이 궁금했다. 그는 "미인가 대안시설을 바라보는 정부의 프레임이 다소 경직되지 않았나 싶다"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 교장은 "제도적 잣대로만 대안시설을 바라보면 우리 교육 자산의 일부를 잃어버릴 수 있다"며 "제도적 부문과 마찬가지로 미인가 부문도 우리의 교육 역량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생적으로 만들어진 대안시설도 우리 교육계의 하나의 문화역량이라는 것.

그는 "국가적 차원에서는 커다란 정책적 흐름을 중심으로 보니까 이런저런 다양한 정책적 실험을 하기 어려운데, 미인가 시설 부문은 실험하고 확인하고 점검할 수 있다"며 "교육부가 미인가·비인가 영역의 대안교육에 대한 시선을 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육부의 입장은 충분히 이해한다고도 했다. 이 교장은 "교육부 입장에선 미인가 시설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 학생이나 학부모가 보호를 받지 못할 만약의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며 "그런 게 우려된다면 대안시설에 자율적 통제 역량이 충분히 있으니 내적 자기규율을 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이 시대 교사로서 노동철학을 생각한다

교사로 산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니다. 에너지 소비가 대단하고 마음의 상처도 무수하다. 이 교장은 "오죽하면 '교사는 아이들의 감정 쓰레기통'이라는 말이 있겠느냐"며 "더구나 각종 이해관계자의 이야기를 모두 듣고 판단해야 하는 교장 자리는 더더욱 힘들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그 고통을 상쇄하고도 남는 교육적 희열이 있다는 게 이 교장의 강조점이다. 그는 "어떤 학생이 졸업 때 '참 고맙다, 이우학교에서 내 존재를 가치롭게 하는 고민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이루 말할 수 없는 교육적 희열을 느꼈다. 그것 하나로 충분했다"고 말했다.

아이들에게 진리를 전달할 때, 학생들과 토론할 때, 그들이 새로운 질문을 던질 때, 학생과 교사가 좋은 대화를 나누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때 교육적 희열을 느끼는 건 이우학교 모든 교사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스승이 사라졌다는 이 시대, 우리 교육계에 아쉬운 점에 대해 이 교장은 노동철학의 가치가 희석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우려했다. 그는 " '교사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말은 교사의 시간적 여유나 책무성 면제를 말하는 게 아니다"라며 "교사의 행복은 교육적 희열에서 오는 것이기 때문에 교사로서 살고 있는 사람들이 다시 한번 노동철학에 대해 깊이 고민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은광 기자 powerttp@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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