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에서의 하룻밤, 딱 어울리는 ‘봄엔게스트하우스’

2014-08-13 11:23:35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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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외지 방문객들의 가장 춘천스런 여행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까지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아내려는 청년들이 화제다. 공정여행 실현을 위한 청년사회적기업 ‘동네방네’의 특별한 도전이 바로 그것. 이들은 여행지를 그저 적당히 둘러보고 떠나는 ‘소비의 여행’이 아닌, 만남과 나눔이 살아있는 ‘관계의 여행’을 추구한다. 최근 동네방네는 지난 1980~90년대 절정을 구가했던 한 향수어린 여관을 깔끔한 게스트하우스로 변신시켰다. 이름 하여 ‘봄엔게스트하우스’. 춘천과 가장 잘 어울리는 명칭에 ‘같이 놀자’라는 콘셉트가 더해진 낡은 여관은 젊은 모습으로 다시 태어나 여행자들을 반긴다.

낙후된 구도심에 생기를 불어넣는 청년들
춘천 공지사거리 인근은 과거 인파가 몰리던 시외버스터미널 터였다. 1975년 터미널이 처음 건립돼 2002년 현재의 온의동 자리로 이전하기 전까지는 춘천과 다른 지역을 연결해주던 곳이었다. 197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춘천행 버스의 종착지에서 가깝게 잠자리를 찾는 손님들을 위해 형성된 여관골목이 바로 이곳. 하지만 터미널의 이전과 여행패턴의 변화 속에서 과거의 명성을 뒤로 한 채 현재는 낙후된 곳으로 남았다.
“여행을 콘셉트로 지역을 위한 프로그램을 기획하던 중 옛 시외버스터미널의 사라진 여관골목 이야기에 집중하게 되었어요. 텅 빈 구도심의 낙후시설을 재탄생시켜 많은 이들이 다시 찾아오게끔 해보고 싶었지요.” 그 후 동네방네는 영업을 포기한 채 방치되고 있거나 달셋방으로 겨우 명목을 유지하고 있던 숙박업소들을 물색했고, 마침내 ‘비선여인숙’을 찾아냈다. 이곳은 2007년부터 문을 닫고 방치되어 있었다는 게 게스트하우스를 담당하는 염태진 씨의 설명. 1층에 편의점이 운영 중이지만, 오래된 여관 건물이라 새 단장을 위한 비용부담에 누군가 선뜻 들어오긴 힘들었을 이곳을, 4명의 청년들이 직접 집수리에 나섰고 2년여의 준비를 거쳐 지난 6월 3일 드디어 비선여인숙은 ‘봄엔게스트하우스’로 오픈을 하게 되었다.


 

봄엔게스트하우스 사용설명서
총 4개의 객실은 2인실(공용), 4,6인실(여성전용), 8인실(남성전용)로, 요금은 1인 당 2만원에서 2만4천원이다. 여기에는 조식과 춘천 원도심 상점에서 현금처럼 사용가능한 3천원 상품권이 포함되어 있다.
“상품권은 게스트하우스 운영 목적 외에도, 많은 여행자들의 춘천 방문으로 인해 지역경제도 함께 활성화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였어요. 더불어 여행자들에게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 가맹점이 아닌 춘천만의 좋은 업소를 소개시켜 드릴 수도 있지요.”
게스트하우스는 각 방마다 기숙사형 2층 침대로 개인 잠자리가 마련되어 있고 치약, 샴푸, 비누, 바디제품과 드라이기, 빗, 고데기도 구비되어 있다. 공용공간에서는 준비된 조리기구를 이용해 간단한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도 있다. 20~30대 초반 여행자들이 많지만, 아들과 함께 여행하는 중년의 아버지, 업무 차 들러 숙소로 이용하는 비즈니스맨도 종종 있다고 한다.

봄엔게스트하우스 100배 즐기기
서로 모르는 여행자끼리 갖는 조촐한 파티는 또 하나의 특별함. “저희가 약간의 전과 막걸리를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자리를 마련해 드리면, 처음엔 서먹서먹하다가 보드게임도 하고 여행, 지역 등 각자 이야기보따리가 풀어지면서 스스럼없이 친구가 됩니다. 원하실 경우 추가로 술자리가 이어지기도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12시 소등을 원칙으로 하죠.”
한 여행자가 가져온 기타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우다가 순식간에 기타 연주 배틀이 펼쳐지기도 하고, 어떤 후덕한 여행자가 한 턱 내는 치맥으로 여름밤은 길어지기 일쑤다. 게임을 통해 설거지는 무조건 한 사람 몫으로 몰아주는 것도 봄엔게스트하우스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묘미라고 한다.
오픈 초기이지만 봄엔게스트하우스는 최근 여름 성수기를 맞은 탓에, 또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을 탄 덕분에 주말의 경우는 대부분 예약이 꽉 찬다. 낡고 허름한 여관의 변신에 대한 흥미로움과 우리지역의 과거 그 시절에 대한 향수, 여기에 청년들의 의미 있는 도전의 결과물로서 여행객들은 호기심 있고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앞으로 더 다양한 프로그램 시도와 지속적으로 만족스러운 여행시설로 업그레이드 시켜, 2호점 3호점 오픈도 욕심내고 있다는 봄엔게스트하우스. 청년들의 참신한 기획 속에 지역과 함께 성장하고자 하는 큰 뜻이 뿌리를 내려 춘천의 작은 뒷골목에도 늘 봄기운이 가득하리란 기대를 해본다.
 

김재석 리포터 kbs@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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