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로 종이컵 사용량 5년새 4배 급증

2014-08-27 19:36:13 게재

MB정부 국민불편 핑계로 규제 대상서 제외 … 환경부, 일회용품 감축 의지 의문

정부의 무분별한 일회용품 규제완화 정책으로 종이컵 사용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08년만 해도 음식점 학교 병원 기숙사 등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에서는 원칙적으로 일회용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일회용종이컵 사용을 억제하기는커녕 2008년 6월 30일 돌연 종이컵을 법적 규제대상에서 빼버렸다. 이후 5년새 일회용컵 사용량은 4배가량 증가했다. 잘못된 규제완화로 일회용컵 사용량이 큰 폭으로 늘어난 셈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이를 보완할 대책조차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정부 공약사항으로 폐지 = 2008년 6월 30일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재촉법) 시행규칙이 개정됨에 따라 일회용종이컵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됐다. 환경부는 2008년 3월 25일 재촉법 시행규칙 별표 2 개정령안 입법 예고를 한 뒤 약 4개월만에 관련 규칙을 개정, 시행했다. 재촉법 시행규칙 별표 2가 개정되기 전에는 학교 병원 기숙사 등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1회 50명이상에게 식사 제공)에서 일회용종이컵을 사용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왜 갑자기 일회용종이컵이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걸까? 2008년 당시 환경부가 재촉법 시행규칙 별표 2 개정 이유로 제시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국민생활 여건의 변화 등으로 일회용종이컵은 분리·수거 재활용 되므로 식품접객업이나 집단급식소의 사용억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해 업체의 자율적 판단에 따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

신진수 환경부 자원순환정책과장은 "일회용종이컵 규제 완화는 이명박정부의 공약사항이었다"며 "종이컵의 경우 재활용이 비교적 잘되는 편이었고, 일회용종이컵 사용 규제에 따른 불편을 호소하는 국민들도 많았기 때문에 규제를 완화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컵 회수대 설치 등 보완책 실패 =하지만 환경부의 이 같은 설명만으로는 규제 대상에서 일회용종이컵을 제외한 것이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높다. 단적인 예로 일회용종이컵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되지만, 일회용 종이접시나 종이용기 등은 여전히 사용 억제 품목에 들어가 있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재촉법 41조에 따라 3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일회용종이컵 규제 완화에 따른 보완책도 심도 있게 논의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환경부는 2008년 일회용품 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면서, 테이크아웃 일회용종이컵 회수율을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협약 등을 통한 업계 자율의지 △공공장소 등에 컵 회수대 설치 등을 내세웠다. 매장 부근이나 공공장소 등에 컵 회수대를 설치하고 이를 관리·재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컵 회수대 설치 정책은 불과 1년도 되지 못해 폐지됐다. 환경부 역시 실패를 인정했다. 환경부는 "컵 회수대를 2008년 10월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했지만, 그 해 하반기에 중단했다"며 "담배꽁초나 다른 쓰레기들을 함께 버리는 등 관련 사업을 지속하기에는 여러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확한 사용량 파악도 못해 =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내세운 '규제완화'라는 이름으로 뾰족한 대안 없이 환경정책을 내버렸다가 일회용품 사용량을 부추긴 결과를 낳은 것이다.

실제로 환경부에 따르면 최근 5년새 일회용컵 사용량('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 업체의 매장당 사용량 기준)은 평균 4배가량 증가했다. 2003~2007년 일회용컵 평균 사용량은 2만7011개였다. 하지만 2009~2012년 일회용컵 평균 사용량은 10만7811개로 껑충 뛰었다. 2007년의 경우 일회용컵 사용량이 3만1102개였는데, 2012년에는 11만3925개를 사용했다. 불과 5년새 일회용컵 사용량이 4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물론 이는 일회용종이컵 외에도 합성수지재질의 일회용컵 등을 포함한 수치다. 환경부는 정확한 일회용종이컵 사용량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앞서 언급한 환경부 통계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 업체의 매장당 사용량에 불과하다.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사업자들은 환경부와 자발적으로 일회용컵을 줄이겠다는 내용의 협약을 맺은 바 있다. 협약을 맺은 업체들은 스타벅스 커피빈코리아 투썸플레이스 맥도날드 롯데리아 KFC 등 18곳이다.

환경단체들은 실제 일회용컵 사용량이 훨씬 많은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일회용종이컵 사용량 비중이 높다는 게 공통된 주장이다. 자원순환사회연대의 '일회용컵에 대한 생산자책임재활용제도 도입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일회용종이컵 사용량은 연간 약 7만t(2011년 기준)으로, 연간 약 134억개다.

고민정 녹색소비자연대전국협의회 생태환경팀장은 "일회용종이컵 사용량은 갈수록 늘어나고 있는데, 정부는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 "신중하지 못한 환경규제 완화에 따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온다"고 말했다. 고 팀장은 또 "업체들의 자율적 의지에만 맡겨서는 제대로 된 일회용품 사용량 감축이 이뤄질 수 없다"며 환경당국의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신 과장은 "종이컵 등 일회용컵 사용 실태 관련 연구 용역을 지난 5월에 시작, 올 연말에 결과가 나오면 충분한 검토를 통해 관련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 과장은 또 "지난 1월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촉법 개정안에 따라 폐지된 컵보증금제를 되살리는 방안도 추진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충분한 국민적 합의를 거친 뒤 도입 여부를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컵보증금제란 커피전문점이나 패스트푸드점 등에서 사용한 일회용컵을 가져오는 고객에게 보증금 50~100원을 돌려주던 제도다. 이 제도 역시 이명박정부가 내세운 공약사항에 따라 2008년 3월 20일 폐지됐다. 최 의원이 대표 발의한 재촉법 개정안은 일회용컵 등을 판매한 사업자는 소비자가 사용한 일회용컵을 다시 가져올 경우 현금으로 환불해줘야 한다는 내용 등을 주요 골자로 한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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