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연금 규제완화 노동자 노후자금 위협"

2014-08-28 12:03:53 게재

노동계 사적연금 활성화 정책에 반발 … "제도 도입과정에 노사대표 빠져"

정부가 추진하는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에 노동계가 반발하고 있다. 노동자의 노후 생활자금인 퇴직연금을 투기자본에 넘기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이유다. 향후 제도도입을 위한 법령 개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기금조성 주체 빠진 채 제도설계 = 정부는 27일 경제장관회의를 열고 사적(私的)연금 활성화대책을 발표했다. 2016년 300인 이상 사업장을 시작으로 이후 2022년까지 모든 사업장에 퇴직금 제도를 폐지하고 퇴직연금을 의무화하고, 퇴직연금의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기재부 대회의실에서 열린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모두 발언을 통해 2016년 300인 이상 기업부터 단계적으로 기업의 퇴직연금 도입을 의무화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현재는 퇴직금과 퇴직연금 중 하나 이상의 제도를 노동자 과반수 동의를 거쳐 설정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들의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노후생활 보장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정부 정책은 노동자의 퇴직연금으로 자본시장을 활성화하는 것이 주목적이라며 노동자의 노후자금의 안정성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선 노동자의 노후소득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사안에 대해 당사자의 의견 수렴이 없었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한국노총은 27일 성명에서 "정부가 사적연금 활성화대책을 위해 정부합동 TF팀을 구성해 논의를 진행했다고 하지만, 기금조성의 주체인 노사대표는 논의과정에서 완전히 배제됐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손필훈 근로복지과장은 "입법과정에서 보완할 문제"라고 말했다.

◆수익성 위주 운용하면 위험 불가피 = 자산운용 규제완화로 노후자금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민주노총은 "퇴직연금의 위험자산 투자한도를 현행 40%에서 70%까지 늘려 규제를 완화하고, 개별자산별 투자한도가 폐기되면 더욱 공격적인 투기가 가능해진다"며 "불안정한 금융시장이라는 구조적 조건에 상시적으로 노출될 수밖에 없어 노후자산의 위험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한국노총도 "현재는 노동조합이나 근로자대표의 동의하에 주로 은행이나 보험사에 원금보장형 상품에 주로 가입돼 있으나, 개별기업 펀드가 조성되고 투자규제가 완화되면 높은 수익률에 대한 유혹을 이기지 못해 위험자산 투자로 쏠리게 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1998년이나 2008년과 같이 경제위기로 증시가 폭락할 경우, 퇴직후 근로자가 수령하는 연금액이 푼돈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과정 논란 불가피 = 정부는 가입자의 연금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공시 등 소비자 보호장치를 강화하고, 파생상품 투자를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한편, 예금자 보호한도를 기존의 1인당 5000만원에서 규제를 완화한 확정기여형(DC형)과 개인형퇴직연금(IRP)의 경우 추가로 금융기관별로 1인당 5천만원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노동계는 이번 대책이 퇴직연금을 자본시장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쓰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노동자의 생활안정이란 측면보다 퇴직연금을 하나의 경제활성화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비판했다.

민주노총도 "노동자의 노후소득보장은 고사하고, 이마저 자본의 이익을 위해 금융시장에 동원하려는 정부 계획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지적했다. 결국 퇴직연금 전면 도입을 위해서는 국회에서 관련 법을 개정해야 하는 만큼 국회 입법과정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장병호 기자 bhja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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