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경제자유구역청장 사표로 갈등

2014-09-29 11:08:44 게재

홍준표 "현 청장 직무태만"

서병수 "일방통행" 못마땅

서석숭 부산진해경제자유구역청장의 거취를 두고 경남도와 부산시가 갈등을 빚고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는 최근 "서 청장이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며 사표를 내라고 했다. 홍 지사는 지난 1일 인터넷으로 생중계되는 월례 실국원장회의에서 서 청장이 보고는 커녕 회의에 참석조차 하지 않는다고 화를 냈다. 경남도는 곧이어 서 청장에게 사표를 요구하고 산업자원부에 후임 인사를 추천할 것을 협의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서 청장의 임기는 3년이다.

서 청장이 억울하다며 사표제출을 거부하자 경남도는 지난 24일부터 30일까지 부진경자청에 대해 감사를 벌였다.

부진경자청을 공동관할하는 부산시는 못마땅하다는 반응이다. 부산시 관계자는 "홍 지사가 공동임명권자인 서병수 부산시장의 의견도 묻지 않고 일방적으로 사표를 요구하고 후임자 협의에 나선 것은 권한을 넘어선 것"이라고 했다. 부산시는 공동감사를 하자는 경남도의 제의에 대해서도 '수해 감사로 바쁘다'며 응하지 않았다.

경남도는 "말도 안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경제자유구역청법과 부진경자조합규약에 경남도지사와 부산시장이 공동임명권자로 돼 있고 그동안 순번제로 임명권을 행사하기로 합의돼 있다는 것. 홍 지사가 서 청장에 대한 임명권이 있는 만큼 직무태만을 이유로 사표를 요구하는 것은 정당하고 산자부도 이에 동의했다는 게 경남도의 설명이다.

경남도 관계자는 "사표요구 이전에 경남도 인사과장이 부산시 인사과장에게 사전 통보했는 데 뒤늦게 문제 삼는 것은 부산시에 우호적인 서 청장 감싸기"라고 주장했다. '보복성 월권 감사'라는 일부 지적에 대해 경남도는 "공공감사에 관한 법률과 경남도 위임사무에 관한 조례에 근거한 정당한 감사"라고 했다.

서 청장이 홍 지사 눈밖에 난 것은 홍 지사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진해웅동지구 내 글로벌테마파크 조성을 위한 외국인 투자자 유치에 협조하지 않는 등 경남도 관할 지역에 대한 업무에 소홀했기 때문이라는 게 지역 관가의 분석이다.

서 청장은 지난 달 31일 부진경자청을 방문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폭스사의 투자 진위와 카지노 유치에 대해 문의하자 '구체적으로 아는 바 없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부진경자청은 테마파크 조성에 선행돼야 할 부지 용도변경과 기존 사업시행자와의 협의 등 법적인 절차를 밟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남도의 협조요구에 미온적이다. 서 청장은 전화연락이 닿지 않았다. 경남도 관계자는 "산자부가 직접 사표를 받고 후임자를 추천하기로 협의됐다"며 "서 청장이 사표를 내지 않으면 직위해제할 것"이라고 했다.

차염진 기자 yjcha@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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