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승계, 리스크를 줄이자 | ③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

전자지분 추가매입 없이도 지주회사 체제 가능하다

2014-10-01 00:00:01 게재

제일모직·SDS 상장으로 지분가치 상승

전자 인적분할, 생명 주식출자 거쳐 완성

[내일신문-서울대 시장과정부연구센터 공동기획]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총수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입하지 않고도 삼성그룹의 지주사 전환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일신문과 서울대 행정대학원 시장과정부연구센터(소장 박상인 교수) 공동기획에 따르면 제일모직(옛 삼성에버랜드) 상장 뒤 삼성전자에서 인적분할한 지주사와 합병하는 방식으로 이 부회장 등 삼남매의 통합지주회사 지배력을 유지할 수 있다. 내년초 상장 예정인 제일모직이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지 않고 삼성전자에서 인적분할한 지주회사와 합병을 추진하는지 지켜볼 필요가 커졌다.

이는 지난해 내일신문의 삼성그룹 지주사 전환 시물레이션에서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분 1% 추가 매입을 지주회사 전환 전제조건으로 삼은 것과 달라진 점이다. 또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 인적분할 과정을 포함한 것과도 차이가 있다. 이번 연구결과 이러한 조건이 없어지면서 지주회사 전환 과정이 손쉬워졌음을 알 수 있다.(내일신문 2013년 9월 3일자 1면 참고)


◆지주사 전환, 삼성리스크 해소 =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3세 승계를 마무리지으면서 순환출자고리를 없애 삼성리스크를 해소하는 '1석3조'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

'삼성리스크'는 삼성전자의 경영위기가 삼성생명 자산 손실과 부실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삼성그룹 전체 부실, 나아가 한국경제 전체 위기를 야기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인적분할과 공개매수, 현물출자, 통합, 통합 뒤 분할 등의 과정을 거쳐 삼성그룹은 가칭 '삼성홀딩스'라는 일반지주회사와 '삼성금융홀딩스'라는 금융지주회사체제로 재편하는 것이 이 시나리오의 결론이다.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는 삼성전자 등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가칭 삼성홀딩스 지분을 38.17% 소유하게 된다. 여기에 자사주 9.83%를 더하면 내부지분율이 48%에 달해 지배력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렇게 하면 삼성그룹의 아킬레스건인 순환출자구조와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된다. 지주회사 설립 이후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도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은 여전히 유지된다.

삼성그룹 커뮤니케이션팀 고위 임원은 "그룹 지배구조를 지주회사 체제로 바꾸는 방안을 폐기하지는 않았다"며 "여러 방안 가운데 하나일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인적분할부터 시작 = 지난 6월 현재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 부회장 등 총수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4.09%이다. 삼성전자 보통주를 기준으로 총수일가 지분율은 4.71%이며 여기에 비영리법인 지분 0.09%를 더하면 모두 4.8%가 된다.

이번 시나리오에서 총수일가가 삼성전자 주식을 추가 매입할 필요는 없다. 대신 자사주 매입이 관건이다. 삼성전자의 현재 자사주 비중은 11.11%이다. 여기에 추가로 8.89%를 매입해 자사주 비중을 20%로 높인다. 삼성생명은 총수일가 지분(20.76%)과 자사주 비중(5.46%)에 변화가 없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지분 7.56%를 보유하고 있다. 제일모직은 이 부회장 등 삼남매의 지분이 41.84%이다. 제일모직은 자사주를 5% 추가 매입해 비중을 20.23%로 올린다.

이와 같은 준비 단계를 거쳐 본격적인 지주회사 전환에 돌입한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 1단계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순수지주회사와 사업부문으로 나누는 것이다. 2단계는 순수지주회사가 삼성전자 지분 30%를 확보하기 위해 공개매수를 한다. 이 결과 총수일가는 4.8%에 해당하는 지주회사 주식을 배정받게 된다. 총수일가는 삼성SDS 주식도 전량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발행받는 방식으로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일 수 있다. 주식가치 계산에 따라 총수일가는 지주회사 지분율을 4.8%에서 32.51%로 끌어올리게 된다. 이는 지난해 시뮬레이션 때보다 더 높은 수치다. 상장을 앞둔 삼성SDS 가치가 3배 정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이 부회장 등 삼남매는 삼성SDS 주식 일부를 매각해 상속세로 사용할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지분 5%를 매각하고 나머지를 현물출자해도 지분율은 30.08%가 된다.

전환 3단계는 삼성전자 지주회사와 제일모직의 주식 전량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두 회사를 통합해 가칭 '삼성홀딩스'를 설립하는 것이다.

제일모직에 대한 이 부회장 등 삼남매의 지분율은 41.84%이므로 삼성홀딩스 지분율은 32.61%가 된다. 이 회장의 지분 3.27%는 계산에 포함하지 않았다. 삼성홀딩스 지분 1% 가치는 4851억원으로 계산된다.

다음 4단계는 총수일가의 삼성생명 주식 전량을 삼성홀딩스에 현물출자하고 신주를 발행받는다. 총수일가의 삼성생명 지분 20.76%를 신주와 교환하면 삼성홀딩스에 대한 지분율은 32.61%에서 38.17%로 증가하게 된다. 여기에 자사주 10.71%를 더하면 내부지분율은 48%에 이른다.

이와 함께 삼성홀딩스는 삼성생명 지분 40.1%를 보유하게 된다. 삼성생명은 여전히 삼성전자 주식 지분 7.56%를 소유하고 있으며 삼성홀딩스 지분도 가지고 있다. 이들 지분은 매각하면 된다.

삼성홀딩스가 삼성전자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해도 지배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

마지막 단계는 삼성홀딩스에서 금융회사들을 거느린 가칭 삼성금융홀딩스를 분할한다. 인적분할을 할 경우 두 지주회사에 대한 총수일가의 지배력은 같다. 이 때 LG와 GS 그룹 분할과 같은 방식으로 분할 상속도 가능하다.

◆"지배구조 바꿀 수 있는 좋은 기회" =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는 다른 시나리오에 비해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양도소득세 면제 등 각종 세제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과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이 계열분리할 경우 비용면에서 유리하다.

이 시나리오는 보험업법 개정이나 금산분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어서 그룹의 정책 리스크를 줄여준다. 삼성전자의 부실이 삼성생명으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순환출자 해소 등으로 이미지를 제고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주회사 체제는 일반회사보다 규제가 많다. 총수일가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박상인 서울대 교수는 "삼성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좋은 기회"라며 "보험업법 개정 등 정책과 여론 등 외부환경에 따라 승계 방식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새로 짜여진 지배구조는 앞으로 30~40년 이어질 것"이라며 "재벌 소유구조에 대한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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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현주 기자 hjbeo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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