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전문서적 빼곡한 '디자인도서관'
디자인·건축·미술 서적 1만4000권 소장 … "독자에게 '영감'을 주는 책 골라"
재동초등학교, 가회동 주민센터 등이 자리한 종로구 가회동 뒷골목을 고즈넉이 걷다 보면 눈에 띄는 건물이 있다. 한옥 양식과 현대 건축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옛 서미갤러리 자리에 있는 아담한 건물. 현대카드가 운영하는 전문도서관인 '디자인 도서관'이다.
누구나 디자인의 중요성을 말하면서도 막상 디자인으로 특화된 도서관을 찾기는 힘든 것이 현실. 이 곳에 들어서면 다양한 디자인 전문 도서와 초판본부터 소장하고 있는 디자인 잡지, 희귀본들에 누구라도 설렐 법하다.
전문잡지, 초판본부터 소장
도서관에 들어서면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책들은 '희귀본 컬렉션'. 소장하고 있는 250여종의 희귀본들 중 10여종씩을 매달 주제별로 전시한다. 희귀본들은 함께 비치된 장갑을 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관계자는 "책장에 꽂아두지 않고 주제별 전시를 함으로써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시각을 선물하려는 의도"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여성, 음악, 핸드메이드, 여행 등 다양한 주제의 희귀본들이 이용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예컨대 9월에 전시된 희귀본들의 주제는 '도시'. 런던의 역사와 문화를 풀어낸 사진집인 '런던'은 폴 스미스가 표지를 디자인했다. '장미, 그것이 파리다(rose, c'est paris)'는 가방 안에 사진집과 함께 장미 조화가 들어있는 독특한 구성의 책이다. 장미를 매개로 파리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초현실주의 사진들이 담겨 있다.
'비져네어(visionaire)'라는 독특한 형태의 무크지도 눈길을 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를 주제로 한 62호의 경우 책의 형태가 아닌, 정육면체에 담긴 다양한 3D 사진과 그 외 소품들을 통해 리우데자네이루의 다양한 모습들을 살펴볼 수 있게 했다.
이 잡지의 특색은 매 호 주제뿐 아니라 잡지의 형태, 참여하는 작가들이 달라진다는 것. 도서관은 이 잡지를 1호부터 63호까지 전권 소장하고 있다.
도서관이 전권 소장하는 잡지 중에는 '도무스(domus)'도 있다. 도무스는 1928년 창간돼 현재까지 발간되는 이탈리아 건축 전문잡지. 도무스를 전권 소장하는 도서관은 이곳이 국내 유일하다.
이 곳에선 미국 대중문화 잡지 '라이프(LIFE)'도 2167권 모두 만날 수 있다. 라이프는 1936년 창간돼 1972년까지 주간지로 전성기를 누렸다. 이후 월간, 계간 등으로 바뀌다 2000년 폐간됐다.
도서관 안, 재미있는 공간들
디자인 도서관인 만큼 도서관 자체의 디자인에도 신경을 쓴 흔적이 역력하다.
2층에는 '집 속의 집'이라 해서 도서 열람 공간 안에 분리된 또 하나의 공간을 만들었다. 이용자들은 이 곳에 신을 벗고 기대앉아 마치 집에 있는 것처럼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다.
집 속의 집을 꾸며놓은 공간은 건축 서적이 자리해 있는 곳이기도 하다. 서적 배치가 디자인과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셈이다.
3층에는 마치 다락방과 같은 작은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곳 작은 의자에 앉으면 커다랗게 난 창으로 남산타워가 보인다. 이 곳의 이름은 왕세자를 위한 공간을 뜻하는 '기오헌(奇傲軒)'. 관계자는 "왕은 세자가 소박하고 겸손하되 야망을 가지기를 바랐다"면서 "방은 작지만 창을 크게 해서 시야를 넓게 확보했다"고 말했다. 이 곳에서 이용자들은 창 밖 풍광과 함께 자기 자신에게 몰입, 책을 읽을 수 있다.
박유라(28)씨는 "다른 도서관과는 달리 독특하고 재미있게 디자인된 공간이 많다"면서 "웹디자인을 하고 있는데 다른 데선 찾기 힘든 책들이 많고 앉아서 자유롭게 책을 읽을 수 있어 종종 찾는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2월 개관한 도서관은 디자인, 건축, 미술 분야를 중심으로 1만4000여권의 서적을 소장하고 있다.
1년 동안의 준비 기간 동안 수서를 위해 전세계에서 자료를 모으다시피 했고 세계적으로 명성이 있는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았다.
현재 이용자 수는 평일 100여명, 주말에는 150여명에 이른다.
관계자는 "디자인이나 미술 전공자, 연구자뿐 아니라 새로운 공간에 대한 매력에 도서관을 찾는 사람들이 많다"면서 "어떤 책을 고를 것인지의 가장 큰 원칙은 '영감을 줄 수 있는가'에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