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선한 계절,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 드세요”

2014-10-07 10:07:00 게재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대전의 칼국수 열전

찐빵 두루치기 물총 수육 족발 등 입맛 돋우는 찰떡궁합 메뉴들

휭~하니 마음까지 쓸어내리는 바람 소리가 깊어가는 계절, 가을이다. 이문세의 ‘옛사랑’을 들으며 거리를 걸어보고도 싶고, 성시경의 ‘거리에서’를 들으며 멈춰 서서 가만히 생각에 잠겨보고 싶은, 따뜻한 그 무엇이 그리운 계절이다.
먹거리도 그렇다. 시원한 냉면, 소바의 시간이 가고 따뜻한 칼국수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호호 불며 먹는 따끈한 칼국수 한 그릇,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대전의 칼국수들을 모아봤다.
 



봉황홍두깨칼국수 - 보리밥·칼국수·찐빵까지 배가 두둑

반석마을 4단지와 5단지 사이에 있는 봉황홍두깨칼국수에서는 단돈 6000원에 푸짐한 칼국수 상차림을 받을 수 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맛깔스런 김치와 함께 보리밥이 나온다. 밥그릇을 비울 즈음이면 육수가 가득 담긴 냄비와 갓 뽑아낸 생생한 면발의 칼국수 사리를 내온다. 칼국수를 다 먹고 나면 인원수대로 찐빵까지 준다. 칼국수와 찐빵이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지만 배불리 먹고 가라는 주인장의 배려가 담겨있어 정감이 간다.
이 집 칼국수는 손님들이 즉석에서 직접 끓여먹는다. 황태를 밑 국물로 우려낸 육수에는 바지락과 표고버섯, 호박, 감자, 대파가 담겨 나오는데 따로 나온 칼국수 면을 넣고 푹푹 익혀 먹으면 된다. 야채나 바지락의 건더기 양이 아쉽지만 국물 맛은 시원하다.
칼국수와 찰떡궁합인 김치도 수준급. 배추겉절이와 열무김치를 직접 담가 내놓는데 맛이 좋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특히 열무김치는 연하고 어린 열무만을 사용한다. 풋고추를 빻아서 고춧가루 없이 버무려 새콤하게 익힌 다음 손님상에 낸다. 보리밥에 비벼먹어도 좋고 칼국수에 얹어 먹어도 조화롭다.
단골인 40대 주부 윤정아씨는 “이집 김치는 시골에서 할머니가 새파란 고추를 절구에 갈아 넣고 담은 열무김치 맛과 비슷하다. 비 오는 날이면 새콤한 열무김치를 올려 후루룩 먹는 칼국수 생각이 나서 자주 찾는다”고 표현했다.
식사 중간 중간에 김치를 요구하는 손님이 많은 터라 아예 옛날 절구통에 김치를 담아 원하는 대로 가져다 먹을 수 있도록 배려했다. 열무김치는 2kg에 1만5000원에 판매도 한다.  
 



청와삼대 - 7가지 한약재로 달여 만든 국물 맛 일품

도안신도시 12블록 옆, 원신흥동 단독주택가에 자리한 대전 청와삼대. 지난 해 5월에 개업해 1년을 부지런히 달려 인근 주민들에게는 제법 잘나가는 맛집으로 자리매김했다.
청와삼대의 주력 메뉴는 칼국수와 족발, 보쌈이다. 일반적으로 처음 오는 손님들은 여느 집에서처럼 바지락 칼국수를 주문하지만 이집의 단골들은 건강칼국수를 찾는다. 건강칼국수는 청와삼대만의 특별메뉴이다. 한백초, 녹각, 가시오가피, 삼지구엽초, 황기, 달근, 당귀를 달여 만든 국물이 일품인 메뉴이다. 한약재를 사용해 특유의 향을 내지만 그리 강한 편이 아니어서 아이나 어른 모두가 즐겨 먹는다. 지단과 부추, 결대로 곱게 찢은 닭고기를 고명으로 올려 입맛 돋는 한 그릇을 손님상에 올린다.
여기서 끝나면 씹는 맛이 덜해 입이 좀 심심했을까. 청와삼대는 부드러운 족발과 명이나물 마늘보쌈으로 단골들을 사로잡았다. 울릉도에서 공수한 알싸한 명이나물에 특제 마늘소스를 올려 수육을 싸서 먹는데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수육의 맛을 마늘소스와 명이나물로 마무리해 뒷맛까지 깔끔하다.
특히 왕족발과 매운양념족발은 건강칼국수 국물에 사용하는 한약재를 사용해 삶는데 잡내가 전혀 없고 부드럽기로 유명하다. 주인장 정하록씨는 “평소 족발을 잘 안 드시는 분들도 우리 족발은 즐긴다”면서 “다양한 수요를 위해 반반메뉴나 점심메뉴 등을 고안했다”고 언급했다.
건강칼국수는 6000원,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점심메뉴로 제공되는 보쌈정식이 8000원, 족발과 보쌈이 반반씩 나가거나 왕족발과 매운족발이 반반씩 나가는 반반메뉴가 3만 5000원이다.
 



오시오칼국수 - 넓고 쾌적한 곳에서 맛깔나게 한 그릇

칼국수집이 많은 대전에서 개업4년차의 후발주자이지만 맛과 함께 넓고 쾌적한 환경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했다. 하기동 송림마을 5단지 뒤에 산을 등지고 한적한 곳에 넓게 자리 잡은 매장은 대로변에서 눈여겨보지 않으면 지나치기 쉽다. 인근 연구단지의 직장인들을 비롯해 가족단위 나들이객, 소문을 듣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로 줄을 서서 기다려야하는 경우도 흔하다.
거피들깨를 갈아 넣어 톡톡한 국물에는 면과 함께 호박, 감자, 표고버섯, 당근, 부추를 넣고 고명으로 쑥갓과 김 가루를 올렸다. 국물은 멸치와 황태를 비롯한 기본 해물로 맛을 내고 고기 육수를 더했다. 자칫 느끼하게 여겨질 수 있는 들깨의 구수한 맛이 국물에 들어간 여러 가지 야채와 어울려 구수하면서도 시원하고 깔끔한 국물 맛을 낸다. 청양고추의 칼칼한 맛도 살짝 느껴진다. 문응순 대표가 1년 반 동안 주방에서 직접 시행착오를 거듭하면 찾아낸 국물이다. 식탁마다 항아리에 담아 내 손님이 직접 덜어먹을 수 있는 배추겉절이와 고춧가루를 쓰지 않은 칼칼한 맛의 열무김치는 칼국수와 잘 어울린다.
국내산 돼지족에 한약재를 첨가해 쫄깃하게 삶아낸 미니족발(7000원)과 돼지족에 고추장 양념을 발라 구운 족발고추장구이(1만5000원)도 칼국수와 함께 찾는 대표메뉴다. 검은 콩을 갈아 넣은 수제비를 칼국수와 함께 식탁에서 바로 끓여먹는 칼제비(7000원, 2인 이상)도 인기가 높다. 곁들이 메뉴로는 만두(5500원)와 녹두전(1만원), 수육(소 1만8000원, 대 2만8000원)이 있다. 가게 앞에 넓은 주차장이 있어 주차가 편리하다.
 



추억이 불타는 조개구이 - 탱글탱글 면발이 살아있는 칼국수와 물총의 만남

조개구이집에서 칼국수를 의아해 할 것이다. 하지만 점심메뉴로 시작해서 주민들에게 슬슬 입소문을 타고 있는 집이다. 먹어본 사람들은 ‘오씨칼국수’와 비슷한 맛이라고 평가한다. 그도 그럴 것이 처음 면발과 국물 내는 법을 오씨칼국수에서 수년간 일하신 분들에게 배웠다고 한다. 하지만 어은동 사람들은 매운맛에 약해 매운맛과 짠맛을 조금 줄였단다. 물총(9000원)과 칼국수(5000원)가 대표 메뉴이다. 
물총은 원래 ‘동죽’이라는 조개를 말하는데 조갯살 안에 살점이 약간 부풀어 있어서 씹으면 터지면서 짭조름한 물이 물총처럼 톡 터져 나와서 별칭을 물총조개라고 한다. 물총은 청양고추와 마늘을 많이 넣어서 매콤한 것이 술을 부르는 국물 맛이다. 원래 동죽조개는 풋고추와 궁합이 잘 맞는다. 풋고추에는 비타민 C가 풍부하여 동죽에 있는 철분 흡수를 도와주고 조개 특유의 비린 향을 제거해 주기 때문이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싶으면 사리를 추가하면 물총국물에 끓여 먹을 수 있다.
칼국수는 쑥갓을 고명으로 물총을 넣어 만든다. 기본육수는 멸치육수로 같지만 청양고추 맛이 없고 국수를 삶을 때 나온 전분이 그대로 들어 있어 국물이 좀 더 걸쭉하게 느껴진다. 식당 한 편에서는 한 남자가 밀대로 반죽을 열심히 밀고 있다. 바로 사장이다. 반죽을 손으로 밀어서인지, 기계면과는 달리 탱글탱글하고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다.
 



동원칼국수 - 두부두루치기와 바지락 칼국수의 절묘한 궁합

월평동 선사유적지 인근 상가 골목에 위치한 동원칼국수는 대전의 전통 있는 칼국수 집으로 명성이 자자한 곳이다. 대전정부청사, 시외버스터미널, 극장 등 근처의 대규모 시설로 인해 평일 한낮에도 식당 안은 연일 사람들로 북적댄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단연 칼국수이다. 쫄깃한 면발의 식감과 다시마, 멸치로 우려 낸 시원한 육수에 바지락을 듬뿍 넣은 국물 맛은 칼국수의 깔끔함과 개운함을 더한다. 약간의 매운 맛을 첨가하고 싶다면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것도 좋다. 1인분이라고 하기에는 성인 여자 2명이 나눠 먹어도 될 만큼 양도 두둑하다.
칼국수만으로 허전함이 느껴진다면 두루치기를 곁들일 것을 권한다. 두부와 오징어 두 가지 종류의 두루치기 역시 이곳을 대표하는 인기 메뉴로 통한다.
큼지막한 두부, 호박, 양파, 파 등의 각종 야채와 매콤한 양념이 버무려진 두부두루치기의 맛깔스러운 비주얼이 군침을 돋운다. 게다가 칼칼하고 감칠맛 나는 두루치기와 시원한 칼국수의 궁합도 환상적이다. 매운 두루치기를 한입 먹은 후 칼국수 한 젓가락을 입에 넣으면 매운 맛이 진정된다. 맵게 보이지만 사실 매운 맛을 즐기는 어린이들이 먹기에도 무리는 없다. 두루치기를 먹다 남은 국물에 면 사리를 추가해 비벼먹는 것도 별미다.
칼국수는 6000원, 두부두루치기는 1만원으로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지난해 리모델링을 해 한층 더 넓어진 1·2층 매장은 단체손님을 받기에도 부족하지 않다. 


 

김소정·박수경·이영임·이주은·홍기숙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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