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어린이안전'도 규제 완화하나

2014-10-07 12:24:07 게재

환경보건 관리대상서 초등학교 운동장 제외 … 규제위 반대에 환경부 입장 번복

중금속이나 발암물질 등이 검출, 어린이 안전사각지대로 꼽혀온 초등학교 운동장에 대한 관리 강화가 무산돼 논란이 일고 있다. 무분별한 규제완화 정책을 내세운 박근혜정부가 어린이 안전을 등한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 되는 상황이다.

지난 8월 세종시 아름동의 모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폐기물 매립 여부를 확인하는 터파기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날 현장점검은 세종시 신도시 내 학교 신축 공사장에 폐기물을 그대로 묻고 공사를 진행해 추후 싱크홀 발생이 우려된다는 일각의 주장에 따라 이뤄졌다. 연합뉴스 이은파 기자


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한정애 의원(새정치민주연합·비례)은 "환경부가 2월 환경보건법 시행령안을 발표할 당시만 해도 초등학교 운동장은 법적 관리 추진 대상에 포함됐다"며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 규제심사 결과, 갑자기 법적 규제 대상서 빠져버렸다"고 지적했다.

환경부가 지난 2월 14일 입법예고한 환경보건법 시행령안에는 어린이활동공간 대상 범위에 초등학교 운동장이 포함됐다. 이때만 해도 환경부는 환경보건법 시행령 제1조의2 4항 개정을 추진해 초등학교 운동장을 규제대상에 넣으려고 했다. 법적 어린이활동공간에 속하게 되면, 환경안전관리기준을 준수해야 할뿐더러 위반할 경우 개선명령 등의 행정처분 조치를 받게 된다. 어린이는 성인에 비해 대사량이 50%이상 큰 반면, 신경·호흡·생식기관 등의 발달이 불완전하여 유해물질 노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런 특성상 어린이 활동량이 많은 운동장에 대한 적절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게 환경부의 판단이었다.

실제로 국립환경과학원의 '어린이활동공간 환경안전 관리 강화 연구 Ⅱ' 보고서에 따르면, 인조잔디운동장의 경우 조사대상 중 58%에서 중금속인 납 성분이 검출됐다. 기준치를 초과한 학교는 1개교였다. 아연은 100%, 발암물질 등 유해물질인 다환방향족탄화수소(PAHs)는 20%가 검출됐다. PAHs 기준치(10mg/kg)를 초과한 학교는 5개교였다. 이는 대도시, 공단지역, 농어촌지역의 초등학교 50개소(인조잔디 운동장 40개소, 일반 토양 운동장 10개소)를 선정해 현장시료를 채취, 중금속류 등 환경유해인자 노출 실태를 조사한 결과다.

한 의원이 공개한 환경부의 규제영향분석 내부 문건에 따르면 경쟁 제한적 요소나 집행자원, 행정인력 등에 문제가 없었다. 현행 관리하고 있는 행정인력 등으로 법 집행이 가능하기 때문에 실제 규제 적용에 별다른 무리가 없다는 분석이다. 관계 부처인 교육부도 특별히 이견을 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규제개혁위원회는 5월 정반대의 의견을 냈다. 운동장은 개방된 공간이므로 유해물질 흡수의 개연성이 적다는 게 주요 반대 이유였다. 규재개혁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환경부도 입장을 선회해 시행령 개정안에 초등학교 운동장을 빼버렸다.

한 의원은 "규제 완화를 내세워 어린이 안전은 뒷전인 박근혜정부의 실태를 보여준 사례"라며 정부의 책임감 있는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규제개혁위원회와 두 차례에 걸쳐 회의를 했지만, 설득에 실패했다"며 "이 문제에 대해서는 좀더 보완과 검토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백만호 기자 hopebai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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