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상 수상 도서관

세상과 '소통'에 나선 도서관들

2014-10-20 11:41:53 게재

중부초·순천 남산중·인일여고 교육부장관상, 경기도립발안도서관·아이누리작은도서관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

"각 도서관들은 이 시대 독서 교육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제3회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상 심사위원장을 맡은 김종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현 한국콘텐츠공제조합 이사장)의 심사총평이다.

그는 "학교폭력을 독서로 치유하고 책을 매개로 사회와 소통을 시도하는 도서관의 모습은, 앞으로 도서관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잘 보여준다"고 말했다.

3회째를 맞는 청소년 독서문화진흥상에서 중부초등학교와 순천 남산중학교, 인일여자고등학교가 교육부장관상을, 경기도립발안도서관과 아이누리작은도서관이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다. 상금 100만원과 20권의 청소년 책이 부상으로 주어지며, 시상식은 21일 오후 3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개최된다.

독서로 학교폭력 발생률 낮춰

학교폭력의 심각한 실태에는 모두 공감하지만 이에 대한 해결책을 내놓기란 쉽지 않다. 독서를 통해 학교폭력 발생률을 대폭 낮춘 경남 중부초등학교 꿈샘터 도서관 프로그램이 돋보이는 이유다.

경남 중부초등학교는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책 쑥쑥, 폭력 제로' 프로그램을 2013년부터 꾸준히 운영, 2012년 11월 학교폭력 발생률 5.7%를 1년 만에 2.4%로 낮추는 성과를 냈다.
지난해 10월, 중부초등학교는 북아트 전문 강사를 초청, 학교폭력 예방 및 폭력 상황 대처를 위한 '힐링 북아트'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학생들이 자신이 직접 만든 책을 들어 보이며 뿌듯해하고 있다. 사진 중부초등학교 제공


중부초등학교는 '폭력제로 도서' 375권을 선정, 학생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읽기를 권했다. 아침마다 담임교사가 추천도서를 읽어주고 독서기록장을 만들어 감상을 적도록 했다. '귓속말 금지구역' '나쁜 말이 불쑥' '나는 투명인간이다' 등이 학생들의 사랑은 받은 대표적인 책들이다.

또 5명씩 모둠을 꾸려 학교 폭력에 대한 가상 상황을 설정, 학생들이 직접 가해자 혹은 피해자가 되는 체험을 하게 했다. 학생들은 '내가 하는 장난이 누군가에겐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올해부터는 부모들에게 독서치료 과정을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과 독후 활동을 할 때 부모가 함께 지도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인 것.

황가순 사서교사는 "아이들한테 단순히 독서 목록만 던져 주는 것이 아니라 정말 책을 접할 수 있게 해 보라"면서 "그러면 아이들은 영향을 받아 바로 변화한다"고 말했다.

'책 읽는 라디오' 직접 진행

"텔레비전에 내가 나왔으면 정말 좋겠네~"라는 노래가 있다. 어린이, 청소년들에게 미디어 참여는 꼭 한번은 해 보고 싶은 '꿈'이다. '책을 통한 세상과의 소통'을 중시하는 전남 순천 남산중학교 그린나래도서관은 이런 학생들의 꿈을 현실로 실현시켰다.

도서부 학생들은 공동체 라디오 순천만 FM 생방송 '책 읽는 라디오'를 직접 진행한다. 순천 지역 주민들은 누구나 들을 수 있는 '진짜' 방송이다.

5월 24일, 순천 남산중학교 학생들이 박성우 시인과 함께 '책 읽는 라디오'를 진행하고 있다. 순천 남산중학교는 학생들이 주제도서를 읽고 스스로 기획해서 라디오를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사진 순천 남산중학교 제공


2시간 동안의 방송을 위해 학생들은 책을 읽고 토론하고 저자를 섭외하며 원고를 작성한다. 특히 저자와 학생들은 수차례 메일을 주고받으며 원고를 다듬고 일정을 정한다. 저자와의 소통을 넘어 세상과의 소통에 첫걸음을 떼는 셈이다.

학생들은 책을 읽고 실제로 관련 체험에 나서기도 한다. 독거노인에 대해 다룬 '나 같은 늙은이 찾아와줘서 고마워'를 읽은 후에는 인근 독거노인들을 찾아 말벗이 되는 자원봉사를 했다.

또 헌책을 기증받아 판매해 학교에 적은 금액이나마 장학금을 기부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을 하며 학생들이 훌쩍 성장하는 것은 물론이다.

황왕용 사서교사는 "학생들이 방송 제작에 서로 참여하겠다며 적극적이다"면서 "책을 바탕으로 학생들이 세상살이를 배우도록 하는 데 주력한다"고 말했다.

"'즐거운' 독서교육에 초점"

"학생들이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장소영 인일여자고등학교 사서교사의 말이다.

인일여고 도서관은 '동감 더하기 공감, 행복한 독서여행'을 주제로 교육과정 연계 프로그램, 창의적 체험활동, 지역 사회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다. 이 모든 과정에서 가장 중시한 것은 학생들의 독서욕을 불러일으키는 '즐거움'이다.

인일여고 도서관에서 학생들이 원화전시회를 감상하고 있다. 전시를 보는 학생들의 얼굴에 웃음이 가득하다. 사진 인일여고 제공


특히 '책읽기 봉사활동을 위한 동화구연 배우기' 프로그램은 학생들의 호응이 높았다. 학생들은 한 학기 동안 전문 강사로부터 동화구연을 배우고 방학 때 지역아동센터 등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자신들의 진로까지 탐색할 수 있었다. 유아교육 전문가나 교사, 사회복지사 등을 꿈꾸는 학생들은 더욱 봉사활동에 집중했다.

이 외 인일여고 도서관은 '북콘서트' '문학기행' '중국인 거리 함께 걷기' '원화전시회' '가슴에 와 닿는 글이 있는 책 표지전'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들을 운영, 즐거운 책읽기 문화를 만들고 있다.

장 사서는 "교사들이 학교도서관활용수업연구회를 만들어 활동하는 등 모든 교사들이 도서관에 관심이 많다"면서 "그 덕에 도서관이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발안도서관, 학교 밖 든든한 교육 인프라

경기도립발안도서관이 위치한 경기 화성은 도농 복합 지역이다. 도시에 비해 소규모 학교가 많고 문화 시설이 적다. 발안도서관이 학교와 함께 지역 청소년들을 키워내고자 '학교도서관과 일촌맺기'에 힘을 쏟는 이유다.

발안도서관은 각 학교에 순회사서와 도서를 지원할 뿐 아니라 각 학교를 방문, '찾아가는 독서문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방학 때 프로그램이 없는 학교를 찾아가 독서문화교실을 개최하고 그림책읽기, 책을 매개로 한 미술치료 활동도 펼쳤다.

경기도립발안도서관은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독서회를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이 정조 관련 도서를 읽은 후 찾아간 화성행궁에서 국궁 체험 중이다. 사진 경기도립발안도서관 제공


학부모들이 참여하는 '찾아가는 인형극 순회공연'도 개최하고 있다. 학부모들의 재능기부로 이뤄지는 공연인 덕에 학부모와 학생들의 호응이 높다.

또 저소득층·맞벌이 가정 등을 위해 주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물론, 진로 탐색을 위해 다양한 직업을 가진 전문인을 초빙, 진로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학교 밖에서 학생들을 위해 든든한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는 셈이다.

조성일 관장은 "'공공-학교도서관 일촌맺기' 사업이 학교·학부모·공공도서관의 유기적인 협력으로 교육공동체 실현을 위해 더욱 발전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문화 가정에 또 하나의 보금자리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인구는 32만여명. 이 중 1만여명이 외국인이다. 중국인 학교가 있어 연희동, 연남동, 신촌 일대에는 일찌감치 다문화촌이 형성됐다. 지역 특성상 아이누리작은도서관은 5년째 '책으로 함께 해요-아이누리 다문화 독서 프로그램'에 집중해 왔다.

아이누리작은도서관 다문화 연극 동아리 '아이다'에서 활동하는 어린이들이 연극놀이를 하고 있다. 어린이들은 연극놀이를 통해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권의 전통과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다. 사진 아이누리작은도서관 제공


아이누리작은도서관은 전체 장서의 30%를 다문화 자료로 구성하고 있으며 '다문화 연극동아리' '통통 튀는 세계문화유산, 팝업 북아트' 등 다채로운 다문화 프로그램들을 운영하고 있다. 결혼 이주 여성을 대상으로 이중 언어 스토리텔링 교육 후 어린이들을 가르치는 강사로 활용하는 '귀가 트이는 다국어 스토리텔링'은 호응이 높다.

도서관의 노력 덕에 지역 주민이라면 누구나 '아이누리도서관에 가면 다문화 자료, 프로그램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을 정도다. 결혼 이주 여성과 그 자녀 등 다문화 가정들에 도서관은 하나의 보금자리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정수 관장은 "사서들이 아이들의 이름을 다 외울 만큼 주민들에게 친밀한 도서관으로 자리 잡았다"면서 "한국인들에게도 다문화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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