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조세회피처 통해 해외투자

2014-11-07 11:01:53 게재

"도덕·외교적 문제있다" … "세계 연기금도 이렇게 투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룩셈부르크 등 조세회피처를 통해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하는 것이 논란이 되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원석 의원(정의당, 비례)은 "도덕적, 외교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며 "적절히 투자하고 있는지 국회에서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연금공단은 "세계 연기금들이 일반적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며 법적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페이퍼회사 만들어 해외부동산 투자 = 박원석 의원이 국민연금공단과 국회입법조사처로부터 제출받은 '국민연금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현황'자료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33개 해외 사모펀드와, 49개 해외 부동산·인프라 위탁투자회사를 통해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하고 있다.

대표적인 위탁투자기관에는 블랙스톤, 칼라일, KKR, 블랙록 등 해외 사모펀드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JP모건, 맥쿼리 등 투자은행과 부동산 위탁운용사들이 포함돼 있다.

기금운용본부는 2009년부터 올해 7월까지 18건의 해외 부동산·인프라에 투자했다. 투자 규모는 2010년 약 5조 6000억원이었다. 이 중 부동산에 약 4조 1000억원, 인프라에 약 1조 5000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7월에는 15조원규모로 투자했다. 이중 부동산에 약 12조원, 인프라에 약 3조7000억원으로 투자해 3배 가량 증가했다.

문제는 기금운용본부가 룩셈부르크와 케이만 제도 등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해외 부동산과 인프라에 투자해 온 점이다.

기금운용본부는 미국 텍사스에 본사가 있는 세계 최대규모의 부동산 위탁운용사 중 하나인 하인스(운용규모 282억 달러)를 통해 독일 베를린의 소니센터에 투자하면서 조세회피처인 룩셈부르크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 이 페이퍼컴퍼니가 다시 독일의 3개 회사 지분을 94.9%와 100%씩 취득한 뒤, 8개 유한 파트너를 경유해 베를린 소니센터를 매입했다. 박원석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2010년 6월 베를린 소니센터 건물 지분 99.7%를 3380억원에 매입했으며, 올해 8월 기준 투자잔액은 2억 3800만 유로였다.

또한 기금운용본부는 프랑스 파리 소재 오파리노 쇼핑센터 지분을 매입하기 위해 영국계 부동산회사 록스프링과 합작해 룩셈부르크에 2개의 회사를 설립했다. 이후 다시 프랑스에 2개의 회사를 만든 뒤 오파리노쇼핑센터 지분을 매입했다. 박원석 의원실이 국민연금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금운용본부는 2010년 8월 '오파리노' 쇼핑센터 지분 75%를 3630억원에 매입했으며, 올해 8월 기준 투자잔액은 2억 1000만 유로였다.

◆합법적으로 투자하는지 검증 필요 = 박원석 의원은 "공공기관인 국민연금공단이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를 하면서 조세회피처 소재 법인을 통해 투자한 것은 도덕적.외교적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OECD에서 최근 세계 많은 기업들이 해외 조세회피처를 통해 투자를 하는 것을 제재하려는 움직임이 있어 향후 외교문제가 될 수 있으며,국내 개인과 기업의 조세회피처를 통한 역외 탈세 문제가 지난해부터 불거진 마당에,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계속 투자활용하는 것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해외 위탁운용사를 통해 이뤄지는 투자 중 조세회피처에서 이뤄지는 거래는 다른 나라 연기금에서도 일반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방식"이라며 "절세차원에서도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 캘리포니아공무원연금, 캐나다연기금, 네델란드 연기금 등에서도 활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박 의원은 "현재 국회에도 해외 부동산.인프라 투자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 상황"이라며 "국회가 국제기준에 맞게 합법적으로 적절하게 투자되고 있는지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규철 기자 gckim1026@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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