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오바마와 중국의 부상

내부에서 바라본 미국의 동아시아 전략

2014-11-28 10:12:13 게재
미국 버락 오바마 행정부 초기 국무부와 국가안전보장회의, 그리고 무역대표부의 미중 관계 업무에 핵심적으로 관여해온 제프리 베이더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의 회고록이 출판됐다.

아산정책연구원 / 제프리 베이더 지음 / 황성돈 옮김 / 1만5000원

'오바마와 중국의 부상'은 미국 외교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기획, 집행되는지를 한눈에 보여주는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상세한 기록물이다.

저자에 따르면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대 중국 정책을 집권 초기 우선순위로 삼았다. 과거 30년간 정권 인수과정에서 대선 후보들은 중국에 대한 강경 입장을 보여 외교 마찰을 피하지 못했다.

오바마는 이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선거 기간에도 온건한 태도를 유지했다. 임기 첫 1년 동안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네 번 만나고 여러 차례 전화통화를 하는 등 관계 설정에 공을 들였다. 오바마 행정부의 대 중국 외교 원칙과 함께 티베트 독립을 주장하는 달라이 라마와 오바마의 만남, 미국의 타이완에 대한 무기 공급 등 중국과 외교 마찰을 어떻게 해결했는지 등도 소개된다. 오바마 행정부가 직면한 가장 위험했던 도전은 중국이 아닌 북한이었다는 표현처럼 한반도 관련 언급에도 상당 부분을 할애했다. 고 노무현 대통령에 대해서는 '한-미 동맹을 존중하지 않는 듯 보이는 대통령으로 인해 긴장은 더 커졌다'고 평가한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진지한 동반자로서 우리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며 상반된 평가를 한 부분도 눈에 띈다.미국의 동아시아 외교 정책이 어떤 과정을 거쳐, 어떤 방식으로 기획·집행되는지를 통해 미국과 중국의 역학 구도와 그 속에서의 한반도의 위치와 역할 등을 고민해볼 수 있다.

볼테르는 "역사란 산 자들이 죽은 자들에게 하는 거짓말투성이"라고 말했다. 저자는 "나는 이 책이 후세의 역사가들이 볼테르가 경고했던 위험에 빠지지 않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저자는 자신보다 재능 있는 역사가들이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하던 중요한 시점, 즉 중국이 급성장하던 시점에 아시아에 대한 그의 정책이 어떻게 전개되었는지를 제대로 알기를 바라면서 이 책을 썼다고 밝혔다.

대외정책, 특히 대아시아 정책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의 내용에 매우 흥미를 느낄 것이다.

김기수 기자 ks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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