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이사람
배우 김경원
“끊임없는 도전, 나는 행복한 배우다”
연극배우이자 영화배우, 탤런트, 극작가, 연출가, 아리랑예술단 단장, 극단 코스테이지 대표 등 수많은 수식어를 갖고 있는 배우 김경원. 하지만 그는 ‘열혈 반포주민’이라는 애칭을 더 좋아한다. 반포동을 사랑하는 행복한 배우, 그녀의 특별한 매력에 빠져보자.

평범했던 여고생, 연극에 눈뜨다
“연기요? 전혀 생각해본 적도 없었죠. 저는 교육자 집안에서 태어나 평범한 여고시절을 보냈어요. 물론 4차원 소녀이긴 했지만.(웃음) 그러던 중 우연히 연극티켓을 선물 받아 연극 워크숍에 참여하게 됐죠. 그게 제 연기 인생에 첫 출발이었습니다.”
특유의 발랄한 목소리로 연기 초년생 시절의 옛이야기를 털어놓으며 던진 첫 마디. 배우를 꿈꿔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던 그에게 연극이라는 무대는 우연처럼 찾아왔다. 당시 연극계의 양대 산맥이었던 방태수, 오태석 연출가의 연극 워크숍에 참가했다가 연기의 참 맛에 눈뜨게 된 것. 그것이 인연이 되어 극단 ‘에저또’의 연극 ‘참새와 기관차(문광부장관상 수상작)’ 에 캐스팅 됐고 1977년 ‘제1회 대한민국연극제’에 최연소 배우로 무대에 올랐다. 이후 80년대 초반에는 극단 연우 ‘어둠의 자식들(이동철 원작, 황석영 기술, 이상우 연출)’에서 여주인공 카수영애 역할을 맡으며 연기활동에 불을 지폈다. 배우 김경원의 연기 인생은 85년 일본 유학을 떠나면서 새로운 2막을 열었다.
“오사카예술대학 무대예술학과에서 연출과 연기를 전공했어요. 처음에는 3개월 정도만 머무를 생각이었지만 더 깊이 있는 연기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본에 머물렀습니다.”
신춘문예 당선부터 아리랑 활동까지
연기와 연출을 공부하던 그는 남다른 글 솜씨로 1986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희곡 부문에 ‘사진작가’로 당선됐다. 또,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일본현대희곡 10선』(출판사 예술기획)을 번역하는 등 연기 외에 다양한 활동을 해왔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일본에 있는 나운규의 ‘아리랑’ 필름 되찾기 운동이다.
“오사카예술대학 근처에 살던 한 할아버지께서 아리랑 필름을 갖고 있다는 말을 들었어요. 그때부터 나운규의 ‘아리랑’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고 한국의 언론인과 연극인, 일본의 지식인 등 100명이 모여 우리의 귀중한 ‘아리랑’ 필름을 되찾자는 운동을 시작했죠.”
그는 1993년 8월 15일 ‘아리랑(나운규) 필름 되찾기 100인회’를 결성, 현재 회장을 맡고 있으며 2년 뒤 『일본 민요 ‘이츠키 자장가’와 ‘아리랑’의 관계』라는 주제로 논문을 발표해 학계에 주목을 받았다. 이 논문은 한완상 전 교육ㆍ통일부총리로부터 제3회 아리랑연구상을 받았으며 『제4회 민요론집』에 수록돼있다.

연기 인생, 그리고 내 사랑 반포
한국으로 돌아와 반포4동에 거주한지 어언 25년. 연기뿐 아니라 전통 춤에도 관심이 많아 중요무형문화재 79호 이동안 예능보유자에게 발탈, 살풀이, 승무를 전수받기도 했으며 대중과 소통하기 위해 다음 블로그 퐁당퐁당 당수를 운영하고 있다.
“주로 연극 무대에서만 연기를 했기 때문에 대중들에게 저는 무명배우일 뿐이죠. 작년에 주말드라마 ‘결혼의 여신’에서 에어로빅 강사 역과 일일드라마 ‘못난이 주의보’에서 일본 기모노 디자이너 역을 맡은 뒤 몇몇 분들이 알아봐주시더라고요. 최근에는 주말드라마 ‘모던 파머’에서 댄서 역으로 출연했고 내년에 개봉하는 이준익 감독의 영화 ‘사도’에서 송강호, 유아인, 문근영 씨와 함께 촬영했답니다.”
대중과의 소통은 반포동 주민으로서의 삶과도 연계돼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씩 반포4동 주민센터에서 한국 춤과 아프리카 춤, 밸리댄스를 배우며 동네 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어울리고 있는 것.
“동네 분들은 제가 배우라는 걸 잘 모르시죠. 무명이니까.(웃음) 반포동에서는 그저 같은 동네 주민이니까 서로 부담 없이 즐겁게 어울리고 연기를 할 때는 배우 본연의 자세로 돌아가는 거죠. 비록 돈 안 되는 일들이었지만 지금까지는 하고 싶은 일만 하고 살아서 그런지 전 아직까지 흰머리가 없어요. 덕분에 주변에서 제 나이보다 열 살은 어려보인다고 하셔서 기분은 좋아요. 지금까지는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행복을 쌓아왔는데 앞으로는 다음 세대들이 살아갈 세상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는 일에도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생각입니다.”
현재 그는 연극의 역사와 함께 해온 자신의 인생담을 담은 책을 집필 중에 있다. 내년에 출간 예정인『이봐, 인생을 던져!』(안다미로) 속에 배우 김경원의 모든 것을 담았다. 행복한 배우 김경원. 그가 만들어갈 인생 3막은 또 어떤 내용일까?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