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소원 기자의 외교 포커스│2015년 국제정세 전망-갈등과 협력의 혼재

미중, 아시아서 세력 강화하며 충돌·협력 반복

2014-12-18 13:09:58 게재

지난해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G2시대의 새로운 질서를 의미하는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했다. 올해 11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양국은 다시 한번 정상회담을 갖고 '신형대국관계'를 구현해나가기 위한 발판을 다졌다. 서로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면서 조화롭게 경쟁하고 협력하는 관계를 뜻하는 신형대국관계는 사안에 따라 경쟁과 협력의 이중구도를 띨 것으로 보이며 2015년에는 이 구도가 정착돼가는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간 갈등과 협력의 혼재 양상은 한반도를 비롯한 동북아에서도 그대로 나타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우리 정부가 북핵 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중일 등 군사안보 갈등을 최소화하는 조정자 역할에 대한 요구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편집자 주>

[경쟁의 가속화]

미국은 군사안보 측면에서 중국의 부상을 견제하면서도 중동 문제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 등 공통의 관심사에 대해서는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다. 중국 역시 역사·영토문제에서는 단호한 입장을 취할 것으로 보이나 글로벌 이슈에 대해서는 미국과 적극 협력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문제나 아시아-태평양 자유무역지역지대(FTAAP) 구축, 사드(THAAD)의 한국 배치 문제 등에 있어서는 양국의 전략적 경쟁은 계속되고 있다.


◆미, 일본-인도-호주를 대리자로 = 미국이 공개적으로 중국과 협력과 경쟁의 관계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중국의 부상에 대한 경계를 늦출 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공화당이 상하원에서 다수당을 차지하면서 경제보다는 안보문제가 부각되고 중국경계론이 더욱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은 중국이 주도하는 FTAAP와 AIIB를 경계하면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통해 아태 지역의 경제 무역 주도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시아에서의 영향력 유지를 위해 미국은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 또는 재균형 정책을 표방하면서 동아시아 지역 국가와의 네트워크를 유지·강화하려 하는 모습을 띨 가능성이 높다. 미국이 중동 문제로 발이 묶여 있는 만큼 동맹 국가에 대해서는 협력과 기여를 강조하면서 기존 동맹체제를 기반으로 하는 지역구도 유지 강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본과의 협력을 한 단계 격상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위해 한일관계 개선과 한미일 3국 안보협력을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미사일방어(MD) 관련 부분에서 실질적인 협력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다.

같은 맥락에서 대니얼 러셀 미국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한일관계 개선이 내년도 미국의 우선순위 정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러셀 차관보는 "한국과 일본이 계속 악화된 관계로 지내기에는 세계경제가 너무 취약하고 국제·지역안보 상황이 너무 염려스러우며 함께 풀어가야 할 글로벌 현안들이 너무 많다"며 미 동맹국가간의 협력을 촉구했다.

미국은 동북아에서 한국과 일본을 연계시켜 중국의 안보위협에 대처하려는 한편 동남아 지역에서는 일본, 호주, 인도의 힘을 빌리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재현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세안 입장에서 미국이 아세안을 신경 쓰지 않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며 "이를 불식시키기 위해 미국은 호주, 일본, 인도와의 협력을 강화해 이 국가들이 미국을 대리해 아세안 지역에 챙기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미 일본은 미국을 대신해 동남아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억제하기 위해 동남아 국가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다. 특히 필리핀과 베트남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국가들에 접근하고 있다.

◆중국, 실크로드 구상으로 통합 촉진 = 중국은 강력한 경제력을 발판으로 아시아 지역의 통합을 촉진함으로써 아시아 지역에서의 안보 및 경제 질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중이다.

경제 부문에서 중국은 실크로드 경제권 구상(실크로드 경제벨트와 21세기 해상 실크로드), 경제회당 및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설립 등을 추진하고 있다.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의 투자처가 대부분 동남아 지역이 될 것이란 점에서 투자은행의 설립은 아세안 국가들에게 중국의 확실한 '당근'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지역의 각국을 도로, 철도 및 항만 등 인프라 건설을 통해 연계시키고 무역과 투자를 촉진하면서 경제통합을 추진하려는 구상을 깔고 있다. 이와 함께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를 중심으로 자국이 주도하는 경제통합도 밀어붙이고 있다.

안보 영역에서는 "공동·종합·협력·지속가능"한 '아시아안보관'을 주창하면서 아시아 24개국이 참여하는 아시아 교류 및 신뢰구축 회의(CICA)를 아시아의 안보대화협력의 협의체로 발전시키려 하고 있다.

지난 5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ICA 회의에서 시 주석은 "아시아의 일과 문제는 아시아인들이 직접 처리해야 하며 아시아의 안보 역시 아시아인들이 수호해야 한다"면서 "능력과 지혜가 있는 아시아인들은 협력강화를 통해 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실현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시 주석이 주장한 아시아 안보관은 '아시아판 먼로주의'(유럽 국가는 아메리카에 식민지를 얻거나 서반구의 독립국에 유럽의 구체제를 강요해서는 안된다는 미국의 전통적 외교 원칙)로 평가되고 있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미국과 일본이 참여하지 않는 CICA를 통해 기존의 미국 주도의 아시아 안보 질서를 대체하거나 또는 공존을 통해 역내 안보 질서에서 자국의 영향력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협력의 구체화]

◆기후·북핵 이슈는 협력 = 지난 11월 베이징 APEC 정상회의 계기에 정상회담을 연 미중은 양국 및 양군 관계와 지역 및 글로벌 이슈에 대해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평화적으로 번영하고 안정적이면서 국제적으로는 더 큰 역할을 발휘하는 중국을 환영하고 지지하며 이는 미국의 이익에도 부합하는 것임을 밝히고 미국은 결코 중국을 억제하거나 봉쇄할 의도가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도 미중간 신형대국관계와 더불어 신형군사관계 구축을 거론하며 조화로운 경쟁과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에서 미국과의 군사적 충돌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으나 사실 미국과 중국이 뜻을 같이하는 부분도 적지 않다. 기후변화, 한반도 비핵화, 반테러 문제 등에서 협력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이와 관련해 17일 중국 신화통신은 11월 열린 미중정상회담에서 기후변화, 비자문제, 군사적 상호신뢰, 무역협상, 에볼라 확산 방지, 반테러 등에서 다양한 공감대를 도출했다고 평가했다. 통신은 양국관계가 올해 '전진했다'고 평가하며 시 주석과 오바마 대통령이 두 차례에 걸친 정상회담과 수차례에 걸친 전화통화 등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긴밀하게 논의해왔다고 밝혔다.

기후변화 문제에 있어 세계 1, 2위의 탄소 배출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화석 연료 사용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전격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20년 이상 교착상태에 빠져 있던 기후변화 관련 협상에 돌파구가 마련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반도 이슈인 북핵 문제에 대해서도 미국과 중국은 '비핵화'의 필요성과 6자회담 재개 등 대화를 통한 문제해결에 공감하고 있다.

◆한반도에 비친 미중관계는 = 미중관계는 경쟁과 협력이 공존하는 가운데 북핵 이슈가 돌출하면 협력이 우세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한반도에서 미국이 미사일방어(MD) 체제 강화 및 사드 배치를 추진할 경우 양국의 갈등이 뚜렷하게 드러날 수 있다.

한국은 현재 미중 양쪽에서 러브콜과 압박을 동시에 받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베이징 APEC 정상회의를 통해 경제 분야에서 중국과 긴밀한 협력을 해나가기로 천명한 바 있다. 우리 정부는 한중 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하고 중국이 주도하는 FTAAP 추진에도 적극적인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이와 함께 미국 주도의 TTP 가입에도 이미 신청을 한 상황이다. 최근 중국이 한국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는 AIIB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유보적인 입장을 취하며 균형을 잡고 있다.

중국은 한국이 AIIB에 참여하기를 기다리면서 이번 한중FTA 체결을 계기로 안보 영역에서의 협력을 강화해나가기를 바라고 있다. 특히 최근 한중 안보 현안으로 부상한 한반도내 사드 배치를 북한의 위협 방어용이 아니라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한 용도로 인식하면서 한국이 이를 수용해서는 안된다고 압박하고 있다.

한편 미국은 의회의 국방수권법 확정에 따라 국방장관이 한미일 3각 미사일 방어 협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면서 한국형 미사일 방어체계를 미국의 MD체제와 연동시키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영학 한국국방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동북아 정세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출발점은 남북관계를 주도적으로 개선하는 것"이라며 "동시에 주변 강대국과의 관계 비대칭성으로 인한 손실을 보완할 수 있는 다자안보협력기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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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원 기자 hopepark@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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